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가는 공부의 법칙] (2) '꿈'이  공부의 필수 조건이라고?
'공부불패'저자 유재원이 전하는…

꼭 꿈이 있어야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꿈과 공부는 선후 관계가 정해져 있지 않다. 꿈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사실 공부를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오히려 너무 꿈에 집착하다 새로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인 대니얼 핑크는 “젊은 나이에는 계획을 세우지 마세요.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습니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해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부는 그 자체로 훌륭한 동기이자 목적이 될 수 있다. 꿈이 없다고 실망하지 말고 일단 공부 버튼을 눌러라. 그럼 꿈은 운명처럼 찾아온다.

# 꿈 찾는 시간에 공부하라

꿈이 공부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은 서울대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분석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서울대생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다. 우리나라 학생 중 상위 3% 이내에 들어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서울대다.

서울대에서 공부하는 동안 1등을 수없이 만났다. 반 1등은 아예 명함도 못 내민다. 전교 1등도 그리 자랑할 만한 꺼리가 되지 못한다. 발에 차이는 게 전교 1등이다. 한번은 서울대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학생 한 명이 “고등학교 때 10등 안에 들었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고작 10등 안에 든 것을 자랑한다며 우습게 듣고 넘겼지만 그 숫자가 전국등수라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란 일도 있다.

꿈이 공부를 잘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이라면 서울대생은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100% 꿈이 있어야 마땅하다. 설문조사를 하기 전에는 나도 그렇게 믿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 가서 국사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비록 국사학을 공부해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까지 명쾌하게 정리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부를 하는 데 충분한 동기부여는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학생 때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없다’라고 대답한 서울대생이 35%나 되었다. 물론 ‘있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65%로 더 많았지만 3분의 1이 넘는 서울대생이 이렇다 할 꿈이 없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있다’라고 대답한 서울대생 중에서도 ‘그 꿈이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라는 질문에 100% 다 그렇다고 대답한 것은 아니었다. 80% 이상이 힘들 때 꿈이 있어 잘 견딜 수 있었고,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대답했지만, 꿈이 공부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대답한 서울대생도 제법 있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갖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바로 꿈을 갖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꿈을 찾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수없는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야 비로소 온몸의 세포를 뜨겁게 달구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을 꿈을 찾을 수 있다.

# 꿈은 움직이는 거야!

[명문대 가는 공부의 법칙] (2) '꿈'이  공부의 필수 조건이라고?
꿈을 찾는 일을 공부를 하는 일보다 우선하지 말라는 이유는 또 있다. 운 좋게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꿈을 찾았더라도 그 꿈은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써 찾은 꿈이 변한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어렸을 때의 꿈은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라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도 많아진다. 애써 더 넓은 세상과의 소통을 차단하고 어렸을 적 꿈을 지키려고 애쓸 이유가 없다. 오히려 더 마음을 열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더 많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꿈을 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도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변호사가 될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처음 내가 선택한 것은 국사학과였고, 워낙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터라 수업 자체는 재미있고 유익했다.

하지만 자꾸만 머리에 들어오는 건 법대 수업들이었다. 하숙집 고시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우연히 법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법학을 공부했다. 그러다가 고시공부라는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고, 지금 이렇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꿈을 만난 사람들이 많다. 꿈이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처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 꿈인데, 가슴을 절절이 울리는 명확한 꿈이 없다고 공부를 뒤로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 또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꿈을 꾸어야 할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도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꿈이 없기에 공부에 열중할 수 없다는 건 핑계다. 꿈이 없다면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좋다. 공부를 하는 동안 정말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나처럼 나도 몰랐던 관심 분야를 새롭게 찾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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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첫째 이유는 질투?

“공부 잘하는 친구를 가까이 두고 질투하라.” 서울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온 항목이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친구들에게 지기 싫어서’라고 답한 학생이 무려 3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로 ‘스스로 공부가 좋아서’가 25%로 2위를 차지했고, ‘부모가 시켜서 혹은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가 12.3%로 3위를 차지했다. ‘분명한 목표가 있어서’ 열심히 공부했다는 학생은 전체 중 3%에 불과했다.
[명문대 가는 공부의 법칙] (2) '꿈'이  공부의 필수 조건이라고?
이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친구들에게 지기 싫어서’ 공부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했다. 공부라는 것이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좋아서가 아니라 친구들과의 경쟁 심리에 의해 열심히 할 수도 있는 것인가. 이기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을 칭찬해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친구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길을 가야 하는 동반자라는 것을 일깨워주어야 하는가?

하지만 곧 생각을 정리했다. 경쟁의 부작용이 너무 많아 경쟁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지만 사실 경쟁만큼 강력한 동기를 제공하고, 실천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지나치게 경쟁에 집착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는 것이 문제지, 이기기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은 오히려 칭찬하고 장려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공부 잘하는 친구가 부럽다면 마음껏 질투해도 좋다. 다만 질투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질투의 강력한 힘을 스스로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데 사용하면 결과는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공부 잘하는 친구를 질투하라. 그리고 가능하면 질투의 대상과 가깝게 지내라. 가까이 있어야 더 자극을 많이 받고, 친구의 장점을 많이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