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IGS 국가 모두 정권 교체 #스페인도 정권교체…불안 지속
PIIGS 국가들,  경제위기에 정권 줄줄이 몰락
유럽 재정위기의 핵심인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난이 정권 교체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야당인 국민당(PP)이 승리함에 따라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정권이 모두 교체됐다. 정권 교체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한 이들 국가의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스페인도 정권교체…불안 지속

스페인에서 지난 20일 치러진 총선 결과 중도우파 야당인 국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마리아노 라호이 당수가 이끄는 국민당은 총 350석 중 186석을 확보, 안정적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53.1%의 의석 점유율은 프랑코 독재가 막을 내린 뒤 30여년 만에 집권당의 최대 의석이다. 라호이 당수는 2004년과 2008년 총선에서 사회당에 연패했지만 2전 3기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국민당은 스페인 정치사 최대 압승을 거뒀지만 앞길은 불투명하다. 스페인은 현재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이탈리아에 이어 유로존 재정위기 다섯 번째 희생양으로 부각되고 있다. 스페인은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예정보다 4개월 앞당겨 총선을 실시했다.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디폴트(채무불이행)의 심리적 저항선인 7%에 바짝 다가섰다. 스페인 새 정부는 짧은 기간 안에 7%에 육박하는 국채 금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21.5%에 달하는 실업률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또한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공공지출 축소도 과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9.2%였던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6%, 내년엔 4.4%로 낮춰야 한다. 신임 총리로 유력시되는 라호이 당수는 ‘변화’를 주문하면서 100대 개혁과제를 내놓았다. 특히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연금·건강보험, 교육 부문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긴축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부동산·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따른 거품을 걷어내겠다고도 공언했다. 스페인 경제위기의 원인은 부동산 거품 붕괴에서 비롯됐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8년 국민 대부분은 부동산에 투자했다.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들은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올해 스페인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는 1281억유로(197조원)에 달한다. 17년 만에 최고치다.

시장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총선 결과 발표 다음날인 21일 유럽 채권시장에서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 초반 6.5% 이상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라호이 당수는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에 이기더라도 승자가 30분 안에 해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비정상적인 국채 금리 급등세가 멈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정권 교체로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인 PIIGS 지도부가 전면 교체됐다. 국민에겐 경제난 해결이 이념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정권 교체 후에도 이들 국가의 경제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PIIGS 국가 모두 정권 교체

유럽 재정위기의 서막을 장식했던 아일랜드의 정권 교체가 가장 빨랐다. 지난 2월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공화당이 패배하면서 연립정부가 구성됐다. 압승을 이끈 야당인 통일아일랜드당(피네게일)의 엔다 케니 당수가 총리직에 올랐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공공부문에 대한 재정 지출을 줄이는 등 유럽 구제금융의 성공사례로 꼽혀왔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정부 긴축정책으로 내수시장이 위축되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아일랜드는 2015년까지 국가부채를 GDP의 3%로 줄이라는 EU·IMF의 제시안을 충족하기 위해 앞으로 124억유로 규모의 긴축정책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새로운 긴축정책이 발표됨에 따라 올해 개인 소비가 2.6% 감소하고 내년에는 0.8%가량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포르투갈은 지난 6월 중도우파인 사회민주당(PSD)이 집권했다. 포르투갈 의회가 지난 3월 추가 증세와 복지 축소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긴축안을 부결시키자 당시 내각을 이끌던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는 아니발 카바쿠 실바 포르투갈 대통령과 긴급 회동한 뒤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졌다”며 사임했다. 내각이 사퇴한 지 2주일 후 포르투갈은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로 IMF와 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포르투갈은 세금 인상과 연금·임금 동결, 실업수당 축소 등의 긴축 조치를 취하는 조건으로 780억유로(122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이어 치러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은 38.6%의 득표율로 전체 의석 230석 중 105석을 확보했다. 사회민주당은 제1당 지위를 확보하면서 우파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11일 과도 연립정부가 수립됐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퇴진하고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 출신의 루카스 파파데모스가 총리직에 올랐다. 16일엔 집권 사회당, 신민주당, 라오스 등 3개 정당이 참여한 과도 연정의 신임안이 가결됐다. 연립정부는 재정 긴축 이행을 약속한 서면을 EU 등에 제출, 그동안 동결된 1차 구제금융 중 6회분(80억유로) 집행이 가능해졌다. 국채 금리가 7%를 넘어가면서 부도 위기에 처했던 이탈리아에서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물러나고 EU집행위원 출신의 경제학자 마리오 몬티가 이끄는 거국 내각이 출범했다.

정성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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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독일마저 국채발행 실패… “안전지대는 없다”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안전지대로 인식되던 독일에도 비상이 걸렸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독일 정부가 10년물 국채 60억유로어치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목표물량의 65%만이 팔렸다고 지난 23일 보도했다. 이날 독일 정부가 발행한 10년물 국채는 36억4400만유로 규모로 낙찰금리는 연 1.98%였다.

독일이 국채 발행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10년물 독일 국채 금리는 한때 2%대를 돌파했다. 유로화 가치도 6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178개 은행들이 22일 하루 동안 유럽중앙은행(ECB)에 2490억유로의 긴급대출을 요청했다”며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은행감독기구(EBA)는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가 29억유로의 자금난에 직면해 정부의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코메르츠방크 주가는 22일 19.8% 급락했다.

한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2위 경제국인 프랑스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 프랑스의 신용등급(AAA)이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며 등급 하향 가능성을 내비쳤다.

피치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되면 이에 수반해 프랑스 부채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