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84)
경제학에서는 시장을 특성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독점시장, 과점시장, 독점적 경쟁시장, 완전경쟁시장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완전경쟁시장은 가장 이상적인 시장으로 꼽히는데, 그것은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시장원리에 따라 수요자와 공급자가 자유롭게 거래할 경우 사회 전체의 만족이 가장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완전경쟁시장은 다른 시장과 다른 어떠한 특성을 갖고 있기에 이러한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을까?
먼저 완전경쟁시장은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는 시장이다. 완전경쟁시장에는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는 사람도 다수이고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도 다수라서 특정 경제 주체가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시장을 말한다. 따라서 각 경제 주체들은 자신의 수요량이나 공급량을 줄이거나 늘려도 시장가격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시장이다. 다시 말해 완전경쟁시장에 참여하는 경제 주체들은 가격 순응자이다.
두 번째로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가 모두 동질적이어서 완전대체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즉,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 제품들이 동일한 물건들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가격 순응자가 되기 위해서도 필요한 요소이다. 특정 제품마다 소비자나 공급자가 다른 제품이라고 평가하게 될 경우 해당 제품에는 다른 가격을 부여할 수 있게 되지만, 제품이 다른 제품과 동일한 제품이라고 생각될 경우 동일한 가격이 부여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공급자나 소비자는 가격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물건에 한 가지 가격만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공급자가 파는 물건이 다른 공급자에 비해 특별히 더 싸다면 모든 수요자들이 그 사람에게서만 물건을 구매하려 들 것이다. 왜냐하면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공급되는 물건이 모두 동일한 물건이라고 고려되기 때문에 같은 물건이라면 가격이 싼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될 경우 물건을 더 싸게 만들어 팔았던 공급자는 모든 물건이 다 팔려 더 이상 팔 물건이 없거나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어 물건 가격을 올리게 될 가능성이 많다. 또는 다른 시장 참가자들이 물건을 더 싸게 팔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동일한 수준에서 물건 가격을 유지하거나 그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가격을 설정하여 모든 수요자들을 독차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경쟁적으로 시장가격을 조정하여 결국 제품의 가격이 한계비용과 동일한 수준에서 형성되는 지점까지 내려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물건의 가격과 한계비용이 같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결국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물건의 가격이 한 가지로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시장 진입과 퇴출의 자유가 있어서 공급자들이 수시로 들어왔다 나갈 수 있는 시장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특성들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완전경쟁시장의 특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거래에 필요한 완전한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거래 중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직업은 바로 거래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 방식을 취하는 직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웨딩플래너이다.
웨딩플래너는 예비 신랑신부의 결혼 준비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모든 준비사항을 체크해 주는 역할을 한다. 결혼은 인생에 있어 평생 가장 중요한 행사일 뿐만 아니라 여러 절차와 여러 사안들을 챙겨야 하는 행사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결혼은 일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기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숙함과 부족한 정보로 고생을 하기 쉽다. 심지어 미숙한 예비 신랑 신부에게 악덕 상술을 부리며, 피해를 유발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계약 내용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현장에서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등의 행태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비 부부들의 결혼 준비를 원활히 돕기 위한 방식들이 다양하게 유발되었는데, 웨딩박람회라든가 웨딩 전문 잡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박람회나 전문지 이외에도 결혼을 전문적으로 준비해 주는 직업이 등장하였으니 웨딩플래너가 그것이다.
웨딩플래너는 결혼 준비를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전문가로써 신랑신부가 원하는 결혼 형식과 내용에 부합하는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예비 부부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결혼 준비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웨딩 플래너의 역할은 완전경쟁시장의 중요한 형성 요인인 거래에 필요한 정보 공유의 기능과 유사한 역할을 해준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웨딩플래너는 결혼 준비 과정을 상품화 하여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예비부부들마다 자신들의 선호도 내지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결혼 방식과 형태를 요구할 듯하지만, 사실 많은 경우 비슷한 규모와 방식의 결혼 준비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웨딩 플래너는 이러한 수요자의 특성에 부합하는 결혼 준비 방식을 규격화하여 이를 제공함으로써 수요자들에게는 편의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조합할 경우 결혼 방식은 수 백 가지로 많아질 수 있다. 그 경우 예비 부부들이 개별 사항들을 면밀히 비교하여 가장 적절한 가격에 최적의 조합을 이끌어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웨딩 플래너가 제시한 결혼 상품처럼 규격화된 형태로 결혼 준비를 진행할 경우 완전경쟁시장에서 제시한 ‘동질의 재화’는 아니더라도 각각의 웨딩 플래너가 제공해 주는 상품들은 이전에 비해 균질화된 상품을 제공해 준다 할 것이다.
웨딩 플래너의 역할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대부분의 예비 부부들은 직장에 종사하면서 결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혼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챙기기 힘들 때가 있다. 이때 역시 웨딩플래너는 큰 힘이 된다. 웨딩플래너는 예비 신랑 신부들을 대신하여 청첩장을 보내주거나 결혼식장 내지 혼수 등을 알아봐 주고 계약해 주는 역할을 한다.
웨딩플래너가 되기 위해 별도의 전문적인 자격증 내지 교육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웨딩플랜 전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관련 정보와 노하우를 축척하는 것이 웨딩 플래너로써 활동하는 주된 경로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웨딩 플래너로써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웨딩 플래너만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학과 내지 교육프로그램이 생겨나기도 하는 등 웨딩플래너로 활동하기 위한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최근 추세가 웨딩 플래너라는 직업의 전망을 단적으로 반영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