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몬 공명현상 이용, 나노크기 레이저 발생장치 개발

올해는 레이저(laser)가 만들어진 지 만 5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미국광학회 국제광공학회 등 많은 학술단체가 레이저 페스트(Laser Fest)라는 이름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다.

레이저는 1960년 발명된 이래 눈부신 발전을 지속해 왔다.

레이저는 비선형광학 분광학 등 기초과학인 물리학과 화학 · 생물학은 물론이고 공학,나아가 의학과 군사 분야 등에서도 필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레이저의 출력도 갈수록 세져 처음 발명됐을 때 이후 100배 이상 강해졌고 펄스 폭은 펨토(femto:10의 15제곱분의 1)초 영역에 다가섰다.

레이저는 또 최근에는 플라즈모닉스(pasmonics) 등 여러 새로운 연구 분야를 낳고 있다.



⊙ 거울에 빛을 가두는 게 레이저의 기본 원리

레이저는 우리가 흔히 프레젠테이션용으로 흔히 쓰고 있는 '레이저 포인터'를 보면 알 수 있듯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빛의 세기가 세며, 단일한 색을 갖고 있다.

레이저의 기본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1917년 아인슈타인은 유도방출(spontaneous emission)이란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어떤 물질의 구성요인인 원자에 빛을 쐬어주면 쌍둥이 빛을 탄생시키게 되는 것이다.

레이저는 이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질의 양편에 거울을 설치한 다음 빛을 가둬놓고 반사만을 지속시키면 계속 쌍둥이 복제를 하면서 높은 세기의 빛을 만들게 된다.

레이저의 크기는 거울 사이의 거리에 해당하며, 이렇게 왕복하는 레이저를 일부 새어나오게 해 우리가 이용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레이저는 '유도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the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이라는 뜻의 영어 앞 글자들을 따서 만든 단어다.

유도방출의 원리를 통해 레이저 시스템의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1950년대이고 광물질인 루비를 이용해 첫 레이저를 만든 것이 1960년이다.

광통신은 레이저의 빛을 광섬유를 통해 전달하는 것으로 집까지 광섬유가 설치돼 오는 FTTH(fiber to the home) 등이 바로 레이저를 이용한 초고속 통신기술이다.

CD DVD 블루레이 등의 광 데이터 저장장치도 레이저를 이용해 저장된 정보를 읽어내며, 엑시머 레이저 · 색소 레이저 등은 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레이저를 이용한 거리 및 진동 측정 기술 등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레이저 연구로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플라즈모닉스는 금속과 유전체의 경계면에서 빛과 전자의 움직임 패턴이 연동되는 '표면 플라즈몬 공명'에 대한 연구 분야를 일컫는다.

플라즈몬은 금속 내 자유 전자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이며 표면 플라즈몬 공명은 나노 구조의 아주 작은 금속 물질에서 빛의 전자기장과 플라즈몬이 짝지어지면서 빛을 흡수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빛 에너지가 플라즈몬으로 변환되면서 순간 매우 증가된 전기장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기전자공학 분야에서 플라즈몬 설계 · 제어 기술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병호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부 교수팀은 플라즈모닉스와 표면 플라즈몬 파를 이용한 광 연결 · 데이터 저장 · 정보처리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광학회와 국제광공학회 석좌회원(펠로)이기도 한 이 교수는 "플라즈모닉스를 발전시키면 빛을 특정한 모양으로 만든다든가 소용돌이 형태로 만드는 것 등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 레이저,3차원으로 진화

박홍규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하버드대,프랑스 국립학술연구원(CNRS) 연구진과 함께 표면 플라즈몬 공명 현상을 이용해 3차원 나노 크기 레이저 발생장치를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나노 분야 권위지 '나노 레터스'에 실렸다.

3차원 레이저 발생장치는 3차원 공간상에서 빛을 가둬 만든 레이저로서 가장 발전된 형태의 레이저 발생장치다.

1차원 레이저가 거울을 양쪽에 하나씩 평행하게 놓은 것이라고 하자.레이저 크기를 줄이면(거울 사이 거리를 줄이면) 빛은 잘 가둬지지 않고 위나 아래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위와 아래에 다시 거울을 평행하게 하나씩 더 놓으면 2차원 레이저가 된다.

공간은 3차원이므로 빛을 완벽히 가두기 위해선 3차원으로 가둬야 하는데, 거울로 이뤄진 정육면체를 가장 기본적인 3차원 레이저라고 볼 수 있으며 가장 진화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물리적인 한계로 빛의 파장보다 작은 극미세 레이저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다.

연구진은 은(silver)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광학적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은 나노 구조체를 제작하고 이 구조체에서 발생하는 레이저 빛을 극저온(-265도)에서 상온(20도)까지 온도를 바꿔가며 광학적 특성을 관찰 분석한 결과 이 레이저 빛이 표면 플라즈몬에 의한 현상임을 규명했다.

일반적으로 나노기술을 이용해 소자의 크기를 작게 만들수록 이를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소비량도 적어지지만, 전자 소자들은 크기가 작아지면 전력의 상당부분을 불필요한 열로 빼앗기기 때문에 오히려 전력소비량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극미세 레이저 발생장치는 크기를 줄여도 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전력 소비도 줄이면서 빛의 속도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레이저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광소자를 높은 집적도로 구현하는 원천 기술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박 교수는 "초미세 컴퓨터 등 개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진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역시 표면 플라즈몬 공명을 이용해 나노 크기 유기 플라스틱에 나노 크기 무기 금속을 접합한 '유기-무기 하이브리드 나노 구조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영국 왕립화학회 권위지 '화학회 총설'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구조체가 발광 수명이 최장 1년 이상이고 기존 나노 크기 발광 플라스틱에 비해 발광 효율이 최대 300배 높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향후 광전자 소자에 응용하면 낮은 전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신개념 소자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