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회사(상장회사)는 증시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경영 상태를 공개(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회사 경영이 어떤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자칫 큰 손실을 입히고 증권시장의 신뢰성마저 무너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상장사들은 일정 기간마다 회사의 경영상태와 재무상태표 등을 공개한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기업이라면 1년에 네 번 실적을 발표해야 한다. 가령 회계연도가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인 12월 결산법인이라면 1분기 실적, 반기 실적, 3분기 실적, 연간 실적을 공개한다. 실적 발표 기한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분기와 반기 실적은 회기가 끝나는 날로부터 45일 이내, 연간 실적은 90일 이내다. 따라서 12월 결산법인이라면 1분기 실적은 1분기를 마감한 3월 말부터 45일 이내인 4월15일 이전에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연간 실적은 회계연도가 끝난 날(12월31일)로부터 90일 이내인 다음해 3월 말 이내다.

‘어닝 시즌(earning season)’은 분기나 반기, 혹은 회계연도가 끝나고 상장사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시기를 뜻한다.

기업들이 일정 기간 동안의 경영 성적표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시기인 것이다. 기업들의 경영 성적에 대한 일차적 평가는 증권사에서 기업들을 분석하고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담당한다. 애널리스트들은 보통 산업별로 나눠 해당 산업에 속해 있는 상장사들의 분석을 맡는다. 가령 포스코나 현대제철이라면 철강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맡는 식이다.

이들 애널리스트는 평소에 자신들이 맡고 있는 기업의 미래 실적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끊임없이 추적하고 관련 리포트도 내놓는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순이익, 순이익을 발행주식 총수로 나눈 주당순이익(EPS), 주가를 EPS로 나눠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 수준인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가 주당순자산(BPS) 대비 어느 수준인가를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S) 등의 예상치(추정치)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상장사들의 어닝에 대한 평가는 바로 이 예상치를 기준으로 한다. ‘어닝 서프라이즈’는 말 그대로 ‘깜짝 실적’으로 회사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이 기대 이상일 경우에 해당한다. 반대로 기대보다 성적이 나쁠 경우 ‘어닝 쇼크’로 불린다. 실적을 구분하는 기준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이 전년 또는 전분기(반기)보다 더 많아졌느냐 줄었느냐가 아니라 시장의 기대(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가 아니면 못 미치는가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상장사의 2011년 영업이익이 100억원으로 예상되고 실제 이익이 1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하자. 그런데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가 110억원이었다면 100억원이 많은 액수이긴 하지만 어닝 서프라이즈는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은 평소에 상장사들의 실적을 전망해 보고서를 내놓는데 이런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를 합산, 평균한 게 시장의 기대치로 볼 수 있다. 이를 시장 컨센서스(consensus)라고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렇게 실제 실적과 실적 예상치를 비교해 △실제 실적이 예상보다 더 좋으면 매수(buy) △비슷하면 매수 상태 유지(hold) △더 나쁘면 매도(sell) 등 3가지의 투자의견을 제시한다.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높을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는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을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주가는 실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실적은 주가뿐만 아니라 회사채 발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어닝 시즌에서 적지않은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을 큰 폭으로 밑돌면서 해당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가 안 팔려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의 ‘어닝 쇼크’ 우려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특히 건설 등 업황이 좋지 않은 종목들의 회사채는 아무도 사려 하지 않아 거래 자체가 없다.

한화건설이 지난 18일 실시한 3년 만기 1500억원어치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유효 수요가 단 700억원에 그쳤다. - 4월 30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