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단기적으로 경직적이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31) 총수요와 총공급
거시경제학은 경제를 멀리서 바라본다.

멀리서 바라본다는 것은 많은 것을 한 번에 고려한다는 것이며,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 아니라 모든 시장을 더한 총수요와 총공급의 균형을 연구한다는 것이다.

모든 시장이란 한 나라 전체를 고려했다는 뜻이며,총수요와 총공급이 만나서 결정된 '가격'과 '수량'은 한 나라 전체의 가격을 평균한 '물가수준'과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GDP'로 볼 수 있다.

생산,즉 공급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 및 판매하려는 욕구'다.

공급의 주체는 기업이며 국내 모든 기업의 생산 및 판매 욕구를 더하면 총공급이 된다. 기업은 생산과 가격을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까?

생산 단가는 1개의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평균적인 비용(ac)을 말한다.

만약 판매 가격이 개당 생산 단가에 미치지 못하면 손해를 보는 것이고 그 이상이라면 그 차이만큼 개당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우리는 기업이 생산단가인 ac에 일정 가산율을 붙여서 가격을 책정한다고 가정하려고 한다.

이를 식으로 나타내면 p=ac(1+m)이고 이때 m이 가산율이다.

아이폰 생산 단가가 개당 ac=50만원이라면 m=40%의 가산율을 더한 70만원을 판매 가격으로 책정하거나,치킨의 생산 단가가 마리당 1만원이라면 20%의 가산율을 더해 1만2000원의 판매 가격을 책정하는 식이다.

경쟁이 치열하면 가산율을 조금만 붙일 수 있고,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면 가산율을 높게 책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가산율은 기업에 따라 산업의 평균적인 수준보다 조금 높게,혹은 낮게 책정되겠지만 같은 산업이라면 가산율이 큰 차이를 보이기는 어렵다.

따라서 산업마다 산출된 평균 가산율을 살펴보는 것이 의미있다.

그런데 산업 구조는 단기간에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산율은 매우 안정적인 값을 가진다.

아주 긴 시간을 놓고 본다면 가산율이 변하지만,단기적 시각에서 가산율은 고정된 값으로 분석에서 고려대상이 아니다.

기업의 생산과 가격의 결정식인 p=ac(1+m)을 다시 생각해보자.우변의 m은 산업구조에 따라 고정된 값이고 생산단가인 평균비용 ac는 생산을 증가 혹은 감소시키면 움직이는 변수다.

기업이 생산을 변화시키면 우변의 ac가 변하고 기업이 책정하는 가격 p가 변하면서 전체 국민경제의 물가 수준(P)이 영향을 받게 된다(소문자는 기업이나 산업 수준이며,대문자는 국민경제 전체 수준에서 바라본 변수로 표기).

이 문장을 잘 음미해보면 생산량과 물가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총공급 곡선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생산량의 변화가 물가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관한 것으로 이어진다. 기업이 생산을 갑자기 증가시키려면 기존 노동자들이 야근을 더 하거나,신규 노동자를 고용한다.

기존 노동자가 야근 등을 통해서 노동을 증가시키면 피곤이 급증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며,신규 노동자는 직무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존 노동자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다.

새로 공장 부지를 신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 공장 옆에 조그만 작업장을 임시로 만든다.

이런 노동과 자본은 적합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런 모든 요인은 생산을 증가시킴에 따라 생산단가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업이 생산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동과 자본,토지의 수요를 늘리면 임금,이자,임대료가 올라간다.

기업들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자본을 사용하기 위해서,토지를 구입하거나 임대하기 위해 다툴 것이다.

이는 생산 요소의 가격 상승을 초래해 생산 단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런데 생산 요소 중에서 노동의 가격인 임금은 조금 특별하다.

케인스가 주장했듯이(지난주 생글생글 참조)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계약된 임금은 신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

현실에서 관찰되는 (명목)임금이 경직적인 사례가 바로 연봉 계약제도다.

회사와 노동자 혹은 노조는 지난해 물가 상승률과 기업 실적을 감안해 임금협상 테이블에 임하고 1년 동안 받게 될 연봉을 결정한다.

따라서 연간 임금은 경기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된다. 연봉 계약의 시점도 기업마다 다르다.

연초 연말 상반기 하반기 등 연봉 계약은 기업마다 다른 시기에 결정된다.

따라서 경제 전체의 명목 임금이 조정된다고 해도 임금 계약 시점이 달라서 전체적으로 본다면 임금은 매우 천천히 층차적으로 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노동조합의 존재나 기업이 안정적 임금 운용을 통해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질 좋은 노동자를 지속적으로 공급받고 싶어 하는 것도 임금 경직성의 원인이 된다.

이 긴 이야기의 핵심은 단기적으로 고용이 변해도 (명목)임금은 경직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시간에 말했듯이 우리가 앞으로 배울 모형이 다분히 케인스적 시각에 입각했다고 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제 생산량과 물가의 변화를 통해 총공급곡선을 도출할 차례다.

어느 한 산업의 관점에서 기업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가격과 수량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 공급곡선이라면 국민경제의 입장에서 모든 기업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생산량(GDP)과 물가수준이 총공급곡선이다.

앞의 설명을 다시 기억해보자.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려면 요소 투입이 증가해야 하는데,이는 생산성 하락의 요인이 된다.

또한 자본과 토지 등 단기간에 충족되기 어려운 요소의 수요가 증가하면 요소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단기에 일정하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노동 수요가 증가해도 임금은 일정하다).

이런 두 가지 요인은 생산 단가(ac)의 상승 요인이 되며,기업은 가격(p)을 올릴 것이다.

이런 현상이 경제 전체에 발생하면 AC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물가수준인 P가 증가한다.

생산을 증가(GDP 증가)시키면 물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총공급곡선은 우상향한다.

이번에는 수요를 살펴보자.수요는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욕구'이며 국민 경제 관점에서 본다면 수요의 주체는 가계,기업,정부,해외로 나눠볼 수 있다.

가계는 소비(C),기업은 투자(I),정부는 정부지출(G),해외는 수출(X)의 주체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계,기업,정부가 소비하려는 재화 중에서 수입(M)된 재화는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의 수요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빼준다. 이것이 총수요다.

AC =C + I + G +X - M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우선 수출과 수입을 뺀 폐쇄경제를 가정하고 설명하자(나중에 환율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개방경제의 모형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폐쇄경제의 총수요는 'C+I+G'가 된다. 총공급을 물가수준과 GDP의 평면에 나타냈다면 총수요도 마찬가지다.

물가수준이 상승하면 사람들은 지갑에 더 많은 돈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마트에 갈 때,심지어 설날 세뱃돈을 주더라도 말이다.

이것은 화폐수요의 증가를 의미하고 화폐수요가 증가하니 돈 구하기가 어려워져서 이자율이 올라간다.

이자율이 상승하면 자동차,주택구입 등 할부로 구입하는 내구재의 소비가 감소할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는 대가가 커지니 투자도 줄어든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니 총수요가 줄어들어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GDP)가 감소한다.

결론적으로,물가수준의 상승은 재화나 서비스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총수요곡선은 물가수준과 GDP 평면에서 우하향하는 형태로 그려진다.

미시경제를 배울 때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이유는 가격효과,더 정확히는 대체효과 때문이었다.

반면 총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이유는 위에서 보듯이 사뭇 다르다.

이제 총수요와 총공급을 도출했으니 다음 시간에는 총수요-총공급 곡선의 이동요인을 재정정책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