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_HiCEO면_코치대회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콩알을 세고 있습니다. 예측가능한 경영 목표를 세우고 회사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는 뜻입니다. CEO는 콩알을 세는데 바쁠 게 아니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합니다.”

마스터풀 코칭의 창시자인 로버트 하그로브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한국코치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제8회 대한민국코치대회에서 ‘큰 꿈의 시작은 변혁이다’란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화두(話頭)를 던졌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주는 게 코칭”

국내에서 활동하는 코치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하그로브 교수는 CEO들이 불가능한 미래에 도전할 수 있도록 코치들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코칭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코칭을 받는 진짜 이유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함입니다. 내가 고객을 만나 제일 먼저 묻는 질문도 ‘당신의 불가능한 미래는 뭐냐’ 입니다.”

그는 미국의 방위산업체 부사장을 코치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부사장은 신사업 개발을 앞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더군요. 방위산업이라고 무조건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식의 하드파워보다는 스마트파워를 생각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전쟁에서 무기를 쓰는 것은 파괴를 위한 게 아니라 평화를 얻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의 방향을 틀어준 거죠.” 이 회사는 코칭 이후 학교를 세우고 봉사활동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 연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게 됐다.

“CEO는 기업을 성장시키면서 동시에 리스크를 줄여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CEO들은 기존 사업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게 됩니다. 그러나 CEO들은 스티브 잡스처럼 파괴적인 전략을 통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코칭은 변혁을 이끌어내는 작업이란 말도 꺼냈다. 단순히 행동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의 변혁을 통해 불가능한 미래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뻔한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것은 코칭이 아닙니다. 변화에 대한 확신을 줘서 사람의 생각을 바꿔놓아야 합니다.”

◆‘인터널 코칭’으로 기업문화를 바꾼다

“코칭만큼 조직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법도 없을 겁니다. 특히 쌍방향 의사소통에 유용합니다.”

‘인터널 코치제도의 구축과 코칭 조직문화’란 주제로 강연한 김두연 한국코칭센터 대표는 코칭이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을 주는 방편임을 강조했다. 생산성 향상과 직원의 역량 개발에 직결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왜 코칭이 필요한지 공감대를 형성할 것과 ‘코칭은 좋은 것이지만 현실에 안맞는다’는 부정적 인식을 지울 것, 성과만 내고 직원의 역량을 개발하지 않으면 이직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인식할 것 등을 조언했다.

GS칼텍스의 코칭 도입 사례도 소개됐다. 이 회사의 원유태 팀장은 “최근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소프트랜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코칭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신입사원과 대리·팀장·임원 승진자 등 단계별로 코칭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태스크 중심으로 움직이던 팀원이 피플 매니저 역할을 하는 팀장이나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에게는 부서의 과장급 선배를 배치, 업무 멘토 겸 코칭을 맡긴다. 대리급은 다른 부서의 코치가 멘토링을 한다. 직속 선배에게 터놓기 어려운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코치를 받은 임직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지방근무로 고민이 많았는 데 모든 게 해결됐다’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할 선배가 있어 회사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한 것. 원 팀장은 “코칭의 효과를 숫자로 보여줄 수 없지만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나는 몰라도 코치는 알고 있다

“학교 운동부 학생이 시험을 보기 위해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시험문제 중 하나는 우리 학교 이름을 한자로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뒤에 앉아 시험보는 학생들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운동복에 학교 한자 이름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임원 코치의 특징과 인식의 중요성’이란 주제로 강연을 시작한 안병균 CMOE 대표는 “경영자들이 코치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숨겨진 문제점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사례를 들었다. 세계적인 골퍼 타이거 우즈가 2001년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뒤에도 코치를 받는 것은 자신이 못 보는 것이 있기 때문이란 것. 특히 기업 임원들은 갈등이 있어도 터놓고 대화를 못하는 현실을 감안, 외부코치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 중에는 임원 채용 때 전문코치를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는 것.

안 대표는 임원들이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로 △문제가 뭔지 모른다 △어떻게 해소할지 모른다 △객관화가 어렵다 △불편한 진실은 피하고 싶다 등을 꼽았다. 그는 최근 한 회사의 A중역이 고전하다 코치를 받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경험을 소개했다.

입사 30년차인 이 사람은 유교적 영향으로 과묵하고, 표현을 자제하는 스타일. 회사 대표는 A중역이 변화에 동참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마뜩찮게 생각했다. A중역이 데리고 있는 팀장들도 상사가 부서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지 않고 의사결정도 불명확하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A중역은 코치를 받으면서 대인관계와 표현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너에게는 머리나 지성보다 감성과 신뢰가 먼저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김재우 한국코치협회 회장(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압축성장을 한 우리 사회는 청년실업과 장년퇴직, 저출산 고령화, 계층간 양극화와 세대간 갈등 등의 문제가 얽혀서 많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며 “코칭을 통해 이런 매듭을 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