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주최 교사 해외연수
[생글교사 해외연수] 30년뒤 중국을 미리 보다! … 짧지만 긴 여운 남긴 3박4일
중국 해외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이 지난 19일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을 방문했다. 1905년 설립돼 100년 역사를 훌쩍 넘은 푸단대학은 중국에서 베이징대 칭화대에 이어 3대 명문으로 손꼽힌다. 학교 이름은 ‘日月光華, 旦復旦兮’에서 발췌한 것으로, 스스로 노력하여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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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교사 30명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올해 연수 지역은 중국 경제의 심장 상하이(上海)와 눈부시게 발전하는 항저우(杭州), 관광산업 도시 쑤저우(蘇州)였다. 연수자들은 작년 여름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가 실시한 ‘경제·논술 연수’ 참가자와 생글생글신문 관리 등 기여도가 높은 교사 중에서 선발된 선생님들이었다. 교사들의 해외 연수는 늘 중요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더 큰 나라, 더 잘 사는 나라를 둘러봐야 한다. 그래야 경제와 문화 정치의 중요성을 쉽게, 재미있게, 정확하게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수지역을 중국으로 택한 것은 일본을 제치고 G2(주요 2개국)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발전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3박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중국 발전상을 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하지만 중국 발전의 핵심인 상하이의 현재 모습을 집중적으로 봄으로써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압축 연수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황포강을 둘러싼 마천루, 끝없는 고가도로, 팽창하는 도시를 보면서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인가를 새삼 의심했고, 북한도 이런 길을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황인술 교사가 쓴 중국연수 후기를 따라가 보자.



중국연수 프로그램은 중국 경제 발전상 체험, 한국 기업과 상하이 임시정부 현장 방문, 교육기관 탐방, 중국 문화 이해로 빠르게 이어졌다. 3박4일이라는 시간적 한계로 욕심을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귀한 기회에 가능한 많이 둘러보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어느 정도 채워졌다.

중국은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의 형상을 하고 56개 소수민족이 국가를 형성한 거대한 국가이다. 아시아 금융위기와 각종 위기 속에서도 경제주권을 지키기 위한 중화호(號)의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1993년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도입 이후 중국은 시장경제를 적극 채택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왔다. 외환보유액과 외국인 투자부문 1위는 그 결과였다.

첫 날...


1월 16일 연수의 시작점인 상하이 푸둥공항. 깨끗한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는 선현들의 역사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으로 중국의 현재와 미래가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도시였다. 몇 년 전보다 잘 정비된 도로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차창가로 지나가는 백양나무 가지 사이로 견고한 건물들,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이 느긋한 중국인들을 다그치고 있는 듯했다. 역사적으로 어업과 제염업이 성행했고 19세기 중엽 서구 열강의 포화 속에 침탈된 상하이는 중국 속의 세계라고 할 만큼 발전해 있었다. 상하이를 흐르는 황포강 건너 푸둥신구는 중국 발전의 바로미터로 현대식 고층 건물이 보란 듯이 서 있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선현의 뜨거운 피가 민족의 혼이 되어 흐르는 대한 임시정부구지(大韓民國臨時政府舊址)였다. 1919년부터 1932년까지 활동한 당시의 사진 자료와 실물 자료들을 보면서 독립정신의 의미를 떠올렸다. 한인 애국단 소속의 윤봉길 의사가 의거 3일 전 태극기 앞에서 선언서를 낭독하고 김구와 함께 찍은 사진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뭉클함을 주었다.

연수 첫날 저녁 최근 ‘중국의 경제시장 및 정치 사회에 대한 이해와 한·중 경제교류 동향에 대한 세미나’에서 홍창표 KOTRA 상하이무역관 부관장은 중국 경제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는 2002년부터 한국의 최대 투자 대상국으로 부상했지만 투자환경의 악화로 2008년 이후 금융 분야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非)배타적인 외국문화의 수용과 부정부패, 이기적인 윤리의식 등 중국에 대한 정확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했다. 과거 중국 투자는 ‘묻지마’ 식이었지만 요즘은 인건비 급상승과 각종 법률 강화로 중국이 투자처로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설명도 좋았다. 부동산 거품과 빈부격차 확대는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라는 설명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2040년이 되면 중국 GNP는 미국 일본 독일을 합친 것보다 많은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분석 앞에선 “이 거대한 국가의 이웃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날...

둘째 날인 17일. 우리는 2001년 법인을 설립하고 중국에 진출한 현대모비스 공장을 찾았다. ‘성장과 도약’을 경영방침으로 정한 현대모비스의 우수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있었지만 모비스 공장은 정해진 근무 일정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20분간 둘러본 공장 내부는 한국의 공장처럼 깨끗했다. 처음 진출할 때만 해도 시골지역이었다는 현지공장은 상하이의 발전으로 도심 속 공장이 된 것 같았다. 외국에 있는 한국 기업은 애국자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1500년 역사를 간직한 정원의 도시 쑤저우로 가는 길에서도 중국의 발전상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전설과 야담이 있는 호구(虎丘)공원을 찾았다. 8각7층으로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진 호구탑이 눈길을 끌었다. 송나라 때 문장가 소동파는 “쑤저우에 와서 호구에서 노닐지 않으면 곧 유감”이라고 할 정도로 경치가 빼어난 도시였다. 하늘과 땅 사이에 오래 머문다(長留天地間)는 유원은 명나라 때 만들어진 정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짜임새 있는 구조와 다양한 수목들로 아름다움을 더했다.

셋째 날...

연수 3일째인 18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항저우로 달려가 다시 한번 대한민국임시정부 항저우 구지기념관을 답사했다. 일본에 쫓겨 항저우까지 내려온 임시정부의 살림살이는 초근목피 그 자체였다. 나라 잃은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이들은 다시 쫓겨 중국 내륙 깊숙한 곳까지 가야 했다.

자연의 미를 보여주는 서호는 우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줬다. 청나라 때의 시인 위원(魏源)은 “맑은 호수는 비 내리는 호수보다 못하고 비 내리는 호수는 달빛 호수만 못하고 달빛 호수는 눈 내리는 호수만 못하다”며 서호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안개 낀 서호에 내리는 비는 연수단을 취하게 했다.

마지막날 저녁 ‘경제/논술교육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의 대토론회가 열렸다. 경제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사들의 창의적인 수업사례를 발표하며 경제교육 정보를 공유하고 무딘 사고의 틀을 깨우는 시간들이었다. 김천여고의 배성익 선생님과 영일고의 김춘식 선생님이 자료를 만들어 사례 발표를 해주었다. 배성익 선생님은 경제논술 교육자료가 부족한 학교 현장에서 생글생글만한 교재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춘식 선생님은 신문을 통한 교육은 재미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국 날...

귀국을 앞둔 19일 아침을 우리는 상하이에서 맞았다. 우리는 중국의 3대 명문대학으로 중국 인재양성의 요람인 푸단대학 캠퍼스를 찾았다. 캠퍼스는 중국 땅처럼 웅장하고 컸다. 7만명의 학생이 푸단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말에 중국의 인해전술이 인재 전술로 변해 있음을 느꼈다. 엄청난 학생 수에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들른 상하이 박물관은 중국역사의 유구함과 깊이를 느끼게 했다. 가이드는 이곳에 21개 분야, 12만점이 전시돼 있다고 했다. 신석기 시대부터 원·명·청나라 때 제작된 청자, 백자와 역대 그림, 필법이 인상적이었다.

3박4일의 중국 경제체험연수를 통해 나는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중국은 더 이상 사람 많고 짝퉁이 난무하는 이상한 나라가 아니다. 정말 무서운 나라라는 게 연수기간 동안 뼈저리게 느낀 점이다.



황인술 포항 오천고 교사 4002tnf@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