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이용한 '척수손상' 치료법 찾기 활발
사람은 항상 움직이고 다양한 감각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을 잃어버린다면?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바로 척수손상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가 치료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 질병이 척수손상이다.
경희대 의과대학 윤태영 교수팀을 통해 척수손상에 대해 알아보자.
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나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나로 연결돼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송전소를 통해 전국의 가정과 사무실, 공장 등으로 전기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는 어떤 명령을 위한 전기적 · 화학적 신호를 만들고 이를 척수라는 거대한 송전소로 보낸다.
이 신호는 신체 곳곳, 손가락 발가락 끝까지 전달된다.
척수에서 뻗어나와 온몸으로 신호를 보내주는 전깃줄을 말초신경계라고 한다.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통틀어서 신경계라고 하며, 신경계는 인체 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다.
척수신경은 뇌의 명령을 온몸으로 전달하거나 몸의 감각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온몸의 감각과 운동 등 활동을 통제하는 사령탑 역할을 한다. 척수는 가늘고 긴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한 형태로 이뤄져 있다.
척수는 끊어지기 쉽고 유연하다는 특성 때문에 안쪽으로 세 가지 보호막으로 에워싸여 있다.
제일 안층이 '유막'이며 중간층은 섬세한 '거미막', 바깥쪽은 질긴 '경질막'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이 보호막의 바깥쪽을 뼈인 척추가 에워싸 보호하고 있다. 척수 내부를 살펴보면 신경세포와 축삭돌기라는 긴 신경섬유가 존재한다.
척수 내 축삭돌기는 뇌로부터 신호를 하행경로를 따라 아래쪽으로 보내고, 상행경로를 따라서는 뇌를 향해 위쪽으로 보낸다.
이 경로 안의 많은 축삭돌기들은 마치 전선의 피복과 같은 절연 물질인 '미엘린'으로 덮여 있다.
이들 축삭돌기가 놓여 있는 부분이 '백질'이며, 척수의 중심에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나비 모양 부분이 '회백질'이다.
척수는 전국 각지를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에 비유할 수 있다.
척수손상이란 고속도로나 철로가 끊어진 것 같이 척수에 골절이나 탈구로 손상이 가해져 감각상실이나 근육운동의 상실을 가져온 상태를 말한다.
태풍이나 산사태 등과 같은 자연재해나 사고로 인해 도로나 철로가 훼손되거나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 도로가 끊어지면 유통이 마비돼 대란이 벌어진다.
척수손상도 마찬가지다.
척추가 부러지거나 손상되면 부서진 척추의 뼛조각들이 척수를 찌르거나 눌러 손상시키게 된다.
그러면 척수의 전기 신호가 전달될 경로가 중간에 끊겨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손상을 입은 부위 아래의 몸은 운동기능 손상으로 마비가 오며 감각기능도 사라진다.
이 같은 손상이 머리에 가까울수록 후유증은 심각해진다.
목 부위의 척수손상은 사지마비를 초래하고, 허리 부위의 손상은 하반신 마비와 배변 · 배뇨 · 성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또 사지마비나 하반신 마비로 오래 누워 있거나 장시간 앉아 있게 되면 근육과 피하지방이 적은 뼈 돌출 부위의 피부와 피하조직에 장시간 압박이 가해져 세포가 죽는 '욕창'이 생기기도 한다.
또 척수손상 환자는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실제 척수손상 환자의 3분의 2 정도가 이질통(allodynia) 및 과민통(hyperalgesia)과 같은 만성적인 신경병증 통증에 시달리고 있고, 이 중 3분의 1가량은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통증은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환자가 재활치료를 받을 의지를 꺾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을 수반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재 기술로 손상된 척수신경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척수손상 환자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치료법이 마땅치 않아 치료법 개발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수술과 약물치료요법, 줄기세포이식 등 여러 방법이 연구 중이지만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신경세포 분화법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돼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팀은 최근 "전분화능 줄기세포의 신경세포 분화 유도법이 최근 영국에서 열린 국제줄기세포포럼 (ISCF) 산하 국제줄기세포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Stem Cell Initiative)에서 신경계통(외배엽) 분야 공식 프로토콜(표준 규약)로 채택됐다"고 발표했다.
전분화능 줄기세포는 특정 조건하에서 모든 체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것으로 배아줄기세포와 역분화줄기세포가 있다.
전분화능 줄기세포는 모든 체세포로 분화할 수 있지만 적절히 분화시키지 않은 상태로 동물이나 체내에 이식하면 기형종(테라토마)이라는 암이 발생한다.
따라서 적절한 분화법은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또 배아줄기세포는 세포주 특성에 따라 어떤 것은 신경세포로,어떤 것은 근육세포나 췌장세포로 분화하려는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테라토마가 나타나지 않게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가장 성공적으로 신경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전분화능 배아줄기세포 분화 과정에는 비엠피(BMP)신호와 액티빈/노달(Activin/Nodal)신호 두 가지가 관여한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신경계(외배엽)세포 분화는 억제하고,대신 소화 · 호흡기관계(내배엽)세포와 근골격계(중배엽)세포 분화를 촉진한다.
연구진은 이를 역이용,저분자 화합물질(Dorsomorphin, SB 431542)을 써서 두 신호 전달을 차단함으로써 신경세포로의 분화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배아줄기세포를 파킨슨병 치료에 쓰이는 도파민 신경세포로 전환할 때 분화수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85~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아줄기세포 100개를 신경세포로 분화할 때 85~90개가 테라토마 없는 정상 도파민 신경세포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이 방법을 이용해 사람 대상 파킨슨병 치료 모델을 확립하고 2년 안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교수팀은 현재 쥐 등 동물 대상으로 전임상 시험을 마친 상태다.
한편 최근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제론(Geron)은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손상 치료법을 환자에게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개시한 바 있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을 잃어버린다면?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바로 척수손상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가 치료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 질병이 척수손상이다.
경희대 의과대학 윤태영 교수팀을 통해 척수손상에 대해 알아보자.
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나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나로 연결돼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송전소를 통해 전국의 가정과 사무실, 공장 등으로 전기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는 어떤 명령을 위한 전기적 · 화학적 신호를 만들고 이를 척수라는 거대한 송전소로 보낸다.
이 신호는 신체 곳곳, 손가락 발가락 끝까지 전달된다.
척수에서 뻗어나와 온몸으로 신호를 보내주는 전깃줄을 말초신경계라고 한다.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통틀어서 신경계라고 하며, 신경계는 인체 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다.
척수신경은 뇌의 명령을 온몸으로 전달하거나 몸의 감각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온몸의 감각과 운동 등 활동을 통제하는 사령탑 역할을 한다. 척수는 가늘고 긴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한 형태로 이뤄져 있다.
척수는 끊어지기 쉽고 유연하다는 특성 때문에 안쪽으로 세 가지 보호막으로 에워싸여 있다.
제일 안층이 '유막'이며 중간층은 섬세한 '거미막', 바깥쪽은 질긴 '경질막'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이 보호막의 바깥쪽을 뼈인 척추가 에워싸 보호하고 있다. 척수 내부를 살펴보면 신경세포와 축삭돌기라는 긴 신경섬유가 존재한다.
척수 내 축삭돌기는 뇌로부터 신호를 하행경로를 따라 아래쪽으로 보내고, 상행경로를 따라서는 뇌를 향해 위쪽으로 보낸다.
이 경로 안의 많은 축삭돌기들은 마치 전선의 피복과 같은 절연 물질인 '미엘린'으로 덮여 있다.
이들 축삭돌기가 놓여 있는 부분이 '백질'이며, 척수의 중심에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나비 모양 부분이 '회백질'이다.
척수는 전국 각지를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에 비유할 수 있다.
척수손상이란 고속도로나 철로가 끊어진 것 같이 척수에 골절이나 탈구로 손상이 가해져 감각상실이나 근육운동의 상실을 가져온 상태를 말한다.
태풍이나 산사태 등과 같은 자연재해나 사고로 인해 도로나 철로가 훼손되거나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 도로가 끊어지면 유통이 마비돼 대란이 벌어진다.
척수손상도 마찬가지다.
척추가 부러지거나 손상되면 부서진 척추의 뼛조각들이 척수를 찌르거나 눌러 손상시키게 된다.
그러면 척수의 전기 신호가 전달될 경로가 중간에 끊겨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손상을 입은 부위 아래의 몸은 운동기능 손상으로 마비가 오며 감각기능도 사라진다.
이 같은 손상이 머리에 가까울수록 후유증은 심각해진다.
목 부위의 척수손상은 사지마비를 초래하고, 허리 부위의 손상은 하반신 마비와 배변 · 배뇨 · 성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또 사지마비나 하반신 마비로 오래 누워 있거나 장시간 앉아 있게 되면 근육과 피하지방이 적은 뼈 돌출 부위의 피부와 피하조직에 장시간 압박이 가해져 세포가 죽는 '욕창'이 생기기도 한다.
또 척수손상 환자는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실제 척수손상 환자의 3분의 2 정도가 이질통(allodynia) 및 과민통(hyperalgesia)과 같은 만성적인 신경병증 통증에 시달리고 있고, 이 중 3분의 1가량은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통증은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환자가 재활치료를 받을 의지를 꺾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을 수반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재 기술로 손상된 척수신경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척수손상 환자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치료법이 마땅치 않아 치료법 개발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수술과 약물치료요법, 줄기세포이식 등 여러 방법이 연구 중이지만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신경세포 분화법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돼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팀은 최근 "전분화능 줄기세포의 신경세포 분화 유도법이 최근 영국에서 열린 국제줄기세포포럼 (ISCF) 산하 국제줄기세포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Stem Cell Initiative)에서 신경계통(외배엽) 분야 공식 프로토콜(표준 규약)로 채택됐다"고 발표했다.
전분화능 줄기세포는 특정 조건하에서 모든 체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것으로 배아줄기세포와 역분화줄기세포가 있다.
전분화능 줄기세포는 모든 체세포로 분화할 수 있지만 적절히 분화시키지 않은 상태로 동물이나 체내에 이식하면 기형종(테라토마)이라는 암이 발생한다.
따라서 적절한 분화법은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또 배아줄기세포는 세포주 특성에 따라 어떤 것은 신경세포로,어떤 것은 근육세포나 췌장세포로 분화하려는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테라토마가 나타나지 않게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가장 성공적으로 신경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전분화능 배아줄기세포 분화 과정에는 비엠피(BMP)신호와 액티빈/노달(Activin/Nodal)신호 두 가지가 관여한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신경계(외배엽)세포 분화는 억제하고,대신 소화 · 호흡기관계(내배엽)세포와 근골격계(중배엽)세포 분화를 촉진한다.
연구진은 이를 역이용,저분자 화합물질(Dorsomorphin, SB 431542)을 써서 두 신호 전달을 차단함으로써 신경세포로의 분화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배아줄기세포를 파킨슨병 치료에 쓰이는 도파민 신경세포로 전환할 때 분화수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85~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아줄기세포 100개를 신경세포로 분화할 때 85~90개가 테라토마 없는 정상 도파민 신경세포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이 방법을 이용해 사람 대상 파킨슨병 치료 모델을 확립하고 2년 안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교수팀은 현재 쥐 등 동물 대상으로 전임상 시험을 마친 상태다.
한편 최근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제론(Geron)은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손상 치료법을 환자에게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개시한 바 있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