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식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보완'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의 미진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완전에 가깝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보완재(complement goods)'도 이와 같은 의미로, 한 재화를 단독으로 소비할 때보다 다른 재화와 함께 소비할 때 느끼는 만족감과 효용이 더 큰 재화를 말한다. 따라서 보완재 관계에 놓여 있는 두 재화는 한 재화의 수요가 증가하면 다른 재화의 수요도 더불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수요의 측면에서 볼 때 서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완재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이와는 정반대로, 보완재의 경우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상승)해야 다른 재화의 수요가 증가(감소)하게 된다.
[역사 속 숨은 경제이야기] 보완재와 대체재 그리고 여름철 보양음식
이러한 보완재의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편의점이 바로 그곳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수많은 편의점 상품들 중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얼음컵’이라고 한다. 빈 플라스틱 용기에 얼음을 담아 파는 이 단순한 상품이 한 편의점 업체에서만 하루 평균 14만개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얼음컵 가격을 500원으로 가정하면 이를 팔아서 하루에 약 7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고, 1년으로 환산하면 판매액은 250억원에 이르게 된다.

[역사 속 숨은 경제이야기] 보완재와 대체재 그리고 여름철 보양음식
하지만 얼음컵의 히트가 진정 놀라운 이유는 얼음컵을 사는 손님들이 단순히 얼음컵만 구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손님은 얼음컵과 함께 생수를 구매했고, 다른 손님은 맥주나 커피를 함께 샀으며, 또 다른 손님은 탄산음료를 얼음컵과 함께 구입했다. 얼음에 부어 마시면 시원함과 청량감을 더 느낄 수 있는 음료나 주류 매출량이 얼음컵 붐(boom)과 함께 신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생수를 비롯한 이들 음료의 매출이 약 10~20%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철에 집중돼 나타났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얼음컵과 음료가 서로 보완재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이 되면 매출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음식이 있으니, 삼계탕이 바로 그것이다. 복날 먹는 음식의 대표 격인 삼계탕은 어린 닭(영계)의 배 속에 인삼과 찹쌀, 마늘과 대추 등 각종 재료를 넣고 푹 끓여 먹는 보양식으로, 여름철 허해진 원기를 회복하고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제격인 음식이다. 이는 마치 편의점의 얼음컵과 음료수처럼 삼계탕 속 재료들의 상호 보완관계가 환상적인 음식궁합을 연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선 닭은 한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성질이 뜨거운 식재료에 속한다. 바로 닭의 이러한 성질이 여름철에 그만이라는 것인데, 날이 더워지면 사람의 피가 몸의 바깥쪽인 피부로 집중돼 몸속이 차가워지고 장기의 기능도 저하하게 된다. 이때 뜨거운 성질의 닭을 섭취하면 체내의 부족한 열과 기를 보충해줘 감기나 배탈, 설사 등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육류에 비해 근육이 가늘고 연한 닭고기는 소화에도 탁월해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적합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삼계탕에 인삼과 찹쌀을 넣어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삼과 찹쌀은 닭과 함께 동양의학에서 손꼽는 뜨거운 성질의 음식재료 중의 하나다. 즉 뜨거운 성질의 닭에 뜨거운 성질의 인삼과 찹쌀을 배가해 먹음으로써 원기 회복의 효과를 상승시키고자 한 것이 바로 삼계탕인 것이다. 열을 열로써 다스리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이열치열(以熱治熱)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음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밖에도 마늘은 원기 회복과 떨어진 입맛을 다시 살리는데 좋을 뿐만 아니라 삼계탕에 넣어 끓이면 닭고기 잡냄새를 제거하는 데도 탁월하다. 대추는 성질이 따뜻해 닭과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삼계탕 속 재료들의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와 같은 삼계탕 속 재료들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는 음식의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완화해 식객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삼계탕이 복날 음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식재료의 보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름철 보양식에 삼계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소고기를 넣어 끓인 ‘육개장’을 여름철 보양식으로 즐겨 찾았다. 이는 소고기 또한 닭고기와 같이 뜨거운 성질을 지닌 식재료이기 때문으로, 문헌에 의하면 왕이 신하와 양반들에게 소고기와 얼음을 하사해 여름을 잘 나도록 보살펴 주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육개장은 보편적인 여름철 보양식이 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소고기는 과거에도 비싸고 귀해 서민들은 자주 즐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여름철 보양식으로는 ‘개장국’이라고도 불리는 ‘보신탕’을 들 수 있다.

혐오식품이라는 논쟁 탓에 뒷골목으로 쫓겨나고 한때는 규제와 정비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보신탕이지만 과거에는 삼계탕만큼이나 흔한 여름을 대표하는 보양식 중 하나였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보신탕은 ‘보양음식’이라는 범주 안에서 보면 삼계탕을 대신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육개장도 마찬가지여서 개고기나 닭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은 육개장으로 여름철 보신(保身)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삼계탕과 보신탕 그리고 육개장은 보신이라는 비슷한 만족감과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상품들로, 서로 경쟁 관계 또는 대체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삼계탕과 보신탕 그리고 육개장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위 ‘대체재(substitute goods)’로, 수요량과 가격의 측면에서 보완재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보완재 관계에 있는 두 재화는 수요량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반해, 대체재는 한 재화의 수요량이 증가하면 다른 재화의 수요량은 감소하게 된다. 또한 보완재는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상승)하면 다른 재화의 수요가 증가(감소)하지만, 대체재는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상승)하면 다른 재화 수요는 감소(증가)하게 된다. 즉 대체재 관계에 놓여 있는 두 재화는 수요량은 서로 음(-)의 관계에 놓여 있지만, 가격 변화 측면에서는 수요량이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인 것이다.

정원식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