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자기집앞에 가로등을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28) 공공재
얼마 전 방송된 KBS의 '일요스페셜'은 몇 해 전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한 연쇄살인사건을 집중 조명하였다.

방송은 범인이 2년 넘게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가며 무고한 시민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원인이 범죄가 발생한 지역의 특성에 있다고 하였다.

방송에 비쳐진 해당 지역의 주택가는 한눈에 보아도 범죄에 취약한 모습이었다.

좁은 골목이 구불구불하게 미로와 같이 계속 연결되어 있었고, 골목 곳곳에 쓰레기더미가 방치되어 있어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듯 보였다.

이처럼 누구의 관리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다 구불구불하기까지 한 골목길은 가로등이 있다고 해도 빛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져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방송은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주민 개개인이 집 앞에 가로등을 설치해 골목 곳곳을 환하게 비추면 범죄의 재발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한 사람이 자신의 집 앞에 가로등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하자.

가로등이 설치되면 집주인은 가로등이 골목을 비쳐 어두운 밤길을 다닐 때도 범죄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편익)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로등으로 인한 편익은 집주인뿐만 아니라 그 집 앞으로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대가 없이 공통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로등으로 인한 편익을 누릴 수 있는 횟수는 어느 한 사람이 누린다고 해도 그만큼 줄어들지도 않는다.

자신이 설치한 가로등의 편익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고 그로 인한 대가도 받을 수 없다면, 과연 집주인은 자신의 집 앞에 가로등을 설치할까?

아마도 집주인은 스스로 가로등을 설치하지 않고, 정부나 시에서 자신의 집 앞에 가로등을 설치해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이처럼 가로등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설치되지 않는 이유는 가로등이 공공재(public goods)이기 때문이다.

공공재는 국방, 경찰행정, 기상예보 정보 등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사유재(private goods)와는 달리 비배제성(non-exclusiveness)과 비경합성(non-rivalry)의 특성을 갖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비배제성은 가로등이 설치된 골목을 다니는 사람의 통행을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개인이 공공재를 대가 없이 소비하더라도 그 소비를 막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여 편익을 누림에도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을 '무임승차자'(free rider)라고 한다.

비경합성은 어느 한 사람이 가로등이 주는 편익을 누린다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이 가로등으로부터 누릴 수 있는 편익이 줄어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공재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소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로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공공재는 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생산하고 공급한다. 그

렇다면 왜 민간기업은 공공재를 생산 · 공급하지 않는 것일까?

민간기업의 최대 목표는 이윤 극대화이다. 하지만 공공재는 비경합성으로 말미암아 공공재를 소비하는 사람이 늘어나 양(+)의 한계편익이 발생하더라도 이에 따르는 한계비용은 '0'이 된다.

완전경쟁시장에서의 상품 가격은 한계비용과 같이 결정되므로 공공재의 시장가격은 '0'이 되어야 한다.

설사 공공재에 양(+)의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공공재의 비배제성 때문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무임승차자'의 소비를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공공재를 소비하는 대가로 가격을 지불하려 들지 않을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에는 공공재를 생산 · 공급해야 하는 아무런 유인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즉, 공공재의 생산과 공급을 시장에 맡기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양보다 적게 생산되어 시장 실패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공재의 생산과 공급은 정부나 지자체 등이 주로 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재를 생산 · 공급할지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어떤 공공재를 얼마만큼 생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효율적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사유재의 생산과 공급은 시장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자들은 어떤 재화의 가치를 자신이 지불하고자 하는 최대의 가격으로 나타낸다.

공급자들은 생산비용 등을 고려하여 자신들이 받고자 하는 최소의 가격으로 해당 재화의 가치를 표출한다.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최대 가격과 생산자가 받고자 하는 최소가격이 일치하는 점에서 균형가격(시장가격)이 발생하고, 사유재의 생산량과 소비량은 이러한 시장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사유재가 시장가격에 의해 생산 · 소비되는 반면 공공재는 정부나 지자체에 의해 생산되고 불특정 다수가 대가 없이 소비하므로 공공재의 생산과 공급의 방식은 사유재와 달라진다.

사유재의 시장수요는 각 가격에 대한 소비자 수요량을 합한 것인 반면, 공공재의 시장 수요는 각 수량에 대해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을 모두 더한 것이다.

다시 말해 사유재의 시장수요는 개별 수요곡선을 가로(수평)로 합한 것인 반면 공공재의 시장수요는 개별 수요곡선을 세로(수직)로 더한 것이다.

이는 한 사람이 경합성과 배제성을 지닌 사유재를 소비하면 다른 사람의 소비 기회가 줄어들고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 사람은 소비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사유재의 시장수요는 각 소비자의 수요량을 수평으로 더하여야 하고, 공공재는 어떠한 경제주체도 공공재의 소비에서 배제되지 않고 소비의 기회 또한 동등하므로 공공재의 시장 수요를 구하기 위해선 수요량을 수직으로 더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A와 B 두 가구가 사는 마을에 설치비용이 한 개에 만원인 가로등을 설치한다고 하자. 가로등 한 개로부터 A가구는 5000원의 편익을, B가구는 8000원의 편익을 누려 그 만큼의 설치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이 경우 두 가구의 편익의 합(1만3000원)이 설치비용(1만원)보다 크므로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효율적이고, 두 가구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을 더한 1만3000원이 가로등에 대한 시장수요가 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정부가 가로등 한 개를 더 설치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두 가구의 한계편익의 합보다 커지는 수만큼 가로등을 설치하면 가로등은 사회적으로 최적의 수준으로 생산 · 소비될 수 있고, 가로등 설치를 시장에 맡길 경우 발생하는 시장 실패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편익분석을 통한 공공재의 생산이 사회 전체적으로 항상 최적의 효율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공공재로부터 얻는 국민들의 편익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로등으로부터 느끼는 편익을 가격으로 나타내는 것이 매우 어렵고, 가격으로 수치화한다고 할지라도 각 경제주체가 말하는 편익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로등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가로등이 주는 혜택을 과장하여 가로등 설치 개수를 늘리려 할 것이고, 가로등으로부터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무겁다고 느껴 가로등의 필요성을 실제보다 작게 말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최적 수준의 공공재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것은 각 경제주체들이 공공재로부터 얻는 편익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공공재를 공부하면서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정부나 지자체가 생산 · 공급하는 것이 모두 공공재는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생산 ·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도 공공재가 아닌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기나 수도는 정부가 생산 · 공급하지만 대가를 치르지 않는 소비자는 배제할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운영하는 무료주차장의 경우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비배제성은 충족하지만, 주차장을 이용하려는 차량이 많아 수용 대수가 초과되면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전기와 수도는 배제성을 갖고, 무료주차장은 경합성을 가져 공공재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공공재는 특성상 시장에서 생산 · 공급되는 것이 어려울 뿐이지 공공재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주체가 반드시 정부나 지자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민간기업이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기업의 재원으로 도서관이나 박물관을 건설하고, 입장료를 받지 않고 이용에 제한 또한 두지 않는다면 공공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민간이 생산 · 공급할지라도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의 요건만 충족된다면 그 재화나 서비스는 공공재가 될 수 있다.

정원식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