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치료의 ‘한줄기빛’… 국내서도 배아·제대혈 줄기세포 연구 활발
[Science] 줄기세포의 神秘··· 도마뱀은 왜 꼬리가 잘려도 다시 자라지?
지금은 환경오염이 심각해 보기 어려우나 20~30년 전만 해도 시골에 가면 도마뱀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도마뱀 등 하등동물은 신체 일부가 잘려 나가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완벽하게 재생을 한다.

손상된 장기나 조직이 어떻게 재생될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줄기세포' 때문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2억달러의 줄기세포 연구비를 긴급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는 줄기세포 연구가 정보통신산업 등 현재 주류 산업의 뒤를 이을 중요한 산업 · 임상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태 이후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게 답보 상태에 있던 줄기세포 연구를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 난치병 치료의 희망

장미꽃의 가지를 자르면 다시 싹이 나고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면 다시 자라나오는 것과 같이 우리 몸 안에는 재생능력을 가진 세포들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줄기세포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는 불치병 혹은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약물 치료와 수술 치료로 대표되는 현재 의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는 무한 증식 능력과 광범위한 분화 능력으로 인해 현재 실행 중에 있는 성체줄기세포 치료제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완벽히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적으로 막대한 투자와 치열한 연구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눈다.

또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와 같이 태아 유래 줄기세포를 성체줄기세포와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아기가 태어나기 위해 수정된 배아에서 만들어지는 배반포를 통해 얻게 된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골수 탯줄 지방조직 등 우리 몸의 다양한 조직에서 얻을 수 있어 윤리적 논란이 적다.

성체줄기세포의 대표적인 것이 골수의 줄기세포다.

이 세포들은 혈액세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필요할 때는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많은 의학적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210종의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몸 안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제를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난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아줄기세포와 거의 똑같은 줄기세포를 자기의 피부세포나 장기세포에서 얻어낼 수 있는 '역분화' 기술이 개발돼 복제과정 없이도 자기의 유전형에 맞는 줄기세포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줄기세포는 난치병 치료를 위한 의학의 발전 과정에서 새로운 의학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병변을 치료하려는 기존 의학과 달리 줄기세포를 새로 주입해서 재생을 이루게 하기 때문이다.

오일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 교수팀은 국내 대표적인 성체줄기세포 연구팀으로 골수나 제대혈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백혈병이나 암치료에 사용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역분화에 관한 염색체의 변형과 후성유전체 변형에 관한 새로운 이론과 골수에서 일어나는 줄기세포의 재생작용을 조절하는 미세환경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학계에 제시하기도 했다.

조명수 제일약품 책임연구원팀은 인간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도파민 신경세포를 생성한 후 이를 파킨슨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도파민 신경세포로 분화는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배아체를 만든 후 이 배아체로부터 다시 신경특이적 구조물을 생성하고, 대량생산과 냉동보존이 용이하면서 고효율로 신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신경전구체구를 이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제일약품 연구진이 만든 신경전구체구는 안과질환 중 하나인 망막변성치료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신경전구체구를 망막변성 시 실명의 원인이 되는 망막색소상피세포와 시각세포로 분화를 유도한 후 질환에 적용하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 뇌질환 · 노화연구 · 장기재생까지

강경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은 사람이나 동물로부터 성체줄기세포를 분리하는 독특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제대혈이나 양막으로부터 성체줄기세포를 분리하는 기술은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 교수팀은 국내 줄기세포 연구진으로서는 처음 유럽으로부터 연구를 수주해 프랑스 미국 한국 3개국이 참여하는 줄기세포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강 교수팀은 노인성 치매 등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모델 동물에서 줄기세포 생체 내 작용 및 기전에 대한 연구, 성체줄기세포의 노화기전 연구 및 이를 이용한 인간노화 연구,줄기세포의 만능성 관련 전사조절 연구 등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또 성체줄기세포를 사람에 임상 적용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임상시험을 요청한 상태이며 내년에는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는 '조직재생을 위한 쾌속조형 기반 3차원 세포 프린팅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은 3차원 형틀을 디자인하고 세포를 배양해 이 형틀대로 인공 장기를 만드는 것이다.

연구진은 3차원 세포 프린팅 기술→통합형 전조직체 개발→대(大) 체적 복합조직 재생→장기 제조 순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제시했다.

세포 프린팅 기술은 마치 잉크젯 프린터의 노즐처럼 줄기세포와 세포의 성장인자(세포액 영양분 등)를 3차원 구조체(바이오 인공지지체 · 스캐폴드(scaffold))에 뿜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잘 배양돼 실제 장기 조직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것이 조 교수의 아이디어인 '통합형 전조직체'다.

예를 들어 턱뼈가 반 정도 파괴됐다면 뼈 세포이미지를 3차원으로 복원한 뒤 절단된 부위에 끼워맞출 수 있는 복합조직을 만들어 몸에 이식하는 것이다.

절단 부위와 인접한 스캐폴드는 체내 효소에 의해 무해한 성분으로 분해돼 없어지고 이 자리는 주변 조직이 자라나 채우게 된다.

조 교수는 "아직 갈길이 먼 얘기지만 조직공학(생명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의약학의 융 · 복합 학문)의 궁극적 지향점이 본 연구"라며 "20년 후 50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이식시장에서 본 연구의 원천기술 선점 효과는 실로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