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 주제의 키워드는 '언어·문화·세계화'
[대학 논술 Profiling] (14) 한국외대
# 들어가며…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벌써 8월도 셋째 주를 맞이하면서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비도 많이 와 눅눅하고 무더워 많이 지치겠지만 조금 더 힘내셔서 자신이 세운 계획을 모두 달성하길 바랍니다.

먼저 논술 프로파일링 3호에서 다룬 건국대가 모의논술을 발표했습니다.

제가 분석한 것과 많이 다른 부분이 있으므로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수정된 부분을 설명하겠습니다.

가장 크게 변한 것 중의 하나는 시험시간이 180분에서 120분으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전에도 설명했듯이 요즈음의 논술시험 시간은 120분으로 통일되어 가고 있습니다.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국어대,이화여대,서울시립대,건국대,동국대 등 대부분의 학교가 120분입니다. (물론 120분 미만인 대학들도 존재합니다).

건국대 역시 120분이라는 시험시간 변경으로 인해 문제의 숫자와 유형도 동시에 바뀌게 됩니다.

먼저 3문항이었던 기존의 시험에서 2문항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대학 논술 Profiling] (14) 한국외대
1번 문제는 제시문 가와 나와 다의 차이점을 서술하는 비교 유형의 문제였고,2번 문제는 도표를 분석하는 유형의 문제였으나 이것이 이번 논술 모의고사를 통해 1번과 2번이 통합하는 유형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즉,제시문 가의 비교를 통해 자료 나를 분석하는 문제가 출제된 것입니다.

그리고 3번 문제는 제시문 3개를 활용하여 문학을 분석하고 견해를 쓰는 문제가 제시문 2개를 활용하여 문학을 분석하고 견해를 쓰는 문제로 변화하였습니다.

대학들의 논술모의고사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써야 하는 분량도 줄고 문제 유형도 쉬워진 편이므로 결국 전체 문제의 난이도가 예년보다 낮아졌다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호에는 한국외대 논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희대 인근에 위치한 한국외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어에 대한 전문화가 그 어떤 대학보다 잘 되어 있는 학교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통번역 대학원이 그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어와 관련된 학문뿐 아니라 일반 인문학이나 사회과학,경제,경영 모두 수준 높은 학교입니다.

이러한 학교의 특성 때문인지 논술에서 역시 한국외대만이 가진 특징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외대 논술의 특성은 무엇이며 실제로 어떤 주제가 어떤 문제 유형으로 나오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한국외대 논술의 특징

-영어제시문 2개 출제되는 유일한 논술

한국외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영어 제시문이 2개나 출제된다는 것입니다.

이미 올해부터 영어 제시문이 출제되는 대학들이 늘어난다는 것이 2012년 수시 논술의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영어 제시문의 경우 경희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동국대,숭실대,그리고 한국외대에서 출제되고 있는데,2010년까지는 한국외대 역시 영어 제시문이 1개 출제되었다가 2011년부터 2개가 출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영어 실력이 부족하면 한국외대를 쓰지 않는 것이 좋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영어 제시문이 2개이지만 2개 전체의 길이가 다른 대학 영어 제시문 1개의 분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짧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금 어려울 수 있는 단어들에 대해서는 제시문에서 그 뜻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에 수능 준비를 하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실제로 이번 2012 모의논술고사에서 학교 측이 제시한 출제의도에서는 "어휘,통사구조,개념과 관련한 난이도 측면에서 현재 고등학교 교과과정 영어 교과서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정도이고 분량도 200단어 내외여서 의미 파악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물론 영어로 되어 있는 글을 읽는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통합논술이라는 범주 안에서 제시문이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진다고 해서 성격에 따라 읽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지 글을 쓰는 과정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글 제시문 2개의 공통점을 찾고 글을 서술하는 방법과 영어 제시문 2개의 공통점을 찾고 글을 서술하는 방법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글을 쓰는 데 있어 필요한 제시문이 영어로 되어 있을 뿐이므로 제시문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제시문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일하다고 생각하기 바랍니다.

이는 도표나 그래프가 출제되었을 때도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언어,문화,세계화라는 한국외대의 특징을 그대로 논술 주제로 출제

[대학 논술 Profiling] (14) 한국외대
일반적으로 많은 대학들에서 논술을 출제할 때,문제를 만드는 교수들의 전공과 논술의 주제는 큰 관련성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전공의 교수가 해당 문제를 만드느냐에 따라 주제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물론 학교 측의 큰 가이드라인은 있겠지만 구체적인 질문의 방식과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한 대학의 주제는 추상적이냐 구체적이냐,혹은 사회현실을 볼 수 있는 주제인지와 같은 큰 틀만 존재하지 그 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다양하게 출제되어 왔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외대의 경우 주제는 분명하고도 명확합니다.

즉,언어,문화와 관련된 주제가 출제되는 것입니다.

외국어를 전문으로 하는 학교가 가지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한국외대가 자신의 논술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국제(international studies),문화(cultural studies),언어(language studies) 연구'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한국외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많은 주제를 살펴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구체적인 주제는 무엇인지,문제 유형은 정확히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최근 2년 출제 주제


-추상적인 주제를 언어,문화,세계라는 키워드로 살펴볼 수 있는 논술 (표 참조)

앞서 한국외대 논술 주제의 키워드는 언어,문화,국제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언어,문화,국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제만 출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세계화가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언어가 사고보다 앞서는가 사고가 언어보다 앞서는가와 같은 주제는 잘 출제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언어,혹은 문화와 관련된 제시문 1~2개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세계를 살펴보거나,이 둘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주제가 출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2년 모의논술의 경우,제시문 A와 B는 관용과 차별에 대한 정보를 주고 있고 자료 1~4는 타문화에 대한 관용을 보이는 사례나 차별을 하는 내용이 주어졌습니다.

즉,자료 1은 한 국가 내에서 타국의 다양한 종교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고,자료 2는 국제결혼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을,자료 3은 한국사회에서 관용의 정신이 필요함을,자료 4는 우리의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관용을 중심으로 봐야 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어떻게 보면 관용이라는 굉장히 추상적인 주제를 언어,문화,세계,우리라는 관점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한국외대는 출제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시험에도 이러한 한국외대 논술의 특징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한 가지만 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11년 수시 2회의 경우 제시문 A와 B는 지식이 권력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권력 획득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료 1의 경우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권력이 달라지는 양상을,자료 2는 언어학에서 보여주는 음운의 강도라는 힘에 따라 음절을 발음하는 위치가 달라짐을 보여주며,자료 3은 권력이 부에서 지식으로 이동함을,자료 4는 유교이념이라는 지식이 권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힘이라는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언어나 사회가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으며,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정보화 사회에서 지식,정보라는 힘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학생들에게 생각해 보게 한 것입니다.

얼핏 보면 굉장히 어려운 주제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처음 들어보는 주제일 수는 있지만 답안을 써 내는 데는 어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래의 문제 유형 분석을 토대로 알 수 있습니다.

# 문제 유형 분석

- 영어가 있지만,기본기로 충분히 좋은 답안을 쓸 수 있는 논술

앞서 말한 대로 주제는 표면상으로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제에 대한 물음의 방식은 논술의 기본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논술의 기본기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비교하기와 설명하기가 그 주축이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표 참조 ☞
[대학 논술 Profiling] (14) 한국외대
1번 문제는 제시문 두 개의 공통점을 찾는 문제입니다.

논술 문제 유형 중 가장 기초적인 것 중의 하나가 두 개 제시문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찾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글을 작성하는 방법이 복잡하지 않으며 그것을 표현해 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제시문 2개가 모두 영어라는 점에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 제시문이 길지 않고 난이도가 크게 높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편히 갖고 천천히 접근해 나가면 잘 쓸 수 있습니다.

또한 만약 공통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다른 제시문들을 토대로 공통점에 한 발자국 다가갈 수도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2번 문제와 3번 문제를 보겠습니다.

문제 유형은 조금씩 달라 보이지만,하나의 공통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즉,영어 제시문의 공통점과 같은 입장을 가지는 자료와 반대 입장을 가지는 자료를 분류하고 이를 비교하는 형태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2012년 모의논술을 보겠습니다.

2번 문제에서 제시문 A와 B를 활용하여 자료 1과 자료 2를 비교 분석하라고 요구하고 있고,3번 문제에서는 자료 3의 관점에서 자료 4에 나타난 취지를 옹호하고 이에 대해 예상되는 반론을 제시하라고 했습니다.


- 전체 제시문 간의 관계와 주제를 파악해야 좋은 답안 쓴다!

먼저 2번 문제를 토대로 자료 1과 자료 2는 각각의 입장에 대립되는 점이 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비교라는 말에는 차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료 1과 2는 무언가 다른 점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실제로 자료 1,2를 읽어 보면,자료 1은 관용적인 모습이, 자료 2는 불관용적인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보면 제시문 A와 B의 공통된 주제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즉,관용을 강조하거나 불관용을 강조하는 입장 중의 하나라는 것이지요.

또한 3번 문제의 경우 자료 3의 관점에서 자료 4를 옹호하라고 했는데 이 자료 둘 모두 관용을 강조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시문 A와 B의 공통된 주제가 관용과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 주제가 하나이고 문제가 여러 개인 논술 문제를 쓸 때는 이른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접근해야 합니다.

1번 문제가 잘 안 풀린다고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2번 문제와 3번 문제,다른 제시문들을 통해 먼저 전체 주제에 대한 실마리를 잡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풀지 못한 문제로 돌아간다면 처음에는 잡아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특히나 제시문 자체의 난이도가 높지 않을 경우는 이러한 측면이 보다 더 쉽게 잡힐 수 있습니다.

한국외대의 경우 자료들의 난이도가 낮은 것이 2개 이상이므로 전체 주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국 영어 조금 못한다고 혹은 영어 조금 해석 잘못했다고 해서 한국외대 논술 답안을 잘 못 써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른 제시문들을 통해,다른 문제들을 통해 영어 제시문의 주제를 찾아내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그리고 이미 파악한 주제와 다른 제시문의 내용을 토대로 다시 한번 영어 제시문을 읽는다면 문제의 요구조건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안다면 외국어는 조금 더 잘 들리고 잘 읽히게 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한국외대 논술은 얼핏 보면 밀접한 관계없는 제시문들이 같은 입장을 가지는지 다른 입장을 가지는지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고,왜 같은 입장을 가지는지,왜 다른 입장을 가지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도록 요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한국외대 논술 대비법 및 총평

한국외대 논술에서 좋은 답안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 하고 있는 외국어영역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해야 합니다.

아무리 전체 제시문 간의 관계를 읽어낸다고 해도 영어 자체를 잘 하지 못한다면 좋은 답안을 쓰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논술의 기본기를 닦아야 하는 것도 필수일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논술을 어떤 방법으로든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글을 써 나가는 연습을 해야 하겠습니다.

글쓰기 자체가 낯설다면 자신의 생각이 글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논술 준비를 어느 정도 한 학생들의 경우는 이제 논술문제의 전체 구도를 읽어내고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연습도 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출제자가 내게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이를 위해 어떻게 논술 문제를 구성했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이전의 논술프로파일링에서 다루었으므로 참고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강현정 S · 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