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세포내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스트레스는 치매·뇌졸중 등에 영향
[Science] 정신질환은 뇌의 어느 부분이 고장나 발생하는 걸까?
흔히 '미쳤다'고 한마디로 표현되는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우울증이나 뇌졸중 등 뇌 관련 질환은 왜 생기는 것일까.

국내외 영화에서도 기이한 행동을 유발하는 이 같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주인공들이 종종 나온다.

많은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은 뇌 어느 부분이 고장나 질환이 생기는 것인지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속 시원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KAIST 포스텍(Postech) 고려대 등 국내 연구진은 이들 질환의 단서를 밝혀낼 수 있는 여러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이상 생기면 '정신분열증'

박상기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정신분열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DSCI-1이 도파민과 같은 세포 속 신경전달물질의 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이 연구결과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DSCI-1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유전자에서만 망가져 있다(Disrupted-in-schizophrenia 1)'는 뜻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DISC-1과 미토콘드리아 간 상호작용을 밝혀내고 정신분열증 치료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서 생체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생산해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일종의 '엔진'과 같은 소기관이다.

또 신경세포 안에서는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계 기능에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의 대사에도 관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DISC-1 단백질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미토필린'이란 단백질의 정상적 활동을 방해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는 사실과, 이것이 도파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밝혀냈다.

반대로 말하면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DISC-1 단백질이 미토필린을 제대로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그동안 연구는 정신분열증 발병의 현상적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됐지만 이번 연구는 DSCI-1이 미토콘드리아의 정상적 기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찬영 울산과기대(UNIST) 나노생명화학부 교수팀은 최근 칼슘(Ca)이상으로 촉발되는 각종 정신질환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실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크랙(CRAC) 칼슘채널 활성화 단백질 스팀1(STIM 1)의 L형 칼슘채널과의 결합과 억제'라는 제하의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실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사이언스지가 중요성을 인정해 '사이언스 퍼스펙티브(Science Perspective)'란에 다시 별도로 소개됐다.

칼슘은 심장박동 · 두뇌활동 · 면역기능 · 호르몬분비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세포 내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세포를 파괴하거나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칼슘이 세포 안에 유입되도록 하는 칼슘채널(칼슘유입 단백질)은 'VGCC'와 '크랙' 두 가지가 있는데, 이들은 세포막에 동시에 존재하며 하나가 활성화되면 다른 하나가 비활성화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심장 · 근육 · 신경세포에서는 VGCC가 활성화되고 크랙이 비활성화되는 반면, 면역세포에서는 크랙이 활성화되고 VGCC가 비활성화된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을 통해 크랙을 활성화시키는 스팀1 단백질이 VGCC와 결합하게 되면 VGCC를 억제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스팀1 단백질이 두 칼슘채널을 동시에 제어한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세포 내 칼슘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박 교수는 작년에 '셀' 지에 스팀1 단백질이 크랙을 활성화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칼슘 신호 전달 이상으로 야기되는 자폐증이나 정신분열증,우울증,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심장부정맥 등의 발병 원인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제공하고 세포 내 유입되는 칼슘을 조절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 스트레스 극복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김원기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팀은 스트레스가 뇌졸중(중풍)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뇌졸중은 단일기관에서 생기는 질환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사망원인 1위로 연간 3만3000여명이 이 질환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뇌졸중은 뇌혈관의 폐쇄로 인한 혈류흐름의 차단(허혈성 뇌졸중)과,혈관의 파열로 인한 출혈(출혈성 뇌졸중) 두 종류로 나뉜다.

연구진은 허혈성 뇌손상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대 이화여대 건국대 등 국내 각 대학뿐 아니라 미국 MIT 등과 국제적 연구협력 네트워크를 맺고 있으며 국내 여러 제약회사와 함께 약물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트레스의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쥐 등 다양한 동물 실험 모델이 있지만 연구진은 구속모델로서 동물을 일정 시간 좁은 공간에 구속함으로써 생기는 스트레스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를 단시간에 주거나(급성스트레스) 같은 자극을 20일 동안 주는 반복 스트레스(만성스트레스)에 대해 비교 연구한 결과 모두의 경우에서 허혈성 뇌손상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을 관찰했다.

그러나 급성스트레스와 만성스트레스의 뇌손상 증대원인은 다르게 나타났다.

전자는 스트레스로 인한 혈액 내 스트레스호르몬(glucocorticoid)의 증가와 밀접히 관련돼 있었으나, 만성 스트레스의 경우 혈액 내 스트레스호르몬과의 관련성은 미미했다.

이는 급성스트레스와 달리 만성스트레스는 뭔가 다른 인자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가 면역계의 능력을 감퇴시키고 치매 뇌졸중 우울증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라며 "사회적 스트레스가 매우 큰 우리나라 국민은 질환 예방을 위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