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출신 앤디, 저널리스트 꿈 품고 뉴욕행
하지만 이력서는 번번이 퇴짜…우여곡절 끝 패션잡지에 취직
악명높은 편집장 비서 취업
삭막한 패션계에 빠져 저널리스트의 꿈은 잊어가는데…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를 통해 본 명품의 경제학
하지만 이력서는 번번이 퇴짜…우여곡절 끝 패션잡지에 취직
악명높은 편집장 비서 취업
삭막한 패션계에 빠져 저널리스트의 꿈은 잊어가는데…
![[시네마노믹스] 모두가 선망하는 프라다·샤넬도 젊은이의 꿈을 주저앉히지는 못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05/AA.8710299.1.jpg)
![[시네마노믹스] 모두가 선망하는 프라다·샤넬도 젊은이의 꿈을 주저앉히지는 못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05/AA.8710304.1.jpg)
단화에서 하이힐, 지하철에서 택시
평소 지하철을 타던 앤디는 ‘런웨이’에서 일을 시작한 뒤부터는 택시를 타고 다닌다. 신발도 낮은 단화에서 높은 하이힐로 바꿔 신는다. 자고 일어나면 트렌드가 바뀐다는 패션계에서 워낙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앤디에게 다가온 근본적인 변화는 소득이 생겼다는 점.
소득의 변화는 수요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일을 하며 돈을 벌기 시작한 앤디는 지하철과 낮은 단화 대신 택시와 하이힐을 소비한다. 이때 택시와 하이힐은 정상재(normal goods)에 해당한다. 정상재란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을 때, 실질소득이 늘어나면(줄어들면) 수요도 늘어나는(줄어드는) 재화다. 반면 지하철과 단화는 열등재(inferior goods)에 속한다.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늘어날수록 수요가 줄어드는 재화를 뜻한다.
![[시네마노믹스] 모두가 선망하는 프라다·샤넬도 젊은이의 꿈을 주저앉히지는 못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05/AA.8728965.1.jpg)
모든 재화가 명확하게 정상재와 열등재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재화가 생활 환경이나 문화 차이 등에 따라 정상재가 되기도 하고 열등재가 되기도 한다. 재화의 수요는 다른 재화의 가격, 소비자의 소득, 취향, 장래에 대한 예상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명품을 사는 심리
‘악마’ 같은 상사 미란다 밑에서 죽기 살기로 버티던 앤디는 어느덧 회사생활에 익숙해진다. 암호 같던 디자이너 이름과 명품 브랜드도 알아듣고, 촬영이 끝난 소품을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여유도 생긴다. 앤디가 잡지사에 선물로 들어온 가방을 친구에게 선물로 주자 그는 “세상에, 새로 나온 마크 제이콥스잖아. 지금 내 형편엔 가질 수도 없는 거야!”라며 좋아한다.
![[시네마노믹스] 모두가 선망하는 프라다·샤넬도 젊은이의 꿈을 주저앉히지는 못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05/AA.8728966.1.jpg)
널 대신할 사람은 5분 안에 구해
미란다는 자선파티에 비서인 앤디와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분)를 데리고 간다. 앤디와 에밀리의 역할은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의 이름과 프로필을 귓속말로 알려주는 것. 바쁜 미란다가 모든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다 외울 순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경제학의 재화적 관점에서 보면 편집장인 미란다와 비서인 앤디, 에밀리의 관계는 보완적이다. 보완재는 두 재화를 따로따로 소비할 때보다 함께 소비할 때의 효용이 더 큰 재화다. 예를 들면 커피와 설탕, 펜과 잉크, 바늘과 실의 관계다. 커피 가격이 올라 수요가 줄면 설탕의 수요도 줄어드는 것이다.
![[시네마노믹스] 모두가 선망하는 프라다·샤넬도 젊은이의 꿈을 주저앉히지는 못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05/AA.8728967.1.jpg)
미란다는 파리 패션위크에 데려갈 비서로 에밀리 대신 앤디를 뽑는다. 에밀리와 앤디는 대체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일이 힘들다고 속상해하는 앤디에게 런웨이의 아트디렉터 나이젤(스탠리 투치 분)이 “그럼 그만둬. 너를 대신할 사람은 5분 안에 구할 수 있어”라고 냉정하게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앤디는 끝내 ‘런웨이’를 그만둔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삭막한 패션계에서 이런 식으로 버텨내느니 잊고 있던 자신의 꿈을 다시 찾아나서야겠다고 생각한 것. 그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해내는 미란다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지만 “당신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며 냉정하게 돌아선다. 뉴욕으로 돌아온 앤디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잡지사에 들어간다. 채용의 결정적 이유는 그 저널의 편집장에게 “그를 채용하지 않으면 당신은 바보”라고 말해준 미란다의 추천이었다.
3500만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3억3000만달러가량의 수익을 올리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명품업계도 호황을 누렸다. 특히 미란다가 든 프라다 가방, 앤디가 입은 샤넬 옷 등 영화에 등장한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지만 천사는 샤넬을 입는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영화 속에서 앤디는 명품의 세계에 작별을 고했지만 정작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명품 진열대로 달려간 것이다.
이현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