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보는 캠퍼스] (2)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부터 문화까지 … 글로벌 리더를 꿈꾼다

국제 전문인력 양성 교육기관으로 명성을 쌓아 온 한국외국어대학교(총장 박철)는 외국어 학과들을 중심으로 1954년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하던 1970~1980년대 한국외대 졸업생들은 해외시장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며 명성을 떨쳤다.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한국외대는 몇 년간 언론 대학평가에서 국제화부문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만큼 각종 글로벌 교류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대학으로 평가 받는다.

최근에는 지하캠퍼스를 준공하는 등 시설투자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외국어 못하면 졸업 못해

한국외대 학생들은 “외국어 교육만큼은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이 학교는 외국어 인증 제도를 통해 졸업과 동시에 외국어 능통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학생들은 졸업시험과는 별도로 FLEX(Foreign Language Examination) 평가시험에서 일정 점수를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다.

FLEX는 한국외대가 1999년 개발한 외국어 능력시험이다.

한국외대 졸업생이라면 최소한 1개의 외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7+1 파견학생제도’도 한국외대의 자랑거리다.

8학기의 재학기간 중 최소 한 학기는 외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향상시키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현재 연간 1000여명(서울+용인캠퍼스)의 학생을 선발해 해외 대학에 파견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현재 76개국 412개 대학 및 기관과 교류협력을 체결 중이다.

헝가리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인 진지수 씨(헝가리어 2년)는 “동유럽에는 한국 대학과 연계돼 있는 대학들이 잘 없는데 한국외대는 한 국가에만 3~4개 대학과 연계돼 있다”며 “지역까지 선택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이수경 씨(스페인어 1년)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배웠던 내용을 석 달 만에 다 배웠다”며 “앞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면 외국어 실력이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서석호 씨(국제통상 2년)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다보니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스칸디나비아어 아프리카어 몽골어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언어들을 교양과목으로 들을 수 있는 것도 한국외대만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상경대학 경제학부는 한국경제신문이 시행하는 경제이해력 검증시험인 테샛(TESAT)을 상경대학 경제학부 졸업시험으로 공식 채택했다.

경제학부 학생 1700여명(부전공자 포함)은 테샛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맞아야만 졸업할 수 있다.

# 플라멩코-라틴음악 이색 동아리들

[미리 가보는 캠퍼스] (2)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학교에는 특이한 동아리들이 많다. 라틴음악, 플라멩코, 중남미 타악기 등 세계 여러 나라의 특색을 살린 동아리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민속전이 열렸다. 헝가리 전통춤 학회에서 활동 중인 진지수 씨는 “전공 국가의 언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화·풍습까지 체험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한국외대에는 월드컵·유로컵·아시안컵 등 여러 축구대회가 열린다.

특정 언어과가 그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전통의 최강팀은 아랍어과다.

캠퍼스를 돌아보면 외국인 학생들이 많다.

중국 미국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 출신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온 오스카 토알라 씨는 “ISO(국제학생회)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의 도움으로 은행계좌와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었다”며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을 멕시코로 초청해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세림 씨(러시아어 2년)는 “수업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친구와 같이 소풍을 갔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그 친구는 귀국했지만 지금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락을 하고 지낸다”고 했다.

‘HUFS TO THE WORLD’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해외 탐방 기회를 제공하는 대회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주간 중국 소림사에 다녀온 김경아 씨(영어 2년)는 “고생은 했지만 언어의 중요성을 절감하면서 팀워크도 배웠고 또 낯선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지낸다는 것의 어려움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지난 4월 ‘HUFS 글로벌 봉사단’을 창단했다.

이들은 세계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태권도, 한국어 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봉사활동을 펼치게 된다.

올해는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학생 20여명과 교직원 2~3명을 파견했다.

# '숙원' 지하캠퍼스 완공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졸업생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최근 몇 년간 건물 대부분이 리모델링됐고 고층 건물도 들어섰기 때문이다. 사실 오랫동안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는 작고 볼품없기로 유명했다.

김종원 씨(언론정보학 졸업)는 “졸업한 지 7년밖에 안 됐지만 상전벽해라는 말이 와 닿았다”며 “추억이 많았던 미네르바 동산이 없어진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의 변신은 지난달 지하캠퍼스 완공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숙원사업이었던 지하캠퍼스는 지하 3층~지상 3층의 연면적 3800여평 규모다. 고려대나 이화여대만큼 웅장한 규모는 아니지만 자연 채광이 설비됐으며 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하캠퍼스 입구는 신본관 오른편에 있는 3층 높이의 옛 본관 앞에 자리잡고 있다.

지상 1층에는 국제교류팀, 글로벌 원스톱서비스센터, 입학관리팀이 들어섰다.

지상 2층에는 외빈 접견실 및 국제 강의실, 3층에는 60년 외대의 역사를 한눈에 불 수 있는 역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하 1, 2층에는 강의실 세미나실 운동센터 국제회의장 탁구장 지하주차장 대강당 등 학생들을 위한 교육·복지시설이 설치돼 있다.

50여년간 사용됐던 기존 대학본관은 역사기념관으로 리모델링했다.

학교 측은 “향후 지하캠퍼스에서 입학식 졸업식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며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지은 씨(언론정보 2년)는 “학생들에게 실용적인 공간이 많아 캠퍼스 생활이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