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회적 잉여가 있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9) 독점의 사회적 비용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인 1930년,인도의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는 78명의 추종자들과 함께 인도 서부의 해안마을인 단디(Dandi)를 향한 400㎞의 대장정에 올랐다.

둥근 안경을 쓴 60세의 깡마른 노인 간디는 선두에서 추종자들을 이끌며 비포장도로를 따라 매일 20㎞에 가까운 길을 지팡이를 짚고 걸었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행렬에 가담하였고, 약 3주간에 걸친 행진을 통해 그를 따르는 군중은 수천명으로 불어났다.

단디에 도착한 간디는 바닷속에 들어가 잠시 몸을 씻은 후 해변의 진흙땅에서 흰 가루 한 움큼을 집어들었다.

이윽고 수천명의 군중도 그를 따라 흰 가루를 줍기 시작했다.

그들이 손에 움켜진 흰 가루는 바로 소금이었다.

간디와 인도인들의 행진은 훗날 소금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 진리파악운동,비폭력무저항운동 등으로 번역됨) 또는 소금 행진으로 이름 붙여졌다.

소금은 먼 옛날부터 국가에 의한 전매(專賣),즉 독점의 대상이었다.

중국은 진나라 때부터 소금에 대한 전매를 실시하였는데,진시황은 전매 수입을 군대 양성과 만리장성 건축에 사용하였다고 한다.

인도는 1857년 세포이 항쟁 이후 전역이 영국의 직할 식민지로 편입되었는데,영국 정부는 1882년 '소금법'을 발표하여 소금의 생산과 유통을 모두 정부가 독점하였다.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드넓은 해변에 염전을 만들어 스스로 소금을 생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왕실에 세금을 내가며 비싼 값으로 소금을 구매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간디는 소금 독점이 영국의 잘못된 식민지 정책 중 대표적 사례라 생각하고,이를 인도 독립운동의 초점으로 삼았던 것이다.

지난 시간 우리는 독점시장에서의 가격은 한계비용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독점으로 인해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는 피해를 보고,생산자는 이득을 보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후생은 어떻게 변화하는 것일까?

만약 소비자들의 피해 액수와 생산자가 이득을 본 금액이 같다면 독점이 발생해도 사회 전체의 후생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독점이 사회적 전체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9) 독점의 사회적 비용
독점이 사회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완전경쟁시장에서의 사회적 잉여와 독점시장에서의 사회적 잉여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그림1>에서와 같이 완전경쟁산업의 수요곡선(D)이 우하향하고(개별기업이 직면하는 수요곡선은 수평이지만 시장수요곡선은 우하향함을 기억하자),한계비용곡선(MC)이 수평이라고 가정해보자.

한계비용곡선은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나타내는데,완전경쟁시장에서는 공급곡선과 같다(엄밀히는 평균가변비용을 상회한다는 조건이 필요하지만 고교 과정을 넘어서므로 이에 대한 내용은 생략하기로 한다).

공급곡선은 각 수량에서 생산자가 받고자 하는 최소한의 가격을 나타내는데,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생산자들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격수용자이기 때문에 한계비용곡선과 공급곡선이 같게 되는 것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 시장의 균형은 시장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교차하는 곳에서 이루어지며,균형가격과 생산량은 각각 P0,Q0로 정해진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누리는 혜택인 소비자 잉여(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한 금액)의 크기는 색칠한 부분과 같다.

한편 생산자 잉여(생산자 실제로 받은 금액- 산자가 받고자 하는 금액)는 시장가격이 한계비용과 같게 결정되기 때문에 0이 된다.

따라서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를 합한 사회적 잉여의 크기는 소비자 잉여의 크기와 동일하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9) 독점의 사회적 비용
완전경쟁이었던 산업이 하나의 독점기업에 의한 지배를 받게 된다면 사회적 잉여는 어떻게 변화할까?

독점화가 되어도 비용구조에 변화가 없다면 수평의 한계비용곡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한계비용곡선이 곧 공급곡선이었지만 독점시장에서는 공급곡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급곡선은 각 수량에서 생산자가 받고자 하는 최소 가격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정의는 기업들이 가격수용자인 완전경쟁시장에서만 성립한다.

독점기업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시장가격을 수요곡선상에서 선택하기 때문에 공급곡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점기업은 시장수요곡선으로 한계수입곡선(MR)을 도출하고 MR=MC가 성립하는 Q1만큼을 생산한다.

이때의 가격은 수요곡선에 따라 P1으로 결정된다.

가격은 상승하고, 공급량은 줄어들었으므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임은 분명하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그림2>의 A, B, C를 합친 것과 같았던 소비자 잉여는 산업이 독점화됨으로 인해 A로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독점기업은 한계비용 이상으로 가격을 받게 되어 독점이윤을 실현할 수 있고,완전경쟁이었을 때 0이었던 생산자 잉여가 B만큼 생겨나게 된다.

완전경쟁에서의 소비자 잉여 중 B만큼이 생산자에게로 귀속된 것이다.

그러나 독점이 발생하면 소비자,생산자 그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부분이 존재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순손실을 경제학에서는 독점의 자중손실(deadweight loss)이라 부르고 있다.

자중(自重)이란 차량 자체의 중량을 뜻하는데,짐을 전혀 싣지 않아도 그 무게는 나가므로 총운반가능 중량에서 자체 중량은 빼주어야 한다.

그냥 없어져버린 사회적 잉여가 이와 성격이 비슷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자중손실이라 이름 붙여진 것이다.

독자들은 <그림2>에서 독점으로 인한 자중손실의 크기가 삼각형 C의 면적과 같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삼각형 C는 후생삼각형,또는 최초 연구자의 이름을 따 하버거의 삼각형(Harberger's triangle)이라 불린다.

아놀드 하버거(Arnold Harberger)는 미 시카고대의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하며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Jr.) 등을 제자로 지도한 저명한 경제학자이다.

하버거는 독점시장을 연구하며 미국 경제에서 독점으로 인한 자중손실,즉 후생삼각형의 넓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였는데, 1954년 발표된 그의 논문에 따르면 독점으로 인한 자중손실은 당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1% 정도에 불과하다.

하버거는 후생삼각형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인물이지만 그 규모는 별로 크지 않다고 보았던 것이다.

하버거의 논문은 학계에 많은 논란을 불러왔는데 조지 스티글러(George Stigler) 등의 학자들은 하버거의 측정 방법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의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자중손실의 크기가 GDP의 6%대에 이른다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0.5~2% 범위에 있다는 데 중론이 모아지고 있다.

김훈민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hm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