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정년 60세 연장법’을 통과시켜 2016년 1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및 지방공사·지방공단 등에 60세 정년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2017년부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돼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여야가 정년을 늘리기로 합의한 것은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현재의 정년이 짧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정년연장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추가적 비용부담을 우려하는 재계는 정년연장을 반대하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환영 일색이다. 정년연장이 순조롭게 정착되려면 임금피크제에 대한 노사 합의가 관건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정년제도가 폐지됐으며 독일과 일본의 정년은 65세다.

[Focus] 늘어나는 정년…세대간 일자리 전쟁 현실화되나

#60세 정년연장 제도화

지난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정년 60세 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공·민간 부문 근로자의 정년 60세 의무화 조치가 2016년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또한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장은 ‘임금피크제’ 같은 임금 조정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정년 60세를 의무 조항으로 규정했다. 현행법에는 정년 60세가 권고 조항으로만 돼 있어 강제력이 없었다.

또한 사업주가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다고 하더라도 정년을 60세로 본다는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사업주가 근로자를 60세 이전에 내보낼 경우 부당해고로 간주해 처벌하는 벌칙 조항도 마련했다.

정년연장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는 반면 노동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가뜩이나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데 정년 60세 연장이 의무화되면 인건비 등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노동계는 이번 법안 통과를 크게 반긴다. 민주노총은 공식 논평을 통해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고령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정년연장이 효과적인 대처법”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동계는 “장년층의 생활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정년연장이 임금피크제와 연계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Focus] 늘어나는 정년…세대간 일자리 전쟁 현실화되나

#父子간 일자리 전쟁 터지나

경제계는 정년 연장 의무화가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청년 구직자 대 고령 근로자’ ‘아버지 대 아들’의 일자리 전쟁이 현실화될 것이란 얘기다.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50~59세 근로자는 126만6579명이다. 작년 기준 국내 기업의 평균 정년이 58.4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중 55세 이상이 3년 내 정년을 맞는다. 그런데 60세 정년 연장이 의무화되면 58~59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공기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만 59세 정년인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정년 연장으로 2016년 62명, 2017년 66명이 혜택을 본다.

문제는 원래 비어야 할 일자리가 정년 연장으로 유지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청년층에 미친다는 점이다. 지난달 기준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69만명이다. 청년 실업자는 148만명에 달한다. 저출산으로 청년층 인구가 감소한다고는 하지만 3~5년간은 청년 취업자와 실업자가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정년 연장이 의무화될 경우 청년 취업자 수는 줄어들고 실업자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계의 판단이다.

#임금피크제 합의가 관건

[Focus] 늘어나는 정년…세대간 일자리 전쟁 현실화되나
정년연장이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임금피크제가 관건이다. 정년연장 법안은 시행에 앞서 노사가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임금 체계 개편 등을 하도록 했다. 임금피크제는 워크 셰어링(work sharing)의 한 형태로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고용부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지원금 지급, 실태 조사 및 가이드라인 제시, 행정지도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행 분쟁 해결 지원 제도인 ‘노동위원회 조정’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정년을 연장하려는 기업의 노사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문화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정년 연장 쇼크’를 완화할 대안으로 제기된 임금피크제가 만병통치약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입김이 강한 사업장에선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 연장만 관철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임금피크제 규정을 도입한 기업에서조차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비율이 낮아 임금피크제가 정착되려면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

한 살 때문에 퇴직 6년 차이 날수도…

60세 정년연장법안에 따라 300명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300명 이하 사업장은 2017년부터 정년 60세 이상이 의무화된다. 이는 노사 합의를 통해 최소한 정해진 시기까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설정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이다. 도입 시기는 사업장 사정에 맞춰 정하되 가이드라인 연도를 넘겨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시행 연한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게 되는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

[Focus] 늘어나는 정년…세대간 일자리 전쟁 현실화되나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년이 55세인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을 가정해보자. 이 사업장은 개정안의 가이드라인에 떠밀려 2016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했다. 이 경우 2015년에 55세(1960년생)가 되는 근로자는 이전 정년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이 때문에 2015년에 퇴직해야 한다. 그러나 2016년에 55세(1961년생)가 되는 근로자는 연장된 정년 규정의 적용을 받아 2021년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살 차이로 퇴직시기가 6년이나 차이 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고용부가 가이드라인 연도 이전에 노사 합의로 60세 정년연장제도를 도입하라고 권장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또한 직종별 차이가 감안되지 않은 점 또한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법안 적용 과정에서는 생산직·기술직의 정년 연장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차가 오래될수록 숙련도가 높아져 사용자 측에서 부담을 적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무직 업종에서는 부작용이 비교적 클 수 있다. 오래 일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직급에 따른 인사적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