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한 논술의 법칙 ①
▧ 들어가며…
Smart한 논술의 법칙 ①

들어가며...

[논술 기출문제 풀이] (1) 실제 논술 답안은 어떻게 채점되지?
안녕하세요. 새로운 코너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번 코너의 제목은 Smart한 논술의 법칙입니다. 이 코너의 목적은 학생 여러분에게 글쓰기 방법을 알려드리기보다는 실제로 논술 답안지가 어떻게 채점이 되는지를 알려드리려 합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이 직접 쓴 답안지가 어떤 채점 기준으로 채점이 되는지, 그리고 실제로 점수가 어느 정도 받게 될 것인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가고 공부해 나가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코너를 활용하는 좋은 방법은 먼저 기출문제를 읽어보고 한번 써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의 답안과 코너에 기재된 학생의 답안과 비교해 보고 어떤 부분이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거나 친구들과 토론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난 후 실제로 이 코너에 기재된 학생의 답안이 어떻게 채점이 되는지를 살펴보면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지 알아가면 되겠습니다. 마무리는 제가 작성한 예시답안을 읽어보고 중요한 채점 포인트를 충족하는 답안을 다시 한 번 작성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어느 정도는 스스로 논술을 공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론은 이용준 선생님의 생글논술 첨삭노트를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알려드릴 것은 학생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 문제: 2012년 숙명여대 모의논술 공통문제



[논술 기출문제 풀이] (1) 실제 논술 답안은 어떻게 채점되지?
관찰자는 동일한 그림을 보고 있기 때문에 망막에 맺힌 상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는 사람의 망막에 맺힌 상이 아닌 어떤 것에 의해 이 그림은 위에서 바라다 본 그림으로 보이기도 하고 아래에서 올려다 본 그림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는 아예 그림을 계단으로 보지 않는 경우도 가능하다. 3차원적 사물을 2차원의 평면으로 나타내지 않는 문화에 젖어 있는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분명히 이 그림을 계단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2차원적인 선의 배열로 볼 것이다. 그러므로 망막에 맺힌 상이 어떤 것인가하는 것은 그들이 속한 문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관찰자의 시각 경험이 망막에 맺힌 상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결론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인리히 헤르츠는 1888년 전기 실험을 통해 최초로 전파를 발견하였다. 그는 맥스웰의 이론이 예측한 전자파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맥스웰의 전자파 가설을 테스트한 것이다. 만일 그가 관찰을 할 때 아무 선입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는 여러 가지 계량기의 눈금, 전기 회로의 다양한 임계 지역에서 발생한 스파크의 유무, 전기 회로의 용적뿐만 아니라 계량기의 빛깔, 실험실의 규모, 기후 상태, 신발의 크기, 그가 테스트하고 있었던 이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소한 사항들을 시시콜콜하게 기록해야만 했을 것이다.

또는 인체 생리학이나 해부학에 크게 공헌하기를 열망하는 누군가가 인간의 귓불의 무게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가 다양한 인간의 귓불의 무게를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기록하고 분류했다 하더라도, 결국 그는 과학에 어떤 기여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귓불의 크기와 암의 발생률을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시키는 가설처럼 귓불의 무게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는 그저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세계 지역과 비민주적인 사회 체제에서 지배층은 하층민의 냄새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노예 노동을 이용했다. 19세기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노예제는 냄새를 이유로 지배층과 하층계급을 멀리 떨어뜨려 놓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냄새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손쉽게 측정할 수가 없다. 냄새와 냄새를 피우는 자에 대한 정의는 엉킨 실타래처럼 ‘권력 관계’를 통해 규정된다. 즉 객관적 기준에 의해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힘을 많이 가진 사람들’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20세기 미국 남부의 백인들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인종차별을 정당화했다. 아프리카계 미국 흑인들은 날 때부터 어떤 냄새를 가지고 있는데 그 냄새가 불결함, 질병과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냄새는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을 흑과 백으로 분리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이렇게 특수한 감각적 고정관념을 만들고 다듬는 과정에서 모순과 긴장이 넘쳐났다. 가령 흑인이 악취를 풍긴다는 주장은 코 하나만으로 인종적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백인들에게는 골치 아픈 문제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19세기의 어느 작가는 “현대인의 감각은 무뎌지고 향수, 술, 화학약품, 고약한 요리 냄새에 오염돼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오직 야만 종족만이 하등 포유류만큼이나 예민하게 후각을 발달시켰다”고 주장하며, “페루의 인디오들은 후각 하나만으로 유럽인인지, 아메리카 인디언인지, 혹은 흑인인지 각기 다른 인종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흑인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주장했던 문명화된 남부 백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백인들은 이러한 모순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아프리카계 미국 흑인들만이 남부 백인들의 후감(嗅感)적 고정관념에 대한 유일한 비판적 지적을 내놓았다. 남부의 흑인들은 자신들의 냄새가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단순히 비참한 생활 조건과 환경의 부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지배층이 자신들에게 비난을 퍼부어대는 고정관념이 옳다고 믿는 흑인 노동자들도 일부 있었지만, 남부의 흑인들은 지배층에 대항했다. 그러나 그들은 ‘백인 지배자들에게서도 악취가 난다’고 주장하는 식으로 똑같이 되갚아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백인들이 주장하는 근거를 검증하는 방식을 취했다.



인간에 의해 온난화가 초래되었다고 믿는 환경운동가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인간 활동에 의해 초래된 지구온난화는 생태계 전체에 가장 큰 위협들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명백하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배출된 것이다. 이 가스들이 지구를 담요처럼 덮어서 지구상의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야기되었다. 지구온난화를 멈추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반면 지구온난화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지구 표면의 온도가 모두 상승했다. 그러나 사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들이 인간의 산업 활동에 의해 대량으로 배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40년 이후 지구의 온도는 아주 미미하게 상승했을 뿐이다. 북극과 남극 근처의 온도는 1930년대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낮다. 이러한 사실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거의 해를 미치지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작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오늘날 지구 표면의 온도 변화는 온난화와 한랭화가 교대로 반복되는 자연적 기후 변동 중의 일부 현상일 뿐이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1) 실제 논술 답안은 어떻게 채점되지?
1. 제시문 <가>의 관점을 토대로 제시문 <다>에 나타나는 입장의 대립을 <그림 2>를 활용하여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나>에 등장하는 미국 남부 백인들의 입장을 비판하시오. (1000 ± 100자)




논술은 일반적인 글짓기가 아니다

제시문 <가>에서는 ① 개인이 속한 문화에 따라 생각하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하나의 사물을 보고 ① 문화에 따라 그 사물을 다르게 평가한다는 내용이다.

제시문 <다>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대한 의견 대립이 제시되어 있는데 ② 한 입장에서는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고 ③ 반대쪽 입장은 오늘날의 기온 상승은 온난화와 한랭화가 교대로 반복되는 지구의 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③ 후자의 입장이 주장하는 내용의 근거는 <그림2>를 보면 알 수 있다. 40만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지구 온도 변화는 약 10만년을 주기로 증감이 반복되고 있다. 즉, 이 그래프는 지구의 온도변화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현재 지구는 온도가 상승하는 온난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가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아떨어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현상을 보고 이렇게 다른 두 집단이 대립을 하는 것은 그들이 서로 다른 문화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① 개인이 속한 문화에 따라 생각하는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고 곧 다른 문화와 충돌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④ 제시문 <나>에서는 미국의 남부 백인들이 아프리카계 흑인들에게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그들을 멸시하였다. ① 이러한 현상은 문화 간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대립으로 여느 하나의 입장만이 옳은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흑인들 또한 백인들의 냄새를 맡았을 때 자신들과 다른 냄새로 인식하고 불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백인들은 흑인들에게만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단정지어 버렸다. 이러한 ⑤ 일방적인 행위는 문화의 차이에 따른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문화와 생각만이 옳다는 자문화주의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⑥ 문화에 따른 시각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백인들의 행동은 그들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행위였다.



문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문제를 읽으면 평가 기준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먼저 제시문 가의 관점을 토대로 하라고 했으니, 제시문 가가 어떤 내용인지 서술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시문 가가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으므로 이를 종합할 수 있는 문장을 써주는 것이 관건일 것입니다. 그리고 제시문 다의 입장의 대립을 <그림 2>를 활용하여 설명하라고 했으니, 제시문 다의 입장 대립을 서술해주고, 이 입장이 <그림 2>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제시문 가를 바탕으로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시문 나의 미국 남부 백인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비판하면 될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위의 학생글은 잘 쓴 글일까요? 아마 학생들은 잘 썼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굉장히 잘 읽히기 때문이지요. 문장력이나 표현력이 좋은 학생의 글입니다. 그러나 좋은 논술 답안은 아닙니다. 제가 너무 박하게 점수를 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이 글의 변별력은 점수표에서 나타나듯이 제시문 가를 얼마나 잘 일반화해서 서술했는지, 그리고 지구온난화론자는 <그림 2>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제시문 나를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있는지입니다.

첫째로 제시문 가에 대한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위의 학생은 밑줄 친 ①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논술 주제를 ‘문화’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문화로 잡아서는 안됩니다. 제시문 다는 문화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관점에 따른 차이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개인이 속한 문화에 따라 동일한 사물에 대한 다른 해석이 나타난다”라는 것은 출제자가 의도한 주제를 학생이 스스로 줄여버린 것이지요. 따라서 독해력의 제시문 가의 이해, 논리력의 가/다 vs 나의 쟁점 잡기의 점수가 박하게 나타난 것입니다.

둘째로 이 학생은 지구온난화론 찬성의 입장을 ②로 표현했고 반대 입장을 ③으로 표현하는 것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반대 입장에서 <그림 2>를 해석하는 것은 잘 했으나 찬성 입장에서 <그림 2>를 해석하는 부분을 서술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 부분이 조금 어려웠던 지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점수를 줄 수 없었고, 쓰지 않은 부분에 대해 점수를 줄 수는 없겠지요?

셋째로 이 학생은 쟁점도 ④와 ⑤로 잘 서술하고 일반화했으나 ⑥에서 보이듯이 입장의 차이를 드러낼 뿐, 비판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상대 주장이 왜 틀렸는지를 논리적이고 적극적으로 쓰지 않았던 것이지요. 따라서 점수를 많이 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 학생은 일반적인 글짓기로서는 좋은 글을 작성했으나 논술 답안으로서는 보통입니다. 못쓴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정도는 오히려 잘 쓴 편입니다. 이 정도로 쓰는 학생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논술 시험에서 합격하지는 못하지요. 대부분 대학의 수시논술에서 합격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70점 이상을 받아야 합니다. 이 말은 생각보다 학생들이 논술 답안을 잘 작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제시문 가는 보는 사람의 관점이나 입장에 따라 동일한 사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관찰 주체의 선행지식 및 가치관 등 문화의 차이에 따라 동일한 사실도 상이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그림 2>와 같은 동일한 자료를 가지고 제시문 다의 지구온난화론 찬반론자들의 상이한 해석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즉, 지구온난화론 찬성론자들은 인간에 의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지구온도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그림 2>에서는 최근 이산화탄소의 급증이 나타나고 이로 인한 평균 기온의 급증이 나타나고 있는데, 찬성론자들은 최근의 이산화탄소의 급증이 인간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지금의 지구 온도 증가는 지구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즉, <그림 2>에서는 약 10만년을 주기로 이산화탄소 양의 증감으로 인한 지구 온도의 증감이 나타나고 있고, 이렇게 봤을 때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온도 상승은 인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구의 주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렇게 동일한 사물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과 달리 제시문 나의 백인들은 흑인들의 냄새를 차별의 근거로 삼았다. 즉, 흑인들이 가지고 있는 냄새를 질병과 연관 짓고 이를 차별과 분리 정책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백인들의 입장은 하나의 사물에 대한 하나의 자신만의 해석을 고집하는 태도로 문제가 있다. 즉, 사회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일한 천체현상에 대해 천동설이라고 해석하던 과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의 해석만을 강요하다 보면 사실이었던 지동설을 주장하던 사람들을 희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동설이 사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권위를 잃기 싫었던 서구 교회는 지동설론자를 공격하고 부정했다. 만약 지동설이 옳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면 개인의 희생도 없었을 것이며, 그로 인한 사회적 시간 및 자원의 낭비도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더 빠르고 더 많은 사회발전이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제시문 나의 백인들의 입장은 옳지 않다. (108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