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병 유발하지만 항생제·항암제 만드는 원료로 쓰여
[Science] 곰팡이, 알고보면 더럽고 해로운 것만은 아니네요!
21세기 들어 인간의 유전정보(게놈)가 밝혀졌고, 동물 복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상화되고 있다.

또 우리가 눈치채지는 못하지만,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는 등 생명공학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여러 생명체에 대한 분자유전학적인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분자유전학이란, 생명현상의 연구에 있어 생명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분자인 DNA 등을 대상으로 여러 첨단 기법을 동원해 분석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너무나 하찮게 여기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사실 우리 상상 이상으로 활발하다.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곰팡이는 사실 너무나 중요한 과학기술 발전의 도구다.

곰팡이에 대한 분자유전학적 연구는 식품이나 의약품으로 직결되며, 곰팡이는 사람에게 직접 병을 생기게 하거나 사람이 먹는 동 · 식물에 병을 생기게 하는 등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유용한 물질은 20세기 초 의학 발전에 혁신을 가져온 항생제 '페니실린', 항콜레스테롤제로 현재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의약품 중 하나인 '로바스타틴', 항암제로 각광받고 있는 '아피시딘' 등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미생물이 얼마나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줄 과학기술 발전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 곰팡이, 사실 더러운 것 아니다

일반적으로 '곰팡이' 하면 '더러운 것''해로운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이제껏 밝혀진 7만여 종의 곰팡이 외에도 100만여 종의 곰팡이가 더 있다.

치즈,빵,된장,술 등 많은 발효 식품들이 다양한 곰팡이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

사실 우리가 고급으로 치는 송이버섯,팽이버섯도 그냥 곰팡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 밖에 다양한 곰팡이의 수만큼이나, 곰팡이에 의해 생성되는 다양한 물질들은 항생제,항암제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부 곰팡이들은 자연 생태계에서 분해자로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 곰팡이가 사람에게 항상 유익한 것은 아니다.

일부 곰팡이들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기도 하며 무좀,비듬,아토피 등 인간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원인이 된다.

또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들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하고, 감염된 식물체에 남은 곰팡이 독소는 그것을 먹은 동물이나 인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인원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농생명학부 교수팀은 이러한 곰팡이의 특성 중 이로운 역할에 주목해 인류 건강 증진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진이 주목하고 있는 곰팡이인 붉은 곰팡이(학명:Gibberella zeae)는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벼 · 보리 · 밀 · 옥수수 등에 병을 일으켜 작물의 수확을 감소시킨다.

이 병은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19세기 이전부터 유럽에서 알려져 왔고, 1900년대 들어 미국에서 발생해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10여 년을 주기로 발생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말이다.

붉은 곰팡이의 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붉은 곰팡이의 병 발생을 비롯한 주요 유전자의 기능 분석은 세계적으로도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이인원 교수팀의 연구가 유일하다.

이 교수 연구팀은 붉은 곰팡이의 독성과 병원성을 차단하기 위해 곰팡이의 기초적인 분화와 생장을 조절하는 기작에 관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종 분자유전학적 실험뿐 아니라 화학물질 분석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 파킨슨병, 도대체 왜?

파킨슨병은 치매에 이어 두 번째로 빈발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노인 100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병의 원인은 누구도 명확히 발견하지 못했다.

정종경 서울대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초파리 동물모델과 사람의 배양조직을 이용해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파킨슨병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 중 약 90%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이야기는 너무나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사용되는 모든 파킨슨병 치료 약물은 단지 질병 현상을 완화시키는 식으로 개발돼 왔다.

파킨슨병의 핵심 원인 유전자로는 alpha-synuclein, Parkin, DJ-1, PINK1와 LRRK2 등이 알려져 있다.

초파리는 빠른 발육기간을 가지며, 한 번의 교배를 통해 암컷 한 마리 당 100~200개의 알을 낳는다.

또 초파리의 유전물질은 4쌍의 염색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전학적으로 다루기 쉽고 전체 게놈 구조가 밝혀져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인간 질병유전자의 약 70%가 초파리에 보존돼 있어 사람 질병 연구에 너무나 유용하게 활용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앞서 언급한 'PINK1'이 없는 초파리 동물모델을 만들어 관찰한 결과, 날개 위치 이상과 근육의 구조 변형,운동성 장애 등의 특징을 발견했다.

날개를 담당하는 근육 구조를 살펴본 결과 근육 조직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가 비정상적으로 확대 변형돼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PINK1은 근육과 도파민 뇌신경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며, PINK1 유전자가 망가질 경우 급격한 미토콘드리아의 변형 및 파괴로 인해 파킨슨병과 유사한 현상이 유발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결국, 특정 유전자 변이에 의한 파킨슨병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상실이 주요 병리적 원인임을 규명한 것이다. 정종경 교수는 "연구진이 타깃으로 한 질병 원인 유전자가 상실된 동물모델을 최초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연구를 수행하는 데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창의연구사업 지원이 컸다" 며 "앞으로 인간의 삶에 있어 최악의 질병인 파킨슨병에 대해 새로운 치료법을 반드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