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1명·비행시간 23분…1914년 날개 편 민간항공
90도 눕혀지는 좌석·태블릿PC까지…
1903년 12월17일은 라이트 형제(Wright, Orville and Wilbur)가 인류 최초로 조종 가능한 비행기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날이다. 비록 조종사 한 사람밖에 탈 수 없는 단순한 형태의 비행기였지만 라이트 형제의 비행은 10여년 후 인류 최초의 민간 항공기가 이륙하는 토대가 됐다. 100년의 세월을 지나 항공기술은 산업·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현대사회의 중추적인 이동·운송 수단으로 매일 854만명(연 31억명)이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세계 이곳저곳을 누빈다. 항공 산업은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제조업의 꽃’이자 미래산업의 핵심 분야로 항공 분야가 손꼽히는 이유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 항공기 시대가 도래할 만큼 상상하지 못한 발전을 일궈온 민간 항공기의 역사. 다가올 100년의 역사 속 시·공간에 그려질 모습이 궁금해진다.

최초 승객 ‘경매’ 통해 선정

올해는 민간 항공 출범 100주년이다. 민간 항공기를 통해 세계 각지로 수송되는 화물은 연간 5000만t(하루 14만t)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5700여만명이 현재 민간 항공업계에 종사하고 있고 글로벌 경제활동에 기여하는 가치는 2조2000억달러로 추산된다.

1914년 1월1일 미국인 토머스 베노이스트의 수상항공기가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항만을 이륙해 23분간 비행한 것이 세계 최초의 민간 항공기 비행이다. 승객은 경매를 통해 400달러(현재 화폐가치 9300달러)를 지급한 세인트피터즈버그 시장 1명뿐이었다.

최초 민간 항공사는 1919년 네덜란드의 전직 조종사 알레르트 프레스만이 주축이 돼 설립된 KLM이다. 국내 최초 항공사인 ‘대한국민항공사(KNA)’는 1946년에 출범했다. 1929년 설립된 조선비행학교를 모태로 하며 대항항공의 전신이다.

비행기 내에서 영화 시청은 언제부터 가능했을까. 1961년 인플라이트 모션 픽쳐스의 데이비드 플랙서가 상업용 항공기에서 상영 가능한 16㎜ 필름 시스템을 개발했다. 같은 해 미국 트랜스월드항공이 비행 중 존 스터지스 감독의 ‘사랑이 머무르는 계절’을 상영하면서 기내 영화 시대가 열렸다.

‘쇼팽공항’ ‘칭기즈칸공항’
[Focus] 민간항공 100년…年 31억명,세계의 하늘을 누빈다
1951년에 한국 최초 민간 항공기가 등록됐다. 이후 국내 항공기 등록 대수는 꾸준히 증가해 올해 600대를 넘어섰다. 총 643대로 10년 전과 비교해 221%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운송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951년 1대를 시작으로 1961년 9대, 1981년 93대, 2001년 281대, 2011년 550대, 2014년 643대로 증가했다. 국토부는 민간항공기의 수가 최근 3년 동안 연 100대씩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2020년에 1000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항공기와 필연적으로 함께하는 공항의 역사도 100여년이 됐다. 세계 최초의 공항은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에 의해 1909년 미국 메릴랜드에 건설됐다. 하지만 최초 공항은 기본시설 없이 황량한 비행기 이착륙장에 불과했다. 이후 제대로 형태를 갖춘 공항은 1916년 런던 교외에 세워진 크로이던공항부터다. 유명한 인물의 이름을 딴 다채로운 국제공항의 이름도 재미있다. 로마의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 바르샤바의 쇼팽공항, 뉴욕의 케네디공항, 로스앤젤레스 존웨인공항, 울란바토르 칭기즈칸공항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인천공항도 한때는 ‘세종공항’으로 이름 짓자는 여론이 있었다.

‘무인’ 민간 항공기 시대 도래
[Focus] 민간항공 100년…年 31억명,세계의 하늘을 누빈다
눈부신 항공기술 개발은 미래에 모든 항공기가 컴퓨터와 자동 비행장치 등 무인 시설에 의해 운항될 수 있다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그 실현 가능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는 무인 항공기 분야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민간 무인항공기 운영을 제도화하면서 현재 미국 캐나다 등 외국에서도 민간무인항공기 실용화 기술 개발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계 무인항공기 시장은 올해 7조원에서 2023년 1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2022년 국토 해양감시와 항공촬영, 수송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민간 무인항공기 실용화할 전망이다. 다양한 국산 민간 무인항공기술의 개발과 보급기반을 갖춰 농약 살포, 산불 감시, 기상 관측 등 다양하게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무인기의 민간 활용이 급증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무인기 운영을 허가받은 업체가 올해 들어 80% 증가했다. 민간항공국(CAA)에 따르면 영국 내 무인항공기 운영 업체는 359개사로 늘어났으며 활동범위도 보안·측량·정보수집·항공촬영·영화제작 등으로 확대됐다. 인구 1000명 이상 인구밀집지역의 주택시설 근처에서 무인기 비행을 금지시키고 있지만 불법 정보수집과 감시활동이 늘어나 민간 무인기의 역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