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94)
[직업과 경제] 데이터 분석가
미래 사회에 가장 유망한 직업은 데이터 분석가다.

국가 전반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일은 특정 개인이나 회사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지식과 방법을 요구한다. 일개 개인이나 회사의 경제 상황은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개인, 정부 등 다양한 경제 주체가 수많은 경제 활동을 전개한 결과가 투영된 국가 경제 전반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지식과 방법이 요구된다.

대개의 경우 경제 전반의 상황을 다소 주관적이거나 추상적인 형태로 파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정책 입안자나 기업체 의사결정권자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그들은 국가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뿐만 아니라 자신이 활동하는 산업 또는 지역에 대한 세세한 상황까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경제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일반인 또한 경제 전반의 상황을 더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국가 전반의 경제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단순히 주변에서 목격하는 상황에만 의존해 경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상황을 종합해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경제지표에 있다.

경제지표란 경제 활동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경제 현상을 통계 수치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현재 한국은 한국은행, 통계청, 금융위원회 등 여러 정부기관이 통화, 물가, 금리 등 국가 경제 전반의 경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경제지표를 집계해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제지표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에게도 국가 경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대표적 경제지표로는 국민총생산, 국제수지,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런 경제지표는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하거나 기업이 투자계획을 세울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경제 현상을 분석할 때 관련 데이터를 가공해 이를 지표 내지 도표 등으로 제시하면 해당 경제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기회를 제공해준다.

미래 사회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그간 데이터로 가공되기 어려웠던 경제 활동 중에서 많은 부분을 데이터로 가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따라 새로운 현상을 규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빅데이터 분석이 대표적인 사례다. 빅데이터란 데이터 크기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생성 주기도 짧고, 형태도 수치 데이터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말한다. 빅데이터는 단순히 데이터의 크기가 방대해진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분석 자체가 어려웠던 것을 과학기술의 발달로 가공할 수 있게 된 데이터 역시 빅데이터라 부른다. 이런 사실을 종합할 때 빅데이터는 쉽게 말해 분석하기 어려울 만큼 데이터의 양이 많거나 혹은 데이터의 양은 많지 않지만 데이터 자체가 분석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말한다.

이런 빅데이터의 대표적인 예로는 소비자의 위치 정보 등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언제 어디에 가서 어떤 물건을 구매하는지를 쉽게 취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위치기반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의 생활 패턴과 구매 방식, 이동 동선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데이터화해 의미있는 내용을 도출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사례로는 우리가 인터넷 블로그 내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록한 다양한 내용을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이라는 기술을 통해 가공,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 역시 과거에는 사람들이 적어 놓은 글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구축되지 못했지만 최근엔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실을 규명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술 환경의 변화로 인해 당연히 미래 사회에서 각광받을 새로운 직업 중 하나로는 데이터 분석가를 꼽을 수 있다.

미래 사회에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업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더 있다. 사물인터넷 발달이 그것이다. 사물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자동차, 시계, 의류, 신발, 휴대폰 등을 모두 인터넷을 통해 연결하는 기술환경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상호 통합된 내용을 기반으로 새로운 많은 정보를 취합할 수 있게 된다. 또 유·무선 통신망으로 연결된 기기들을 사람의 개입 없이 센서 및 기타장치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아 스스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도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를 가공해 편의성을 증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다양하게 제시됐다. 스페인 참가기업은 주차구역에 센서를 장착해 차량의 주차 여부를 휴대폰 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했다. 이런 기술은 대형 주차장에서 빈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차를 여기저기 몰고 다녔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편의성에 대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이런 사실들에 주목한 많은 미래학자는 미래 사회에 대표적인 유망직종으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직업을 꼽고 있다. 예를 들어 자아 목표 평가사도 그중 하나다. 자아 목표 평가사는 특정인의 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다양한 기기를 통해 몸에 대한 정보를 시시각각 수집해 건강을 관리해주거나 식사량 내지 운동량을 조절해주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미래 유망 직업으로 오감인식 기술자를 꼽았다. 오감인식기술자란 클라우딩 컴퓨팅 환경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융합 발전하면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고 인지과학 및 인공지능 분야가 발전하면서 얼굴 표정이나 음성 인식을 통해 의도를 미리 파악해 다양한 상황 장면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역시 데이터를 분석하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꼽은 또 다른 유망직업으로는 도시대시보드개발자가 있다. 이는 사물인터넷의 급격한 발전과 도시화의 진전에 따라 향후 넘쳐나는 도시의 다양한 정보 내지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직업을 의미한다. 데이터인증원 또한 주목할 직업이라고 한다.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사물을 데이터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범주를 구분하고 범주마다 개체를 식별할 수 있도록 분류 체계를 개발하고 표준화하며 인증하는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나열한 바와 같이 미래 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전에는 수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을 뿐만 아니라 이런 방대한 자료를 쉽게 분석할 수 있는 기법들이 제시될 것이다. 이런 환경 변화가 어떤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내며 또한 어떤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킬지 주목된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