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배 잘 사는 이뉴는 뭘까?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34) 경제 성장의 동력
표에서 A~D까지를 추론해 보자. 규칙을 보니 A는 2009년 값을 1970년 값으로 나눈 것이다.

즉 B~E까지 값이 '1970년에 비해 2009년 몇 배 커졌는가'를 알려주는 것이다. D를 자세히 보니 B를 C로 나눈 값이다. E를 잘 보니 D를 12로 나눈 값이다.

퍼즐을 맞춰보면 B는 실질 GDP, C는 인구추계, D는 1인당 실질 GDP이며 E는 1인당 실질 GDP를 12로 나눈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1인당 소득'이 된다.

놀랍게도 1970년에 비해 우리의 경제 규모는 약 16배, 인구는 1.5배, 1인당 GDP가 10.5배 커졌다.

생산 또는 소득의 10~15배 증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다면 10분위 배율로 느껴보자.

2005년 10분위배율을 보면 최상위 10분위 계층의 소득이 최하위 1분위 계층의 약 15배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가장 부자 계층과 가장 가난한 계층의 차이가 1970년과 2009년 우리 경제의 차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40년 동안 가장 가난한 계층이 가장 부유한 계층을 따라잡은 셈이다.

40년이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신이 40년 후에 지금보다 10~15배 잘살 수 있을까?

지금 최하위 계층이 열심히 노력해서 40년 후에 최상위 계층에 포함될 수 있을까?

이 쉽지 않을 일을 한국 경제가 지난 40년 만에 이룬 것이다.

지난 시간에 배웠던 장기 총공급이란 주어진 노동, 자본 등의 투입 요소들이 정상적인 수준에서 모두 활용되고 있는 상태를 말하며, 이런 이유로 장기 총공급 곡선은 물가와 상관없이 수직의 형태를 보인다.

수직의 장기 총공급 곡선이 이동하는 것이 경제 성장이고 보면 블랑샤드(Blanchard)의 말처럼 경제 성장은 장기의 현상일 수도 있다.

이때 수직인 장기 총공급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고 왼쪽으로 이동하면 수축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40년 동안 성장하는 추세 속에 살고 있기에 경제가 축소되고 성장이 후퇴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경제가 거꾸로 성장했던 경험이 상상의 끈을 연장시켜 줄 것이다.

성장의 지표는 물가 상승을 제거한 실질 GDP로 나타낸다.

그런데 성장에서 더 중요한 지표는 실질 GDP가 아니라 1인당 실질 GDP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실질 GDP 규모가 커져도 경제가 성장한 것이기는 하지만, 삶의 질과 관련이 있는 것은 '한 사람이 생산(소득)의 얼마를 차지할 수 있는가'이기 때문에 1인당 실질 GDP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1970년에 비해 2009년 실질 GDP가 16배 증가했지만, 인구가 1.5배 증가하면서 1인당 실질 GDP는 10배 증가했다. 인구가 0.6배의 성장을 까먹은(?) 셈이다.

그러나 인구 성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인구는 곧 노동의 밑거름이 되고 노동은 생산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성장을 경험한 40년 동안 노동 투입이 성장에 기여한 부분은 매우 컸다.

당시 농업에 치중하던 산업 구조가 공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많은 유휴 노동이 노동 시장에 유입됐고,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가 증가하면서 인구의 증가에 비해 노동의 증가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근면한 우리 국민의 엄청난 노동 시간도 인구에 비해 노동력을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와 같은 단순한 노동력은 우리의 높은 교육열과 맞물려 질 좋은 노동자를 양산했다.

단순한 노동과 구분해서 노동력에 체화된 기술을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높은 인적 자본 증가율도 40년의 성장에 큰 몫을 차지했었다.

같은 노동이라도 교육을 많이 받은 노동자가 생산성이 높아 성장 기여도가 높듯이 더 많은 장비와 더욱 편리한 최신 기계를 동반하면 생산성이 높고 성장 기여도가 커진다.

이와 같은 자본을 인적 자본과 구분해서 물적 자본(physical capital)이라고 한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34) 경제 성장의 동력
자본 저량(capital stock)은 투자를 통해 축적되고, 투자는 저축을 통해 만들어진다.

과거 우리 국민들은 '아껴서 잘살자'라는 구호 속에 높은 저축률을 기록했고, 이것은 고스란히 투자로 이어져 물적 자본의 높은 축적률을 가져왔다.

이것도 부족해서 정부는 차관을 들여와 부족한 투자재원을 조달해가면서 자본 쌓기에 노력했다.

물적 자본의 축적은 복리(compound rate)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꾸준히 축적하려는 노력이 40년이 지난 지금의 거대한 경제 규모를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이다.

만약 40년 중에서 10년이라도 물적 자본 축적을 게을리했다면 복리 효과를 고려할 때 지금의 경제적 성과를 맛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복리의 무서움을 알기에 한순간도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 것 같다.

노동, 인적 자본, 물적 자본이 어우러져 만든 경제성장!

이런 요인 이외에도 제도 개선, 민주화, 기술 발전 등의 보이지 않는 생산성 증대 요인이 있을 것이고 이를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라고 부르자.

그렇다면 우리 40년의 경제적 성과는 높은 수준의 노동과 물적 자본의 투입, 교육열에 의한 인적 자본의 지속적 축적, 그리고 이런 요인이 설명하지 못하는 총요소생산성의 변화로 요약된다.

크루그먼(Krugman)이나 영(Young)과 같은 학자는 한국의 과거 경제 성장의 동력이 주로 노동과 물적 자본에 의한 성장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요소 투입에 의존한 성장은 한계를 가진다.

노동을 무한정 늘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언제까지 '안 먹고 안 쓰며' 저축과 투자만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장기적 성장을 이끌어가는 동력은 인적 자본이나 기술을 포함한 생산성 증대라고 주장한다.

이런 시사점이 우리가 최근에 제도 개선과 기술 발전에 더욱 중점을 두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노동 투입은 이민이나 해외 노동력을 흡수하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다.

최근에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 활동도 GDP에는 포함될 테니 말이다.

세금인하를 통해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저축과 투자를 늘리기 위해 저축에 부과된 소득세를 인하하고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를 내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가 투자적 성격이 아닌 소비적 지출을 크게 줄여 재정 적자를 줄이는 것도 투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가 재정 적자를 편성하면 부족한 돈을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한다.

이때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 이자율이 높아져 민간 기업의 투자가 위축(구축효과)되기 때문에 역으로 적자를 줄이는 것이 민간 투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물론 위에서 언급한 모든 정책의 실효성은 다른 논쟁거리다).

그러나 노동과 물적 자본의 증대는 한계가 있고, 인간의 창의력에 의존하는 인적 자본과 기술은 그 한계를 알기 어렵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성장을 이미 달성한 국가의 경우 물적 투입의 증대보다 인적 자본과 총요소생산성의 증대에 정책의 방점이 찍혀 있다.

인적 자본을 더욱 높이기 위해 교육 투자에 대한 비과세를 확대할 수 있으며, 총요소생산성의 증대를 위해 R&D 투자를 늘리고, 불필요한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경제 성장의 요인이 노동 투입, 물적 자본, 인적 자본, 알기 어려운 생산성 등의 요인들로 구성되었듯이 개인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남보다 노동 시간을 늘리고, 아껴서 저축하고 자본을 확충하며, 더 열심히 배워 인적 자본 쌓기를 40년간 게을리 하지 않아야 최하위 계층에서 최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물론 마지막 요인인 총요소생산성이 어떻게 작용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