힐러리 로댐 클린턴(69)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지난 7일. 힐러리는 인상적인 연설을 했다. 마침 힐러리가 연설한 곳의 천장은 유리로 돼 있었다. 연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늘 우리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깼다. 하지만 나는 저 유리를 깨진 않을 것이다.” 연설을 듣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적절한 비유였다.
이날은 미국 정치사에서 거대한 유리천장 하나가 깨진 날로 기록됐다. 미국 정당 정치에서 여성은 결코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유리천장이 부지불식간에 존재해왔다. 과연 힐러리가 또 다른 유리천장마저 깰 수 있을까? 바로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등극이다.
세계는 여성 지도자로 재편 중?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6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힐러리 클린턴을 2위에 올렸다. 포브스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많은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그녀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 그러면 내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1위가 될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는 변호사,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친 인물이다. 미국 사회에 존재하고 있던 유리천장을 차례차례 깨고 있는 대표선수다.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패했을 때 힐러리는 ‘유리천장’에 관한 명언을 남겼다. “나는 비록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여성 대통령이란 금기)을 깨지는 못했지만, 1800만개(경선에서 얻은 득표 수)의 균열을 냈다. 유리창을 통과한 빛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인다”고 당당히 외쳤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은 유리천장의 끝판왕(final boss)을 깨부수는 일인지도 모른다.
유리천장은 어디서 생긴 말인가
유리천장은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이 1970년 만든 신조어다. 컴퓨터 회사인 휴렛팩커드에서 여성들이 승진에 어려움을 겪는 일을 기사로 다루면서 이 단어를 선보였다. 실력 없는 후배 남성이 능력 있는 선임 여성보다 먼저 승진하는 것이 유리천장의 대표적인 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미국 여성단체 모임에 자주 나가 자신의 할머니가 유리천장에 좌절하곤 했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하와이에 있는 한 은행에서 근무한 오바마의 할머니는 모든 면에서 모자란 남성 후배에게 부행장 자리를 내줬다는 사례를 여성들 앞에서 들곤 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여성들은 강해지고 있다. 우먼 파워(woman power)는 해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1848년은 여권 신장이 전환점을 맞은 해였다. 당시 뉴욕주 세니커폴스 회의에서는 여성의 참정권 획득을 위해 미국 최초로 회의가 열렸다. 1920년 발표된 ‘미국 수정헌법 제19조’는 미국 내 여성 운동이 거둔 성과였다. 나아가 이들은 주와 국가를 상대로 싸우며 투표할 권리, 배심원이 될 권리, 결혼해서도 재산을 유지할 권리, 이혼할 권리, 교육 받을 권리를 쟁취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의 저자 스티븐 핑커가 주창한 이른바 ‘권리 혁명(rights revolutions)’을 통해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강화해왔다.
다양성과 개방성이 유리천장 깬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치솟는 물가와 높은 실업률로 고통 받던 영국을 치유한 대표적인 ‘유리천장 깨기 선수’였다. 남자의 나라로 꼽히는 독일의 첫 여성 독일 총리가 된 앙겔라 메르켈은 유럽 정치와 경제를 호령 중이다. 메르켈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6년 연속으로 1위에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인 재닛 옐런은 글로벌 경제를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이자 186개 회원국을 거느린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구제금융 서명 하나로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의 CEO인 메리 바라, 휴렛팩커드 CEO인 멕 휘트먼, IBM CEO인 지니 로메티, 펩시콜라 CEO인 인드라 누이 등은 당당히 '유리천장'을 뚫고 글로벌 비지니스 세계에서 여성 리더십을 힘껏 발휘하고 있다.
유리천장이 깨져가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국은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라시대 이래 처음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에 오른 여성으로 기록된다. 주요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들이 수석을 독차지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합격자도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 2014년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획득한 8개 메달 중 7개를 여성이 차지했다. 박세리와 박인비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협회가 마련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문명이 다양성과 개방성을 가질 때 유리천장은 쉽게 깨진다. 인류가 근대민주국가로 재편되고 있는 요즘 남녀 평등은 보편가치가 됐다. 세계가 국경을 초월하고 상호 교류로 정보가 폭넓게 교환되는 시대에 유리천장은 깨져야 할 전근대의 유산이다. 세계는 더 부드러워지고 있다. 여성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핑커의 지적은 여러 면에서 되새겨볼 만하다.
최용식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인턴기자 chys@yonsei.ac.kr
이날은 미국 정치사에서 거대한 유리천장 하나가 깨진 날로 기록됐다. 미국 정당 정치에서 여성은 결코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유리천장이 부지불식간에 존재해왔다. 과연 힐러리가 또 다른 유리천장마저 깰 수 있을까? 바로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등극이다.
세계는 여성 지도자로 재편 중?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6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힐러리 클린턴을 2위에 올렸다. 포브스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많은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그녀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 그러면 내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1위가 될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는 변호사,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친 인물이다. 미국 사회에 존재하고 있던 유리천장을 차례차례 깨고 있는 대표선수다.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패했을 때 힐러리는 ‘유리천장’에 관한 명언을 남겼다. “나는 비록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여성 대통령이란 금기)을 깨지는 못했지만, 1800만개(경선에서 얻은 득표 수)의 균열을 냈다. 유리창을 통과한 빛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인다”고 당당히 외쳤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은 유리천장의 끝판왕(final boss)을 깨부수는 일인지도 모른다.
유리천장은 어디서 생긴 말인가
유리천장은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이 1970년 만든 신조어다. 컴퓨터 회사인 휴렛팩커드에서 여성들이 승진에 어려움을 겪는 일을 기사로 다루면서 이 단어를 선보였다. 실력 없는 후배 남성이 능력 있는 선임 여성보다 먼저 승진하는 것이 유리천장의 대표적인 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미국 여성단체 모임에 자주 나가 자신의 할머니가 유리천장에 좌절하곤 했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하와이에 있는 한 은행에서 근무한 오바마의 할머니는 모든 면에서 모자란 남성 후배에게 부행장 자리를 내줬다는 사례를 여성들 앞에서 들곤 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여성들은 강해지고 있다. 우먼 파워(woman power)는 해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1848년은 여권 신장이 전환점을 맞은 해였다. 당시 뉴욕주 세니커폴스 회의에서는 여성의 참정권 획득을 위해 미국 최초로 회의가 열렸다. 1920년 발표된 ‘미국 수정헌법 제19조’는 미국 내 여성 운동이 거둔 성과였다. 나아가 이들은 주와 국가를 상대로 싸우며 투표할 권리, 배심원이 될 권리, 결혼해서도 재산을 유지할 권리, 이혼할 권리, 교육 받을 권리를 쟁취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의 저자 스티븐 핑커가 주창한 이른바 ‘권리 혁명(rights revolutions)’을 통해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강화해왔다.
다양성과 개방성이 유리천장 깬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치솟는 물가와 높은 실업률로 고통 받던 영국을 치유한 대표적인 ‘유리천장 깨기 선수’였다. 남자의 나라로 꼽히는 독일의 첫 여성 독일 총리가 된 앙겔라 메르켈은 유럽 정치와 경제를 호령 중이다. 메르켈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6년 연속으로 1위에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인 재닛 옐런은 글로벌 경제를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이자 186개 회원국을 거느린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구제금융 서명 하나로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의 CEO인 메리 바라, 휴렛팩커드 CEO인 멕 휘트먼, IBM CEO인 지니 로메티, 펩시콜라 CEO인 인드라 누이 등은 당당히 '유리천장'을 뚫고 글로벌 비지니스 세계에서 여성 리더십을 힘껏 발휘하고 있다.
유리천장이 깨져가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국은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라시대 이래 처음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에 오른 여성으로 기록된다. 주요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들이 수석을 독차지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합격자도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 2014년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획득한 8개 메달 중 7개를 여성이 차지했다. 박세리와 박인비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협회가 마련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문명이 다양성과 개방성을 가질 때 유리천장은 쉽게 깨진다. 인류가 근대민주국가로 재편되고 있는 요즘 남녀 평등은 보편가치가 됐다. 세계가 국경을 초월하고 상호 교류로 정보가 폭넓게 교환되는 시대에 유리천장은 깨져야 할 전근대의 유산이다. 세계는 더 부드러워지고 있다. 여성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핑커의 지적은 여러 면에서 되새겨볼 만하다.
최용식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인턴기자 chys@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