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스 단백질 · 뇌혈관장벽 연구로 분자 · 원자수준의 극미세 시스템 분석
[Science] 정신질환은 우리몸 어느 곳이 잘못돼 발생할까?
병이 생긴다는 것은 신체의 기관이나 조직,세포의 특정 부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근원을 찾다보면 분자나 원자 수준의 미세한 시스템에서 이상이 감지되게 마련이다.

세계 과학자들은 분자나 원자 수준의 극미세 시스템에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려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

KAIST와 연세대 등을 통해 최근 연구 동향을 알아보자.



⊙시냅스 단백질 · 뇌혈관장벽, 정신질환 분석의 중요한 단서 제공

정신작용은 우리가 주변 사물을 보고 느끼고 판단하는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뇌의 종합적 작용을 말한다.

정신작용의 가장 기본적 단위는 두 신경세포 사이의 신경전달이다.

여러 신경전달이 모이면 뇌신경회로(circuit)가 만들어진다.

신경전달이란 한 신경세포에서 발생한 신호가 다른 신호로 전달되는 것을 말하며 이는 두 신경세포 사이 접점인 '시냅스'에서 일어난다.

여러 뇌신경회로가 모이면 바로 정신작용이 된다.

따라서 시냅스의 신경전달이 잘못되면 신경회로가 차단되고 정신작용에 문제가 생겨 치매 우울증 정신분열 등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

창의연구단 '시냅스 생성 연구단'에 참여하고 있는 김은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다양한 시냅스 구성 단백질을 7년 동안 연구해왔다.

시냅스는 전시냅스(presynapse)와 후시냅스(postsynapse)로 구분된다.

한 신경세포에서 발생한 신호가 축삭을 따라 신경말단(전시냅스)에 도달하면 여기서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 신경말단 밖으로 분비된다.

이는 수상돌기에 위치한 후시냅스의 수용체(receptor)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신경전달이 일어난다.

전시냅스에는 신경전달물질과 이에 대한 분비를 조절하는 단백질이 많이 저장돼 있다.

또 후시냅스에는 신경전달물질 수용체 단백질에서 발생한 신호를 처리하는 단백질이 많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시냅스에는 1000여개 종류의 단백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냅스 단백질의 기능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단백질을 시냅스에서 없애보는 것이다.

단백질은 유전자(gene)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전자를 제거하면 되며, 유전자 제거 생쥐(gene knockout mice)는 특히 정신 신경병 연구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시냅스 유전자가 제거된 생쥐에서는 다양한 정신 신경병증이 관찰된다고 한다.

기억력이 떨어진 생쥐와 행동이 산만해진 생쥐가 있는가 하면,사회성이 극도로 떨어져 동료 생쥐를 배척하는 생쥐와 지나치게 외모에 신경을 쓰는 생쥐 등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알코올에 중독된 생쥐도 있으며 삶의 의욕을 상실한 생쥐도 관찰된다고 알려졌다.

김은준 교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시냅스와 단백질의 상호작용 연구가 상당 부분 진전되면 정신 신경병 발생 예측 및 분석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뇌혈관장벽 연구도 의학자들 사이에서 이슈다.

신체 기관은 웬만한 불순물이 들어와도 자기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뇌는 다르다.

위에서 살펴본 극도로 섬세한 시스템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단단한 방어막을 치고 있는데 이를 '뇌혈관장벽'이라 부른다.

뇌혈관장벽은 혈관을 이루고 있는 벽돌이라고 할 수 있는 혈관내피세포들 사이를 메우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벽돌 사이를 시멘트로 메우듯 폐쇄막(tight junction)을 통해 혈관세포 사이 틈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뇌 속 세포들도 돌기를 뻗어 혈관 주위를 둘러싸면서 이 장벽을 한층 더 두껍게 만든다.

만약 뇌에 병변이 생기면 이 장벽이 느슨해진다. 약이 들어가서 작용하는 데 이 장벽이 방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혈관장벽이 거꾸로 약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버리는 일이 자주 생겨 의학자들은 이 부분 원인 규명에 노력하고 있다.

김철훈 연세대 의과대 부교수는 "뇌는 그 섬세함만큼이나 아직도 많은 것이 밝혀져 있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라며 "뇌혈관장벽을 더 잘 알게 된다면 뇌병변 연구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질병진단 생체 나노센서 개발될까

한편 국내외 공동연구진은 질환의 발병과 진행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생체 나노 센서' 개발의 기초가 될 연구 성과를 내 사이언스(Science)지에 실었다.

연세대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 지능형 나노복합체 연구단(단장 김동호 화학과 교수)은 최근 이화여대 WCU 사업단과 함께 인체 내 이온 결합을 통한 전자 이동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초분자 복합체'를 최초로 합성하고 이에 대한 물리화학적 성질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연세대 WCU 사업과 이화여대 WCU 사업에는 조너선 세슬러 미 텍사스대 교수와 순이치로 후쿠즈미 일본 오사카대 교수가 각각 초빙 교수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사이언스지 9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온 결합을 통한 몸 안의 전자 이동은 호흡과 근육운동 등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온 결합에 대한 연구는 제한된 분자 시스템에 국한됐으며, 생체 내 많은 분자들이 결합하는 방법 중 하나인 호스트-게스트(host-guest) 초분자체 복합체 연구는 이뤄진 적이 없었다.

연구진은 다양한 음이온 존재하에서 호스트 분자인 '칼릭스 피롤' 분자와 게스트 분자들과의 이온 결합으로 이뤄지는 초분자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초분자에 부착되는 음이온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호스트-게스트 분자 간 결합 세기와 구조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밝혀냈다.

특히 게스트 분자로 '비스이미다조리움 퀴논'을 사용해 형성된 공 모양의 초분자체에서는 생명현상 관찰에 중요한 전자전이 현상을 관측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X-선 결정 구조 분석과 다양한 분광학적 실험을 통해 이를 규명했다.

김동호 단장은 "신체 내 전자 이동 메커니즘을 보다 잘 규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며 연구가 더 진행되면 신체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분자 질병센서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