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88)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입사한 회사의 출근 첫날, 그동안 우리 회사가 어떤 성과를 보여 온 회사인지 단숨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회사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고, 친절해 보이는 회사 선배에게 물어봐서 회사의 상황에 대해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용기 있게 사장님을 직접 찾아가 회사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경영 상태를 한눈에 알아보는 방법 중 재무제표만큼 유용한 도구는 아마 없을 것이다.회계란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경제 주체들에게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정보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제공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배운 바 있다. 재무제표란 이러한 목적을 가진 회계정보들이 구체적으로 기록되고 보고되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회계가 회사의 경영성과에 대해 성적을 매기는 방법이라면, 재무제표는 회사의 성적이 표시돼 있는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재무제표는 기업 외부에 있는 경제 주체들 다시 말해 기업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업과 관련된 회계 정보를 제공해 주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재무제표는 기초적인 회계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회사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돼 있다.
학생의 성적표가 부모님이 알아보기 어렵게 작성돼 있다면 학생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처럼, 기업 외부에 있는 경제 주체들이 재무제표를 통해 회사에 대한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올바른 경제적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재무제표는 회계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작성돼 있다.
재무제표는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이상 네 가지로 구성돼 있다. 먼저 대차대조표란 일정시점에서 기업의 재무상태가 어떠한지 나타내는 표다. 기업은 영업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토지, 건물, 기계 등 일련의 재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원료를 구매하기 위한 현금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영업활동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자산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산들은 자기 돈으로 구입하거나 남의 돈을 빌려 구입하게 된다.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원료를 돈을 주고 구입할 수도 있지만, 외상으로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자산은 자신의 돈으로 구입하거나 남의 돈을 빌려 구입한 것이다. 여기서 자신의 돈을 자본이라고 하고, 남의 돈을 부채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부분에서 자본과 부채의 합계액이 자산의 합계액과 같아진다는 대차대조표의 가장 큰 원리가 왜 성립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자산을 가지고 영업활동을 수행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료 구입비, 제품을 가공하기 위한 인건비, 전기료 등 일련의 비용이 지출되고,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거두게 된다. 혹은 영업활동 과정에서 제품 판매를 통한 이익은 아니지만,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올라서, 혹은 은행에 예치해 둔 예금에 이자가 발생해 이익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일정기간 동안 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수익들을 기록해 두는 표를 손익계산서라고 한다.
회사에 자금을 투자한 사람들은 회사의 현금 보유량과 변동 내역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 제품이 지속적으로 판매되는 데 거래가 대부분 외상으로 이뤄질 경우 해당 기업은 분명 흑자 기업이지만, 외상 금액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원료비나 은행이자를 지불하지 못한다면 부도날 수도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는 회사라 할지라도 현금이 부족해 이를 제품화하지 못한다면 결국 이익을 창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투자자들은 항상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의 양과 경영활동으로 전개된 현금 흐름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이것이 현금흐름표가 필요한 이유다. 현금흐름표란 일정 기간 동안 기업의 경영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현금흐름 상황을 나타내는 표를 말하는데, 여기서 현금이란 실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화폐뿐만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할 때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 및 만기 3개월 이내의 채권 등도 포함한다. 회사에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들이 자신이 투자한 금액의 변동 내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회사가 경영 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했을 때, 그 이익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 자본변동표가 재무제표의 주요한 구성요소가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변동표란 자본의 크기와 그 변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재무제표로 주주들의 최대 관심사인 자본의 변동내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표다. 이러한 재무제표들은 일정 기간을 주기로 순환해 작성된다.
연초 대차대조표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기계, 미판매된 제품 보유량, 은행 예금, 받아야 할 외상 대금 등에 대한 종합적인 재산 현황들을 나타내준다. 이러한 재산들을 가지고 회사가 일년 동안 어떠한 경영 성과를 보여 얼마만큼의 이익을 창출했는지는 손익계산서에 기재되며, 일년 동안 회사에서 창출한 이익은 회사의 자본금이 되기 때문에 그 다음 해의 대차대조표에 기입된다. 일년 동안 발생한 현금 변동 내역은 현금흐름표에, 자본 변동 내역은 자본변동표에 기재된다. 재무제표는 재무제표 그 자체로도 경영 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지만, 재무제표에 나와 있는 각종 자료들을 이용해 기업경영 상태를 분석하기 위한 지표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손익계산서에 기록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금액을 이용해 기업의 수익성을 알아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을 구할 수도 있으며, 대차대조표에 나와 있는 유동자산과 유동부채 금액을 통해 기업의 안정성을 알아보기 위한 유동비율을 계산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재무제표상의 내용들은 기업의 수익성, 안정성, 성장성을 비교하거나 해당 기업이 포함되는 산업 부분의 활동 상황을 분석하는 각종 지표를 만들어내는 데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요컨대 재무제표란 회사의 경영 상태를 집약적으로 제시해 주는 효과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가 본인이 진료하는 환자의 X-ray 사진을 볼 줄 모른다면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없듯이, 경영자가 자신의 회사의 재무제표를 읽을 줄 모른다거나 주식 투자자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재무제표를 읽을 줄 모른다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처럼 재무제표란 특정 회사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내용들이다. 이는 기업 내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에 관심 있는 외부 관계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중요한 재무제표의 작성을 최근에는 전부 전산화하여 작성하고 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회계처리를 전산화하는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전산회계 자격증 보유자가 그들이다. 전산세무회계 시험은 전산세무 1급과 2급, 전산회계 1급과 2급이 있으며, 시험구성은 이론시험 30%, 실무시험 70%를 차지한다.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70점 이상 득점하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응시자격에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취득 후 세무공무원이나 세무회계법인, 컨설팅기업, 금융기관, 국영기업체 등에 취업 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모든 회사에서 회계처리 및 세무 처리를 전산으로 처리하다보니 전산회계 전문 인력을 보유하는 것은 거의 필수가 되었다.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여 많은 사람들이 현재 전산회계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관련 인력이 원활히 확보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이론만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회사의 상황에 부합하는 실무경험을 갖춘 인재를 원활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전산회계 자격증은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다양한 실무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할 것이다.
재무제표를 원활히 읽어낼 수 있는 능력 보다 합리적인 경제인으로서 생활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량이 되었다. 우리가 판단해야 할 많은 경제적 정보들이 재무제표에 기반하여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무제표의 중요성의 증대는 전산회계 관련 전문 인력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아닌가 생각된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