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기성 미생물로 수소에너지 생산···‘수력도약’ 이용한 세포컨트롤 기술 개발
[Science] 펄펄 끓는 물에서도 잘 살수있는 미생물도 있네!
최근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져 따듯한 온천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사람이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온도뿐 아니라 화산 주변과 같은 펄펄 끓는 물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초고온성 미생물'들이다.

초고온성 미생물들은 대체로 산소가 없는 환경(혐기성)에서 수소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미래 청정에너지인 수소 생산의 좋은 원료가 된다.

또 물이 콸콸콸 흐르다 보면 위로 솟아오르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를 '수력도약'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이 현상을 이용해 마이크로(미시) 세계에서 세포 등 입자를 제어하는 기술이 최근 나왔다.

미시 세계의 원료를 거시로 확장하거나, 거시 세계의 원리를 미시 세계에 활용하는 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 혐기성 미생물로 '무한 에너지' 수소에너지 생산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의 고갈이 다가오고 이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면서 세계 각국은 지금 대체에너지 개발에 여념이 없다.

바이오매스, 핵융합에너지, 풍력발전, 태양광에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많은 전문가들이 유망한 대체에너지로 꼽는 게 수소에너지다.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물(H20)을 원료로 쓰기 때문에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이며, 연소 후 만들어지는 부산물도 물이라서 폐기물이 없다.

즉 수소는 최상의 무공해 친환경 에너지이며, 연료전지를 통해 전력생산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이다.
2030~2040년께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핵융합발전의 원료도 사실 수소(중수소,삼중수소)다.

1억도가 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돼 전기적으로 중성 상태인 이온 입자로 우주 물질의 99%를 차지) 상태에서 삼중수소와 중수소를 융합시키면 헬륨과 중성자가 생성된다.

이때 질량 결손에 따라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따라 17.58 MeV(메가전자볼트)의 막대한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방출된다.

최근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성공적으로 중성자를 생성해 전 세계에 이 기술을 선보였다.

이렇게 무한한 에너지원인 수소를 해결하는 방법은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하는 방법, 열분해, 광 및 화학적 분해, 생물을 이용한 제조 방법 등이 있다.

가장 유력하게 알려진 수전해 방법은 미국 일본 등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으며 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착수했지만 관련 장비가 비싼 것이 단점이다.

이에 따라 미생물을 이용한 수소 생산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론적으로 포도당(C6H12O6) 두 분자를 이용해 미생물과 함께 적절히 처리를 하면 12개의 수소가 생성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물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다른 물질도 만들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는 최소 4분자가 생성된다.

여러 미생물 가운데 초고온성 혐기 미생물만이 이러한 수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값싸게 초고온성 혐기 미생물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폐기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볏짚 등의 농업부산물, 잡초, 음식물 쓰레기, 혹은 글리세롤 같은 바이오디젤 생산 후 발생하는 폐기물을 초고온성 혐기 미생물과 섞어 적절히 처리하면 수소가 나온다.

무한에너지인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광합성 미생물 가운데 수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이 있으며, 이를 초고온성 혐기 미생물과 섞어 적절히 처리하면 이론적으로 더 많은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성균관대 심상준 교수 연구팀은 21세기 프론티어사업단 고효율수소에너지제조저장이용개발사업단 과제의 일환으로 '목질계 및 조류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고온 혐기발효 수소 생산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또 광합성 미생물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저감과 수소 에탄올 디젤 등 바이오에너지 생산연구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 수력도약 현상 이용해 세포 컨트롤 기술 개발

수도꼭지에서 싱크대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위로 튀거나, 댐에서 경사면을 따라 방류되는 거대한 물줄기가 저수지와 만나는 부분에서 아치 모양을 그리는 장면을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수력도약이다.

이는 빠른 속도의 운동에너지를 갖는 물질이 갑자기 열린 공간으로 이동할 때, 운동에너지가 위치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체의 점프(jump)현상을 말한다.

서강대 강태욱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과 고려대 최연호 생체의공학과 교수팀, 미 UC 버클리의 루크.P 리 교수팀 공동 연구진은 최근 수력도약현상을 마이크론 세계에 적용해 '미세입자 위치제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100만분의 1m(마이크로미터) 수준의 공간에서 세포나 박테리아 등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다.

연구진은 중간 부분이 볼록한 요철과 같은 마이크로관을 설계하고 이 관을 통해 세포를 특정 물질에 실어 흘려보내면서, 세포 입자가 볼록한 부분에서 수력도약 현상에 따라 속도를 잃고 정지하는 구조체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또 마이크로관의 모양, 입자의 크기와 속도에 따라 입자를 원하는 위치에 고정시키고 제거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

존 바이오칩의 경우는 구멍 속에 분석이 필요한 세포를 넣어 연구한 뒤 다시 꺼내기가 어려웠다.

이 방법은 세포에 손상을 거의 주지 않고 원형 그대로 고정해 원하는 세포반응만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손쉽게 사용된 세포를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에 복잡한 나노 구조체의 도움이나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강태욱 교수는 "마이크로 입자의 위치 제어 방법을 찾던 중 유체의 특성을 이용해볼 생각으로 이 연구가 시작됐다"며 "이 기능을 활용하면 기존 방법보다 50% 이상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1~2년 내 상용화해 신약개발이나 암세포 등 세포의 대량 분석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응용물리학 분야의 권위 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Applied Physics Letters)'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