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2) 스웨덴·덴마크의 '복지국가사회주의' 폐해

덴마트·스웨덴 조세부담률 40%
고임금 겹쳐 제조업 경쟁력 떨어져
스웨덴, 전문 의사 상담 90일 대기
한때 시중에는 덴마크와 스웨덴의 복지국가 체제를 찬양하는 사람들과 뉴스로 가득했다. 과연 두 나라는 성공한, 그래서 본받아야 할 복지국가인가. 한 마디로, 두 나라의 복지국가 체제는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복지국가 체제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폐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위대한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간섭주의의 변종인 복지국가는 종국에는 ‘복지국가사회주의(welfare state socialism)’로 귀결된다고 역설했다. 두 나라 복지국가 체제의 특징은 ‘일하지 않는 자 풍요로울 수 없다’는 구호에 잘 나타나 있다. 복지정책은 기본적으로 근로에 따르는 소득에 비례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 실업 등의 이유로 소득이 없는 경우를 위해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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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 복지국가 체제는 ‘양성생계부양자모델’에 기초하고 있다. 양성생계부양자모델이란 부부가 모두 일을 해 돈을 벌고, 각자 세금을 내며, 연금을 포함한 각종 복지 수급도 각자가 받는 가족부양 방식을 말한다. 두 나라에서 정상 성인이 대낮에 놀고 있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특 히 세금은 소득이 낮은 사람도 예외가 없다. 실업보조금과 같은 각종 복지혜택도 소득의 일종으로 간주해 정부는 세금을 징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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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가 복지국가 체제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완전고용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실업률은 1994년에 8.0%까지 치솟았다가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다시 7~8%대가 됐다.

두 나라의 청년실업률은 더 심각하다. 덴마크는 2012년에 14.1%였고, 스웨덴은 2010년에 25.2%였다. 그러나 두 나라의 공식실업률 수치는 실제보다 낮게 측정된 것이다. 보조금 제도를 악용하는 등 실업 통계수치가 조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식 청년실업률만으로도 스웨덴은 유럽에서 최고 수준이다. 최근에는 노르웨이와 같은 이웃 나라에 취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실업률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평등을 위해 완전고용정책을 추구하는 데 완전고용정책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근간으로 한다. 둘째 노동조합 조직률이 매우 높아서 임금이 자유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보다 높다. 두 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70~80%대다. 셋째 해고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두 나라 복지국가 체제는 복지 재원을 주로 조세에 의존한다. 그 결과 국민부담률이 매우 높다. 조세부담률을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2012년 현재 덴마크 48.0%, 스웨덴 44.3%다. 역사적으로 보면 스웨덴의 국민부담률 인하폭이 큰 편인데 그것이 복지국가 체제의 지속 불가능성을 입증하는 간접적인 증거로 볼 수 있다. 덴마크, 스웨덴 두 나라 모두 부자의 부담률은 평균보다 훨씬 높다. 과거에는 없었던 탈세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자본의 이동성에 직면해 법인세율을 1970~1980년대 50%가 넘는 수준에서 1991년 30%, 1994년 28%, 2009년 26.3%로 인하해왔다. 그러나 스웨덴의 법인세율은 유럽연합(EU) 평균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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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체제가 되면서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몇 가지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교회, 자선단체, 가족 등과 같은 민간 조직의 자선행위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복지혜택이 인간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말라버리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족을 돌보는 일과 같은 것마저도 국가가 담당함으로써 가족 구성원의 유대관계가 느슨해졌다. 스웨덴은 소득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자살률도 세계에서 10위 내외로 낮은 것이 아니다.

1870년 시점에 스웨덴은 산업혁명 후발국이었기 때문에 국민소득은 유럽에서 가장 낮았다. 그러나 1870~1950년 스웨덴은 고도의 경제적 번영을 구가했다. 무엇보다도 1860년대부터 1950년까지 펼쳐진 자유주의적 개혁·개방과 재산권 보호 정책 덕분이다. 그러나 1950년부터 1973년까지 지속적으로 시행된 복지정책으로 인해 스웨덴 경제는 활력을 잃고 지속적으로 추락했다.

스웨덴은 1950년 유럽에서 국민소득 1위였지만 1971년 4위, 1988년 7위, 1994년 17위로 추락했다. 특히 제조업 경쟁력 하락은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볼보가 중국계 자본에 매각됐고, 사브가 네덜란드계 자본에 넘어간 사실은 기계 공업의 중심이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 넓게는 제조업이 스웨덴에서 붕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부문은 교육, 의료 등이다. 교육, 의료 부문은 사회주의다. 모든 시설은 국가 소유이고 교사, 의사, 간호사 등은 모두 지방공무원이다. 의료 시술 비용은 대부분 무료이고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매우 적다. 교육도 의료와 유사하다. 그러므로 교육에서도 의료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의료시설과 의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배급제’ 의료를 시행하고 있다. 배급제란 병원마다 환자 수가 할당되고 수술의 경우에도 순서가 정해진다. 대기시간도 매우 길다. 초기 진료 뒤 전문의를 만나기까지 90일 이상이 걸린다. 배급제와 대기시간이 긴 것은 스웨덴에서 의사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의료 인력 양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 연봉은 노동자 전체 평균소득의 약 2~3배 수준이다. 그러나 이 금액은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의사 평균 임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의료 인력도 상황은 비슷하다. 물론 의료시설도 충분하지 않다.

두 나라가 비록 보편적 복지국가 체제의 근간을 유지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폐해와 그 폐해의 누적으로 최근에는 각 부문과 산업에 자본주의적, 준(準)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효율성, 다양성, 선택의 자유 등을 보호하고자 하고 있다. 게다가 스웨덴은 복지정책의 매우 중요한 부분인 연금제도에서 보편주의를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전용덕 <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