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 도시의 흥망성쇠와 직업의 선택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번성하는 도시가 있는가 하면, 쇠퇴하는 도시가 있다. 미국의 경우 디트로이트 시는 196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 4대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는 디트로이트 시 전체 인구의 85%에 해당하는 100여만명이 타지역으로 이주하였으며, 남아 있는 디트로이트 시민의 연평균 소득 또한 여타 미국 도시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업률 또한 여타 지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고, 범죄율은 뉴욕의 10배 이상 높아진 적도 있다. 심지어 2013년에 미국 역사상 지방자치단체 도시 최초로 파산 보호 절차를 밟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한때 미국 최고의 도시였던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자동차산업에 기인한 바가 크다. 자동차산업의 쇠퇴와 함께 2000년대 들어 거주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세수입 감소와 방만한 도시 운영으로 무려 2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도시는 흥하고 어떤 도시는 쇠퇴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단 하나의 답변으로 대답하기는 불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도시에 대한 또 다른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특정 분야에 종사하는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美 전체 연예인의 75%, LA 거주

[직업과 경제] 도시의 흥망성쇠와 직업의 선택
저명한 도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전체 영화배우, 방송인, 코미디언 등 연예인의 75% 이상이 LA에서 일하며 LA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워싱턴DC는 경제학자, 수학자, 천문학자의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체 정치인의 78%가 거주하고 있다. 이 밖에도 패션 디자이너의 절반 이상이 뉴욕에 거주하고 있으며, 석유공학 분야의 엔지니어들의 30% 이상이 휴스턴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사실들은 도시의 흥망성쇠가 특정 직업 혹은 산업의 실업률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 도시나 국가의 고용 상황을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실업률이다. 실업률이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이러한 실업률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용 관련 통계가 어떠한 기준으로 취업자와 실업자를 분류하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고용통계상 가장 큰 분류 기준은 노동가능인구다. 노동가능인구란 노동에 투입할 수 있는 ‘15세 이상 인구’로 정의하는데, 이는 단순히 노동 가능성 여부를 나타내는 기준이다. 노동가능인구는 고용 통계에서 가장 광의의 분류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크게 노동가능인구와 노동가능제외인구로 구분한다. 15세 이상 인구라 하더라도 경제활동에 참여해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군인과 수감자는 노동가능인구에서 제외된다.

도시마다 천차만별인 실업률

노동가능인구는 경제활동 참가 의사를 기준으로 다시 두 그룹으로 분류된다. 이들 중 적극적으로 경제활동 참가 의사를 표현한 사람이거나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따라서 경제활동인구는 노동가능인구 중에서 일에 종사하고 있거나 취업을 하기 위해 구직활동 중에 있는 사람들이 해당된다. 이 중 실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취업자, 경제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열심히 구직활동 중인 사람들이 실업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실업률은 전체 인구 중에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사람으로 집계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거나 현재 참여하고 있는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아직 직업을 구하지 못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집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대표적으로 비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전업 주부,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 일을 할 수 없는 고령자 및 심신장애자, 자발적으로 자선사업이나 종교단체에 관여하는 사람 등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구직포기자다. 구직포기자는 고용 통계 분류상 어디에 속하게 될까? 우리는 대게 직장을 구하다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들을 가리켜 실업자라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구직포기자를 정확히 지칭하는 용어는 비경제활동인구다. 실업자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현재 구직활동을 수행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구직활동을 포기할 경우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지게 되며, 그로 인해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비율로 집계되는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된다.

거주지따라 개인 富 달라져

도시마다 실업 상황이 크게 다른 이유는 구조적 실업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구조적 실업은 산업의 구조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실업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업의 형태다. 사양산업과 신흥산업이 급변하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사양산업에 종사하였던 노동자들은 신흥산업으로 이동하지 못해 유발되는 실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 우리는 카세트테이프와 LP 등을 통해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이후 CD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MP3 파일 형태로 음악을 듣는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카세트테이프나 LP판을 만드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감이 줄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처럼 경제 구조 내지 산업 구조가 변화해 유발되는 실업이 구조적 실업이다. 과거 번성했던 많은 도시들이 몰락하고 새로운 도시들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구조적 실업이다. 런던과 뉴욕이 여전히 발달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첨단 산업인 금융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며, 실리콘밸리가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원동력은 정보기술(IT)산업 덕분이다. 하지만 미국의 산업구조가 변모함에 따라 쇠퇴하고 있는 자동차산업과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던 디트로이트나 피츠버그는 점차 쇠퇴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이처럼 특정 지역의 발달과 쇠퇴를 설명하는 데 있어, 고용과 실업의 관점은 충분한 설득력을 더해준다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사실은 개인의 경제적 풍요로움과 취업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어느 도시 어느 지역에 사는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가들이 집성하고 있는 도시에서 성장한 사람과 과학자들이 즐비한 도시에서 성장한 사람이 앞으로 어떠한 직업을 갖게 될 것인지에 대해 떠올려보라.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지금 내 직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커다란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왜 거주지가 중요한지 쉽게 답을 얻지 않을까 싶다.

■실업률

고용동향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의 생산연령인구 중 학생 주부 환자 군인 수감자 등 노동할 능력과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인구, 즉 취업자+실업자)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일컫는 말이다. 실업률(%)=(실업자/경제활동인구)×100의 계산식으로 산출된다.

■구조적 실업

산업부문 간 노동수급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실업을 가리킨다. 경제 전체적으로 노동에 대한 수요가 있더라도 어떤 산업부문에서는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 소비 유행의 변화, 경제 활동의 중심지 변동 등의 변화에 따른 노동 수요 변화로 나타난다. 또 노동자가 교육수준, 숙련도, 연령 등이 모두 달라 노동 초과공급이 나타나는 산업부분으로부터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