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미얀마 동부와 라오스 북부 국경을 가로지르는 메콩강 위로 ‘우정의 다리’란 이름의 교량이 놓였다. 통룬 시술릿 라오스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개통식에서 “우정의 다리는 미얀마와 라오스를 잇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상징한다”며 “라오스는 이 다리를 통해 미얀마와의 무역과 관광을 활성화하고, 앞으로 인도와 방글라데시까지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기봉 한·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센터 무역투자부 부부장은 “메콩강 경제회랑이란 이름으로 인도차이나 반도 동서와 남북을 잇는 수천㎞의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다”며 “서쪽 끝의 미얀마와 동쪽 끝의 베트남까지 차로 72시간 걸리던 것이 이제 48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본·노동력 자유로운 이동 보장
강, 바다, 숲으로 나뉘어 있던 동남아가 하나로 묶이고 있다. 변화는 도로를 놓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브루나이 10개국이 1967년 결성한 아세안은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느슨한 관계를 벗어나 유럽연합(EU)처럼 보다 긴밀한 하나의 정치·경제·문화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올해 말로 예정된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이다. 6억명이 넘는 인구와 2020년 소비지출이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AEC의 단일 시장으로서의 매력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아세안 소속 10개국이 모두 참여해 AEC를 출범시키려는 이유는 위기감 때문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동남아 국가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거대 신흥국이 부상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아세안에서 멀어졌다. 1990년대만 해도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중 60%는 동남아, 20%는 중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이 비율이 역전됐다. 강대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동남아시장이 분절돼 다른 지역보다 투자 효과가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EC의 슬로건은 ‘단일 시장, 단일 생산’이다. 단순히 광범위한 자유무역지대가 아니라 소비 측면에서 단일 시장, 생산 측면에서 단일 생산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상품과 서비스, 자본,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소비자보호·지식재산권·조세 등의 정책을 좀 더 통일성 있게 가다듬을 계획이다.
일본·중국·인도 앞다퉈 구애
거대 소비시장과 동서양을 연결하는 물류 중심지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아세안에 대한 주변국의 ‘구애’는 부쩍 강해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작년 11월 아세안 정상들과 만나 “아세안은 인도의 오랜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를 놓고 아세안 국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도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경제적 잠재력을 내세우며 아세안 국가들을 회유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700억달러가 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동남아에 제공하면서 오랫동안 아세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 ODA 규모가 200억달러에 못 미치는 미국 호주 독일 등을 압도한다. 덕분에 동남아 국민도 아세안의 미래 파트너로 일본이 가장 적당하다고 응답(60%)했다. 중국은 43%, 미국은 40%, 한국은 35%다.
일본 기업의 동남아 진출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6월엔 일본 대형마트 체인 이온몰이 캄보디아 프놈펜에 문을 열었다. 소프트뱅크는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업체 토코피디아에 1억달러를 투자했고,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태국 아유타야은행 지분 72%를 인수했다.
회계 및 전략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제이슨 헤이즈 파트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세계 중산층 소비의 59%가 동남아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며 “자국에서 인구와 소비 감소를 겪고 있는 일본 기업의 76%가 동남아를 최우선 투자처로 삼는다는 설문 결과는 놀라운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임근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igen@hankyung.com
자본·노동력 자유로운 이동 보장
강, 바다, 숲으로 나뉘어 있던 동남아가 하나로 묶이고 있다. 변화는 도로를 놓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브루나이 10개국이 1967년 결성한 아세안은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느슨한 관계를 벗어나 유럽연합(EU)처럼 보다 긴밀한 하나의 정치·경제·문화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올해 말로 예정된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이다. 6억명이 넘는 인구와 2020년 소비지출이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AEC의 단일 시장으로서의 매력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아세안 소속 10개국이 모두 참여해 AEC를 출범시키려는 이유는 위기감 때문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동남아 국가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거대 신흥국이 부상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아세안에서 멀어졌다. 1990년대만 해도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중 60%는 동남아, 20%는 중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이 비율이 역전됐다. 강대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동남아시장이 분절돼 다른 지역보다 투자 효과가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EC의 슬로건은 ‘단일 시장, 단일 생산’이다. 단순히 광범위한 자유무역지대가 아니라 소비 측면에서 단일 시장, 생산 측면에서 단일 생산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상품과 서비스, 자본,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소비자보호·지식재산권·조세 등의 정책을 좀 더 통일성 있게 가다듬을 계획이다.
일본·중국·인도 앞다퉈 구애
거대 소비시장과 동서양을 연결하는 물류 중심지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아세안에 대한 주변국의 ‘구애’는 부쩍 강해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작년 11월 아세안 정상들과 만나 “아세안은 인도의 오랜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를 놓고 아세안 국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도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경제적 잠재력을 내세우며 아세안 국가들을 회유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700억달러가 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동남아에 제공하면서 오랫동안 아세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 ODA 규모가 200억달러에 못 미치는 미국 호주 독일 등을 압도한다. 덕분에 동남아 국민도 아세안의 미래 파트너로 일본이 가장 적당하다고 응답(60%)했다. 중국은 43%, 미국은 40%, 한국은 35%다.
일본 기업의 동남아 진출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6월엔 일본 대형마트 체인 이온몰이 캄보디아 프놈펜에 문을 열었다. 소프트뱅크는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업체 토코피디아에 1억달러를 투자했고,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태국 아유타야은행 지분 72%를 인수했다.
회계 및 전략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제이슨 헤이즈 파트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세계 중산층 소비의 59%가 동남아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며 “자국에서 인구와 소비 감소를 겪고 있는 일본 기업의 76%가 동남아를 최우선 투자처로 삼는다는 설문 결과는 놀라운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임근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