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뽀통령'부터 라바까지…한국은 '토종 캐릭터' 천하
아이들의 대통령, 모든 아버지들의 라이벌은 누구일까? 정답은 ‘뽀롱뽀롱 뽀로로’(이하 뽀로로)다. 뽀로로는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우상으로 아이들의 대통령, 이른바 ‘뽀통령’으로 불린다. 그 위엄은 실로 대단하다. 1조200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고 상표가치 8500억원, 경제효과 5조7000억원으로 평가되며 세계 130국에 수출하고 있다. 뽀로로 관련 상품이 2000개를 넘어 토종 캐릭터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인기를 한몸에 받는 토종 캐릭터는 뽀로로뿐만이 아니다. ‘라바’와 ‘로봇카폴리’ ‘또봇’ 등도 큰 인기를 끌면서 미국의 미키마우스나 일본의 아톰 부럽지 않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국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일본으로 양분됐던 캐릭터 산업이었지만 한국 시장만큼은 토종 캐릭터 천하라 할 만하다.

디즈니, 뽀로로 판권 1조원 러브콜

‘뽀로로 키즈카페’ ‘뽀로로 공연’ ‘뽀로로 장난감’ ‘뽀로로 유모차’ ‘뽀로로 음료’ 등 뽀로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상품은 2000여종이 넘는다. ‘뽀로로 우표’는 발매 3주 만에 400만장 넘게 팔렸다. 유아의 집중력을 고려해 5분 내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짧은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2003년 방송을 시작해 올해 11살이 된 국산 브랜드로 세계 각지로 수출된다. 프랑스 국영방송에서는 47.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국제적인 캐릭터로 붐을 일으키면서 2011년에는 미국 디즈니사가 뽀로로 판권을 1조원에 사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뽀통령에 맞서 ‘폴 총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로봇카폴리는 100개국에 진출해 토종 캐릭터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또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인 ‘라인 프렌즈’도 인기다. 특히 중국에서 라인 프렌즈 인기가 치솟으면서 관련 상품매출도 크게 늘었다. 전지현·김수현 주연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방영된 후 인기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문화콘텐츠 관련업자는 “10년 전만 해도 토종 캐릭터가 미국·일본산 제품에 밀려 시장 매출이 5% 이하였다. 토종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면서 국산 캐릭터 매출액이 50% 이상으로 늘었고 해외 진출까지 이뤄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주목

현재 토종 캐릭터들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도 즐길 수 있는 캐릭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캐릭터 유통 경로도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보다 광범위하고 빠르게 이뤄진다. 각종 산업용품은 물론 지자체 브랜드로도 쓰일 만큼 활용도가 높아졌다.

캐릭터는 단순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콘텐츠 수출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 진출이 용이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가 뛰어나 2013년 3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됐다.

이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캐릭터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콘텐츠 창업 및 창작 활성화와 인재 양성, 분야별 콘텐츠 경쟁력 강화, 협력체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콘텐츠 산업 진흥안’을 마련했다. 올해 300억원 규모의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산업 진흥 예산이 편성했다. 일본 정부도 ‘쿨 재팬(매력적인 일본)’이라는 문화 운동을 통해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등 자국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국부를 창출하겠다는 21세기 국가전략을 펼쳐오고 있다.

미·일 세계시장 점유율 63%

올해 여든 살의 미키마우스의 연봉은 8조원에 달한다. 미키마우스 관련 상품은 1만6000종. 1974년생인 헬로키티는 5만여개 상품이 판매되고 있고 60여개국에 수출된다. 완구는 물론이고 식품 화장품 전자제품 가구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미국은 캐릭터 산업의 발상지이자 전 세계 캐릭터 시장의 56.3%를 차지하는 명실상부 캐릭터 강국이다. 2위인 일본 역시 헬로키티 건담 등 국제적 인기를 끄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미·일의 캐릭터는 오랜 시간 인기를 지속해 ‘시간의 벽을 넘는 생명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토종 캐릭터의 장기적인 인기를 위해 미흡한 저작권 보호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무명 작가의 데뷔작인 ‘그림빵’이 미약한 저작권 보호의 대표적 사례다. 구름빵은 2005년 한솔교육에서 나온 아동용 그림책으로 원작자는 계약 당시 모든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겼고 총 1850만원을 받았다. 구름빵은 40만권 이상 판매되고 뮤지컬·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큰 성공을 거뒀지만 판권을 한꺼번에 출판사에 넘겨 2차 콘텐츠 제작에서 배제됐다. 출판사와 저작자 간 불공정 계약 등과 같이 콘텐츠 생산자의 창작 의욕을 가로막는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