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소용돌이에 빠진 우크라이나…유고연방 전철 밟나
우크라이나 정국이 대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3개월째 계속된 반정부 시위로 우크라이나 경제가 붕괴하는 것은 물론 내전 끝에 여덟 개 나라로 쪼개진 유고슬라비아연방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야당이 주도하는 최고의회(라다)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고 오는 5월25일 조기 대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의회는 또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하루 전 의장에 새로 선출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에게 대통령 권한을 이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5월25일 대선 전까지 국가를 이끌 새로운 내각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임시내각의 새 총리 후보로는 전날 석방된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연합(EU), 러시아, 미국 등 강대국들은 각자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 야누코비치는 어디에

시위 군중에 밀려 수도 키예프를 떠나 자취를 감췄던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2일 오후 방송된 TV 연설에서 의회의 행동을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자신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으로 절대 사퇴하지 않을 것이며 우크라이나를 떠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후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주에서 항공기편으로 우크라이나를 떠나려다 국경수비대에 저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수비대는 “무장한 사람들이 돈을 건네며 서류절차 없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탄 전세기를 출국시켜 줄 것을 부탁했다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동남부지역에선 저항시위가 번지고 있다. 동부 도시 하리코프와 남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케르치 등에서 중앙의회의 권력 장악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반도 남부 세바스토폴에선 러시아계 주민 수만명이 러시아 국기와 해군기를 들고 시내 광장으로 몰려나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 도중 야누코비치가 이끌던 지역당 출신의 기존 시장 대신 러시아계 기업인을 새 시장으로 선출했다. 또 세금의 수도 키예프 전달을 중단하고 지역 경찰에 대한지휘권을 시정부 산하로 이전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 재등장한 ‘오렌지 공주’

야권 시위대는 시내 대통령 집무실을 장악했다. 키예프 외곽의 대통령 호화 사저 ‘메쥐히랴’도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됐다. 여의도 절반 넓이에 달하는 메쥐히랴 내에는 개인 동물원과 인공호수, 골프장, 헬기착륙장까지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친러시아 성향의 기득권층과 담합해 재산을 부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 최대 야권 지도자로 2004년 ‘오렌지혁명’을 주도했던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가 풀려나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티모셴코는 2007~2010년 총리를 지냈지만 2010년 대선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패한 이듬해 직권남용죄로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그는 의회 결의로 복역 중이던 교도소 병원에서 풀려난 뒤 휠체어를 타고 반정부 시위대의 근거지인 키예프 독립광장으로 향했다. 10만 군중 앞에 선 티모셴코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오늘 끔찍한 독재자와의 관계를 끝냈다”며 “젊은이들의 심장에 총을 쏘게 한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옛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는 역사·경제·정치·문화적으로 동서 갈등이 뿌리 깊은 나라다. 수도 키예프를 통과해 흑해로 흐르는 드네프르강을 가운데 두고 서쪽 친서방과 동쪽 친러로 나뉘어 있다. 지난해 11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와 손잡은 것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촉발된 후 지난달 ‘시위제한법’이 만들어지면서 유혈 충돌로 격화됐다.

# 국제 사회는 주도권 싸움

국제사회는 일단 “혼란이 빨리 수습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동·서 분열 가능성을 우려하며 “영토는 반드시 통합된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자의 속내는 복잡하다. 러시아는 자국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통로이자 옛소련 당시 영토를 상당 부분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속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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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EU와 미국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자신들과 협력관계에 두고 싶어한다.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만일 러시아가 군대를 파견한다면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주체도 관심사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액은 178억달러다.

반면 당장 외채 상환에 필요한 자금만 100억달러에 이른다. 국고는 거의 비었지만 친러시아 성향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된 상황에서 러시아가 지원을 계속할지는 의문이다. EU는 재빨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중국, 2020년 일본 제치고 세계 2위 ‘쇼핑대국’

6년 뒤엔 중국이 세계 2위의 소비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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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영국 시장조사회사인 유로모니터 자료를 인용, “2020년까지 6년간 중국의 소비지출 증가율이 52.9%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20년까지 중국의 내수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50% 이상 커져 일본을 멀찍이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쇼핑 대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6년 뒤에도 중국의 연간 1인당 소비지출은 40만5000엔(약 425만원)으로 일본(244만엔·약 2500만원)의 6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전체 규모는 565조3876억엔(약 5940조원)에 달해 일본(303조4394억엔)을 크게 앞지르며 세계 1위인 미국(1298조9080억엔)의 절반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 내수시장도 성장세가 가파를 전망이다. 베트남(37.6%), 인도네시아(34.6%), 러시아(32.7%), 터키(30.6%) 등도 30%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국 내수시장이 확대되는 가장 큰 원인은 중산층의 증가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 도시인구 가운데 중산층(연소득 1000만~4000만원 수준)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4%에서 2012년 68%로 급증했다. 반면 선진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더딜 것이란 전망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