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두근두근 월드컵' 휘슬이 울린다…글로벌 마케팅 전쟁 휘슬도 울린다
세계 3대 스포츠 대회는 월드컵, 올림픽, F1(포뮬러 자동차 경기)이다. 이 가운데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는 단연 월드컵이다. 단일 종목인 축구에 한 달 동안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글로벌 스포츠 축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오는 13일에 드디어 개막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누적 시청자 수가 430억명에 달할 정도였으니, 전 세계 스포츠팬의 관심이 브라질을 향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 전쟁도 한창이다. 월드컵 마케팅은 월드컵을 이용해 기업들이 제품을 홍보하거나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월드컵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전 유통 식음료 등 다양한 이벤트 열기가 뜨겁다.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경연장’

월드컵 마케팅(Worldcup marketing)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을 이용해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선전하거나 판매를 촉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월드컵은 전 세계 수십억명이 경기를 시청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인지도 향상과 신규 고객 창출 기회가 큰 매력적인 마케팅 경연장이다. 특히 월드컵에서 독점적 마케팅 활동을 보장받는 공식 후원업체들은 투자 대비 10~20배에 이르는 유·무형의 홍보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최대의 마케팅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공식 파트너는 아디다스·코카콜라·현대기아자동차·에미리츠·소니·비자 등 6개 기업이다.

[Focus] '두근두근 월드컵' 휘슬이 울린다…글로벌 마케팅 전쟁 휘슬도 울린다
1974년 서독 월드컵부터 월드컵의 상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월드컵 마케팅 등장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는 코카콜라 등이 처음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후원기업에 독점권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월드컵 마케팅이 공식 후원업체가 월드컵 로고·경기장의 광고판 등을 활용해 홍보하는 것이라면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지만 월드컵 단어·로고 등을 쓰지 않으면서 월드컵 분위기를 전달해 우회적으로 홍보하는 마케팅 기법도 있다. 이를 앰부시 마케팅 (ambush marketing) 혹은 매복 마케팅이라고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SK텔레콤은 공식 스폰서로 지정된 KT를 제치고 ‘붉은 악마’ 캠페인으로 매복 마케팅 효과를 크게 봤다.

누적 시청자 수 430억명

월드컵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 중 가장 많은 수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치러진 17일간 누적 시청자 수는 47억명. 2009년 F1 대회기간(9개월) 누적 시청자 수는 23억명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누적 시청자 수는 30일간 430억명이다. 월드컵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중에서 최단 시간 동안 최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노출시켜 기업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올림픽과 달리 월드컵은 경기장 내에 기업 광고판을 설치할 수 있어 기업이 TV 중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 세계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 월드컵 팬은 월드컵 기간 중 행동 양식과 라이프 스타일이 비교적 동질성을 갖게 되기 때문에 기업이 타깃 고객 특성을 구체화해 대응하기가 수월한 이점도 있다.

대회 때마다 월드컵 마케팅 방법도 달라진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TV와 인터넷 등의 매체 외에 소수의 파워 블로거 위주로 소비자 참여가 이뤄졌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부터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등장으로 다수의 일반 소비자들로 참여 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경우 TV나 인쇄 매체와 달리 국제축구연맹(FIFA)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기업들의 매복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개막전부터 30% 판매 증가

[Focus] '두근두근 월드컵' 휘슬이 울린다…글로벌 마케팅 전쟁 휘슬도 울린다
국내 기업들도 브라질 월드컵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지난 월드컵대회 때도 특수를 톡톡히 누린 전자, 유통, 식음료 업계까지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감안해 화려한 이벤트는 자제하는 모습이다.

가전업계에 월드컵은 4년마다 돌아오는 가장 큰 대목이다. 보통 개막 한 달 전부터 TV 판매량이 전년 대비 25~30%씩 증가한다. 이번 대회에도 가전업체들은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55인치 이상 TV를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16강에 진출하면 500명, 8강에 진출하면 1000명, 5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유통업계도 열을 올리고 있다. H백화점은 우승팀을 맞히면 최대 1억원을 지급한다. 현대차는 브라질이 이번 대회에서 여섯 번째로 우승하면 현대차를 산 고객에게 보증기간을 현재 5년에서 6년으로 1년 연장해주는 ‘헥사(Hexa·6이라는 뜻) 캠페인’을 한다. 식음료 업계도 월드컵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 중이다. 특히 코카콜라의 마테차는 남미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여름 다이어트 시즌과 맞물리면서 남미 여성의 몸매 관리 비법으로 마테차를 마신다는 마케팅 포인를 활용해 전년 동기 대비 242% 판매가 급증했다.

비영리기구 FIFA는 ‘합법적 마피아’?

월드컵은 올림픽과 다르게 상업성이 매우 짙은 스포츠 이벤트다. 비영리기구인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자본 논리에 따라 거래해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후원금과 중계권료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209개 회원 단체를 두고 있는 FIFA는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에 독점적 권리를 가진다. 방송중계권과 독점적 마케팅 권한 등 월드컵과 관련한 모든 비즈니스를 다국적 기업에 선택적으로 허용하고 거액을 받는다. 일부에서 FIFA를 ‘합법적 마피아’로 부르는 이유다.

월드컵의 수익구조는 크게 세 가지다. 공식 후원사의 스폰서 비용, TV 중계권료와 프로그램 판매 및 관람료 수입인 직접 판매수익이다. FIFA는 월드컵 기간에 공식 후원사 외의 기업 제품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다. FIFA 예산은 4년 주기로 집행된다. 전체 예산의 90%를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중계권료 및 마케팅 권리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2011~2013년도 총 매출은 36억2200만달러(약 1조7016억원)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3년간 벌어들인 28억9800만달러와 비교해도 25% 늘어난 것이다. 2013년 말 기준 FIFA의 유보금은 14억3200만달러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