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대상㈜ 중앙연구소 건강2팀장(42)은 환자용 완전영양식품을 연구하고 있는 식품연구원이다.환자용 식품이란 식사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하기 위해 환자에게 적절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제조된 식품이다.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 빠른 쾌유에 도움을 주고,영양보충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식사대용이나 영양간식의 기능도 할 수 있다.
김 팀장이 환자용 식품 연구에 뛰어든지도 벌써 15년째다.그는 연세대에서 식품영양학과 학·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내분비내과교실 박사학위를 땄다.
같은 대학에서 연수과정(Post-doctoral fellowship)을 거친 뒤 경희대 의학영양학과 연구교수로 3년간 재직한 후 2009년부터 대상에서 일하고 있다.
김 팀장은 “식품영양학과는 실생활에서 유용한 실용학문”이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영양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영양학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여성’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잘 살릴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하고 싶었죠.
식품영양학과는 먹거리를 다루는 일인 만큼 굉장한 섬세함이 필요합니다.저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계신 일을 간략히 설명해주신다면.
“환자용 완전영양식품을 만들고 있어요.씹거나 삼키기가 어려운 분들이 코부터 위장으로 혹은 바로 위장으로 식품을 넣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앓고 있는 병의 특성에 따라 특화된 상품들도 많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분들을 위해서는 포화지방산과 나트륨 성분을 낮춘 식품을,투석환자를 위해서는 단백질 보충을 최대화 하기 위해 고단백 식품을 연구하는 식이죠.이 연구소에서 환자용 식품을 만든지 15년짼데,15년째 우리가 만든 제품만 먹으며 삶을 이어나가는 분들도 있어요.”
▶식품영양학의 장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요람에서 무덤까지 안 먹는 사람은 없죠.실생활에서 실용학문이자 과학입니다.
음식에 관해서라면 식품영양학사들이 의사보다 더 전문가에요.예를 들어 대상에서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있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암환자도 먹을 수 있는 영양소만으로 이뤄진 음식을 소개하고 조리법도 가르쳐주는 자리죠.
맛없는 음식에 신물이 난 암환자들에게 맛있는 음식도 먹고,건강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거죠.”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면 어디로 진출하나요.
“대학에서는 임상학,영양학,급식관리 분야 등 크게 3분야에 걸쳐 공부하게 됩니다.
석사과정에서는 이 중 한 분야를 선택해 공부하게 되죠.
전문분야인 만큼 전공을 살리고 싶은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원에 진학합니다.
진로는 굉장히 다양해요.저처럼 식품을 설계할 수도 있고,개인 식단을 짜주는 상담원이 될 수도 있죠.
식품회사나 제약회사,연구소에서 일하거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의사가 되기도 합니다.”
▶식품영양학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식품 시장에서 ‘웰빙’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장기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거의 모든 식품군에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필요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식품영양학 전문가 수요도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거에요.
제가 몸담고 있는 노인·환자용 식품시장도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시장은 계속 팽창하고 있습니다.
80세 넘은 틀니 낀 할아버지들이 언제까지 죽이나 물만 먹고 살 순 없으니까요.
소화하기 쉽고,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면서도 맛있는 식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거란 얘기죠.”
▶이 일을 하면서 보람있었던 일은.
“사설 당뇨클리닉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어요.
한 할머니께서 지난달보다 혈당수치가 100이나 올랐다며 울상을 지으며 오셨죠.
일반인의 혈당수치가 130~140 정도인데 이 할머니는 200이 훌쩍 넘으셨더군요.
갑자기 혈당이 오른 데에 대한 원인을 찾지 못해 불안해 하시는 할머니와 얘기하다가 하루에 홍시를 3개 가량 먹는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과일은 당도가 높고,당분이 혈액속에 남아 당수치를 높입니다.하루에 홍시 반 개만 드시라고 조언해드렸죠.
다음 달 다시 방문하셨는데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정말 고마워하셨어요.
의사가 의약으로 사람을 치유한다면,우리는 음식으로 사람을 도와줍니다.이런 이유 때문에 이 공부를 쉽게 그만둘 수 없었어요.”
▶식품영양학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줄 조언은.
“이 공부를 하려면 봉사·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지식으로 타인의 건강을 지킨다는 사명감도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