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한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을까?’ 자신을 향한 이런 질문은 청소년기에 어렴풋이 시작되며 일생은 그 답을 찾는 여행과 같다. 뿌리를 찾는 개인의 욕망을 인류로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인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구의 진화 과정 중 마지막 단계에 나타난 생명체이지만 지구 환경에 가장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최초의 동물, 인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하빌리스, 네안데르탈인 등 현재까지 발견된 인간 종은 모두 27종이지만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현생 인류)’만 멸종하지 않고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직립보행과 큰 뇌로 생존할 수 있었던 현생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고리가 연결됐다. 2년전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던 화석이 최근 280만년 전 인류의 화석으로 밝혀졌다. 가장 오래된 인류의 직계조상 화석의 발견으로 인류 진화 역사가 수십만년 앞당겨졌다.
[포커스] 280만년전 인류화석 발견…인류진화의 고리 연결되다
가장 오래된 인류 직계 조상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 등 국제공동 연구진은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2년 전 발견된 아래턱뼈 화석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이른 사람속(屬) 인류의 화석보다 40만년 앞선 280만년 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280만년 전은 인간보다는 원숭이에 훨씬 가까웠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도구 및 불을 쓰는 초기 인류인 ‘호모 하빌리스’의 중간단계 시기이다. 이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 중에 가장 오래된 인류의 직계조상의 발견이다. 인류 진화의 역사를 수십만년 앞당긴 것으로, 화석은 발견된 지역인 레디-게라루(Ledi Geraru)의 이름을 따 LD 350-1이라는 임시 이름이 붙여졌다.

300만년 전까지 번성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240만~250만년 전 등장한 호모 하빌리스·호모 루돌펜시스 사이에 50만년의 시간 간격이 너무 길고 두 인종이 급격히 달랐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50만년 사이에 갑자기 뇌 용량이 수백㎖ 커지고, 턱이 확 줄어들었다는 것은 진화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아 두 종족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는 다른 종족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해왔다. LD 350-1의 발견으로 초기 사람속에 속하는 인류 진화과정의 중간단계인지 아니면 새로운 종의 발견인지는 추가 연구할 계획이다.

재조명되는 호모 하빌리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와 영국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CL) 연구진은 최근 턱뼈, 치아 등 일부만 남아 있는 호모 하빌리스의 화석(OH7)으로 두개골 복원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연구 결과 알려진 것보다 아래턱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훨씬 비슷하고 두개골 용량은 호모 에렉투스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첨단 3D 영상기술을 이용해 호모 하빌리스의 전체 두개골 모습을 복원하였더니 좁고 긴 아래턱은 지금까지 가까운 관계로 인식돼온 호모 에렉투스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와 훨씬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뇌 크기는 알려졌던 수준보다 커서 호모 에렉투스와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초기 인류가 턱 형태에서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210만~160만년 전 사람속 안에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 호모 루돌펜시스 등 3종의 조상 인류가 공존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호모 하빌리스는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으로 추정되는 화석 인류이다. 인간을 뜻하는 homo와 ‘다루기 쉬운, 편리한, 손쉬운’이라는 뜻의 라틴어 hblis’가 합쳐져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발달한 조직 사회 문화를 구성하고 도구를 사용해 고기를 절단하거나 청소를 하기도 했다. 신체구조는 현 인류와 흡사한 작은 턱뼈와 큰 뇌를 지녔다.

현인류·직계조상 분류 ‘사람속’

인류는 800만년 전 원숭이와 진화 방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뒷다리로 일어서는 것이었다. 400만년 전 등장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두 발로 걸었던 최초의 종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 용량이나 아래턱 뼈 모양이 원숭이와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인류의 직계 조상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인간을 학술적 분류체계로 따지면 ‘유인원과(科)·사람속(屬)·인간종(種)’인데,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인간과 함께 유인원과에 속하지만 사람속은 아니다. 사람속은 현생인류와 그 직계 조상을 포함하는 분류이다. 원숭이로부터 갈라져 나와 현생인류로 이어지고 있는 진화의 갈래라고 할 수 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김지환(동국대 정치외교학, 3년) mu7beck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