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민주당 참패…8년만에 여소야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0년에 이어 두 차례의 중간선거에서 모두 지는 수모를 당했다. 4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하원 의석 63석을 내주며 다수당 지위를 잃었다. 당시 민주당은 상원 의석 6석을 잃고도 가까스로 다수당 자리를 지켰지만 이번 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에서도 밀려나는 참패를 당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여실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임기를 2년 남겨둔 오바마 대통령은 급격한 권력누수(레임덕)에 처하게 됐으며 2016년 차기 대권경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다.공화당 의회권력 독차지
공화당은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전체 상원의원(100명)의 3분의 1 정도인 36명 그리고 주지사 36명을 선출한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자리를 유지하면서 상원까지 장악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 아이오와 웨스트버지니아 아칸사스 몬태나 사우스다코다 주의 민주당 상원을 빼앗았다. 6일 기준 개표 결과 공화당은 기존 45석에서 최소 52석, 많게는 55석을 확보할 전망이다.
의회권력이 완전히 공화당으로 넘어가고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한 이래 8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탄생했다. ‘다수당 독식’ 원칙에 따라 공화당은 하원에 이어 상원 상임위원장도 모두 차지한다. 미 의회 의사결정이 철저히 다수결 원칙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온실가스규제 행정명령 등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정책을 법률로 무효화할 수도 있다.
하원 435명 전원을 뽑는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의석 수를 현재 231석에서 최소 245석 이상으로 늘릴 전망이다. 이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 이후 64년 만에 공화당의 최다 하원 의석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공화당은 주지사 선거에서도 압승했다.
오바마에 ‘정치실종’ 책임 물어
전문가들은 공화당의 승리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그에 따른 반사이익이 보다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 출구 여론조사 결과 투표자의 60%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불만스럽다’ 또는 ‘화가 난다’고 응답했지만, 마찬가지로 60%가 공화당 지도자들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인이 오바마 대통령 재선 이후 2년 동안 법률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의 교착상태에 염증이 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회복과 직결되는 이민법개혁, 세제개혁, 인프라투자확대 등이 수년째 의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유권자들은 그 책임을 공화당을 달래고 설득하지 못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물었던 셈이다. 표심을 가른 3대 변수는 경제와 오바마케어, 외교정책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약한 경제회복, 그리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세력(IS) 및 에볼라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은 경제였고 그 다음은 오바마케어였다. 오바마케어 강제 시행으로 개인 및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비용 증가에 직면한 점도 오바마 대통령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오바마, 국정운영 기조 바꾸나
오바마 대통령은 기로에 서게 됐다. 의회와 담을 쌓고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기존 국정운영 스타일을 고수할지, 아니면 세제개혁·자유무역협정(FTA) 등 공통 관심사안에 대해 공화당과 손을 잡고 타협의 정치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시민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변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NB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7%가 오바마 태동령이 국정 운영 방향을 ‘상당히’ 또는 ‘많이’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켄 두버스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 동안 뭔가 성취하고 싶다면 행정부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정치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때로는 지지자들의 의견을 과감히 거부하고, 반대자의 의견을 수용할 수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원 다수당 대표가 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당선 연설에서 “우리는 서로 동의하는 이슈를 함께 풀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양당 시스템이라고 해서 영구적으로 충돌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오바마와 민주당 측에 타협의 정치를 촉구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국정운영 기조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는 중간선거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중간선거 참패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앞으로는 의회와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해 7일 양당 지도부를 백악관에 초청해 회동했다. 워싱턴 정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재임기간 ‘업적(legacy)’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공화당과 대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 첫 시험대가 이민개혁법과 법인세 개혁이 될 것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김순신 한국경제신문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