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보는 캠퍼스](7) 숙명여자대학교


'블루리본'으로 부드럽게… ROTC로 강하게

숙명여대 교정에는 11월부터 눈이 내린다. 매년 이맘때 ‘눈송이 축제’가 열리면 캠퍼스 곳곳이 눈결정체 모양의 은백색 조명으로 빛난다. 숙명여대의 마크에도 눈송이가 들어 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송이처럼 조용한 아름다움·순수함 등을 기르라는 뜻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캠퍼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숙명여대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정문을 헐고 물이 흐르는 작은 실개천을 만들어 캠퍼스 전체를 탁 트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건물마다 나부끼는 ‘블루리본’은 변화를 상징한다.

# 블루리본 프로젝트

[미리 가보는 캠퍼스](7) 숙명여자대학교
지난해 1월 숙명여대는 ‘숙명 블루리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블루리본은 학교의 교색인 청색(Blue)과 혁신을 통한 재탄생(Reborn)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학개혁 추진과 성공의지를 청색리본으로 상징화한 것이다. 숙명여대는 블루리본 프로젝트에 따라 국제 교류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숙명 글로벌 특화 프로그램(이하 SSAP).’

글로벌 탐방단은 SSAP의 세부 프로그램 중 하나다. 글로벌 탐방단에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탐방 지역별로 1인당 최고 160만원의 장학금이 지원된다. 매년 20팀 이상이 선발되고 있다. 현재 28개국 197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숙명여대는 SSAP를 통해 모든 학생들이 재학 중 1학기 해외연수(교환학생·복수학위·해외인턴십)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글로벌 탐방단으로 선정된 김슬기 씨(나노물리 2년)는 독일, 스위스의 대학 캠퍼스를 탐방할 계획이다. 김씨는 “유럽 대학들은 태양열과 지열을 이용해 친환경 캠퍼스를 구축했다”며 “이들의 성공사례를 조사해 숙명여대의 친환경 실천에 보탬이 될 만한 보고서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탐방단에 선정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탐방 계획 보고서를 제출하면 학교 측에서 심사를 거쳐 선발한다.국내문화 탐방단도 인기다. 김윤희 씨(중어중문 2년)는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제주도의 홍보전략을 벤치마킹해 숙명여대 홍보에 접목시키겠다’는 취지로 올해 여름 제주도로 탐방을 다녀왔다. 김씨는 “탐방단에 선정되기 위해 친구들과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학교 홈페이지서 MIT강의

숙명여대는 캠퍼스의 국제화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캠퍼스 내에서 국제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SNOW(Sookmyung Network for Open World)’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세계 석학들의 강의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오픈지식플랫폼’이다. 한글화된 설명이 제공되는 강의들은 학생들이 직접 스크립트 수정·보완할 수 있고 댓글을 통한 토론도 가능하다. 동영상들은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조현진 씨(경제학 3년)는 “얼마 전 SNOW에서 미국 MIT대학의 강의를 들었다”며 “강의의 질도 좋고 영어공부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블루리본 프로젝트에는 ‘인문학 교육 강화’도 들어 있다.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까지 의무적으로 글쓰기와 읽기(고전도서들), 발표와 토론, 인문학 독서토론 등 세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 조현진 씨는 “토론과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웠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면접을 준비할 때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인문교육 강화를 위해 교양교육원을 신설하고 산하에 4대 센터(의사소통센터·교양교육센터·역량개발센터·일반영어센터)를 개설했다.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지난해 11월 ‘숙명 스포츠봉사단’을 창단했다. 봉사단은 독거노인, 불우아동, 장애인 등의 체육활동을 지원한다. 봉사단은 앞으로 휠체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중장기 프로젝트로 ‘불우아동 10년 뒤 금메달리스트 만들기’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3월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학·예술 교류 협약’을 체결하고 지역사회 문화소외계층 자녀들을 위한 예술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숙명여대는 작년 12월 여대 최초로 ROTC(학군단)를 창설했다. 학군단 개설 첫해에 30명의 학군단원을 뽑았는데 지원자가 126명이나 됐다. ROTC를 거치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은 대학 졸업 후 2년4개월간 군 복무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이후에는 근무평점에 따라 직업 군인으로 남을 수 있고 전역 후에도 일반 기업체나 산업계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교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윤희 씨는 “중고등학생 후배들이 질문을 많이 할 정도로 ROTC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 명동에서 커피, 남산에서 산책

숙명여대는 서울 원효로길 효창공원 옆에 자리잡고 있다. 도심에 있다 보니 캠퍼스는 아담한 편이지만 서울 어느 곳에서나 접근성이 좋다. 이진선 씨(통계학과 3년)는 “공강시간이면 명동이나 이태원에 나가 커피를 마시고 들어올 정도로 가깝다”며 “바로 옆에 있는 효창공원이나 남산에서 가볍게 산책을 할때도 있다”고 말했다. 여학교라 그런지 숙대 앞에 술집은 별로 없다. 대신 아기자기한 카페와 상점, 밥집들이 많다. 교내에는 작은 실개천이 있는데 학생들은 이를 ‘미니 청계천’이라고 부른다. 각 건물의 옥상 위에 있는 ‘하늘정원’과 함께 데이트 명소로 꼽힌다.

숙명여대 안에는 세계적인 프랑스의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의 분교가 있다. 르 꼬르동 블루는 파란 리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숙명여대의 블루리본 프로젝트와 부합한다.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에서는 교양수업 ‘와인과 칵테일’이 진행된다. 테이블 매너 등을 배울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모든 건물에는 학생들에게 인기만점인 ‘파우더룸’이 있다. 이곳에는 거울과 조명 빗 등이 구비돼 있다. 점심시간 등 사람이 몰릴 때는 줄서서 이용해야 할 정도다. 김슬기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든 날에는 강의를 다 마치고 파우더 룸에서 화장을 하고 나갈 때도 있다”며 웃었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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