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뇨'의 반대 현상··· 아시아 지역 홍수·불볕 더위 시달려
[Science] 올 여름 무더위는 해수 온도가 떨어지는 '라니냐' 탓?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서늘하다.

찜통더위가 조금 물러간 듯싶다.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유달리 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렸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7월1일부터 8월8일까지 39일 중 35일이 평년 수준보다 더운 날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전국 60개 지점 평균 기온은 25.3도로 평년(24.5도) 대비 0.8도 높았고 8월엔 평균 기온이 27.6도에 육박해 평년보다 1.7도나 높았다.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난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시아 지역은 폭우로 몸살을 앓았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서부에서는 8월 초 폭우로 인한 사망자가 1600명을 넘었다.

인도에서는 북부 잠무 · 카슈미르주 라다크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해 외국인 6명을 포함해 최소 169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도 지난 7일부터 내린 폭우로 인해 간쑤성 저우취현에서 대형 산사태가 발생해 현재까지 최소 127명이 사망했고 실종자가 2000명에 달했다.

많은 기상학자들은 아시아에 기상 이변이 발생한 배경으로 '라니냐'를 지목하고 있다.

태평양 동쪽 칠레 앞바다 온도가 떨어지는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면 남는 에너지가 바다 건너 아시아 쪽으로 몰려와 홍수와 불볕 더위를 만든다는 것이다.

각종 기상이변의 원인이 되는 해수온도 변화 현상인 라니냐와 엘니뇨.

이 현상이 생기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 엘니뇨는 무엇인가?

엘니뇨란 페루나 에콰도르 해안가의 어부들이 그들의 어업 활동과 관련해 지역적으로 쓰던 용어다.

스페인어로 어린 남자아이 또는 어린 예수라는 뜻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동태평양의 남아메리카 근해의 해류를 엘니뇨라고 했으나 지금은 물고기의 감소,주변 해역 생태계 파괴,집중호우,폭우,내륙지방의 심한 가뭄 등을 일으키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엘니뇨로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이 되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은 평상시엔 서태평양보다 수온이 낮은데 이는 지구자전에 따라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동풍)에 바닷물이 밀려나가면서 바다 밑바닥 찬물이 위로 올라오기 때문(용승현상)이다.

남미연안에서는 용승현상으로 차가운 하층해수가 해수면으로 용출함에 따라 동태평양 페루연안에서는 차가운 해수가 늘 유지된다.

대기의 순환은 이러한 해수면온도분포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적도지역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은 서태평양의 더운 해수와 동태평양 차가운 해수분포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무역풍이 해수면이 따뜻한 물을 태평양 서쪽으로 운반하기 때문에 난수층의 두께는 서쪽에서 두껍고 동쪽에서 얇아지고 해면수위는 동쪽보다 서쪽이 40㎝ 정도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쪽의 난수층은 보통 때보다 얇아지고 동쪽의 난수층은 두꺼워진다.

이 때문에 용승효과가 약화되고 더운 해수가 동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중부와 동부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온도는 점차 상승한다.

이에 따라 서태평양 상공의 저기압 구름지대에도 중태평양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남부지역과 페루에서 강우량을 증가시키고 서태평양과 호주 빛 인접국가에서는 가뭄을 유발한다.

즉 엘니뇨현상이 발생하면 태평양상의 에너지 분포가 바뀌고 대기의 흐름을 변화시켜 페루 등 남미지역과 태평양을 둘러싼 열대,아열대지역인 인도네시아,필리핀,호주 등지에 이상기상을 일으키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와 같이 동태평양에서 발달하는 엘니뇨 영향이 멀리 떨어진 서태평양 연안지역에 뚜렷이 나타나는 이유는 동태평양 열대역의 대류 활동의 분포가 변하여 전 지구적으로 많은 대기흐름의 변화를 초래한다.

1950년대 이후의 크고 작은 엘니뇨는 약 2~5년의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

⊙ 라니냐 탓에 식량난 온다?

라니냐는 한 마디로 엘니뇨의 반대현상이다.

반대로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낮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로 정의된다.

라니냐는 에스파냐어로 '여자아이'라는 뜻이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원래 찬 동태평양의 바닷물은 더욱 차가워져 서진하게 된다.

따라서 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의 동남아시아에는 격심한 장마가 페루 등 남아메리카에는 가뭄이, 그리고 북아메리카에는 강추위가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현상의 발생과정,활동주기,기상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이 엘니뇨나 라니냐의 발생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고 있으나 아직 라니냐와 지구 온난화 간 상관관계에 대해선 정확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엘니뇨 현상 자체가 1960년대에 밝혀진 탓에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 가능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 관계자는 "온난화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니까 해수면 온도도 올라가고 그 결과 에너지 이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홍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라니냐에 대한 예방대책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일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으나 태풍,해일,토네이도,화산폭발,지진 등과 마찬가지로 지구 상태의 급작스런 변화이기 때문에 아직 완벽한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라니냐가 단순히 날씨를 춥게 만들거나 비를 많이 오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농사를 망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외신들은 라니냐 때문에 올 겨울 수확기를 맞는 남미와 북미산 주요 곡물 가격의 폭등이 우려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올 여름 발생한 라니냐가 겨울철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라니냐는 겨울철에 세력이 더 강해진다.

전문가들은 라니냐가 이른바 '빵 바구니(bread baskets)'로 불리는 주요 곡창지대인 아르헨티나,브라질,남아프리카,호주 등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곡물시장 전문가들은 라니냐가 올 겨울 개별 곡물의 작황에 얼마만큼 피해를 줄지 구체적으로 예측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등이 이미 곡물 수출 중단을 단행하고 있어 국제 곡물시장에서 수급 불안을 부채질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흑해연안 지역의 가뭄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농사를 망치면서 국제 밀가격은 지난 2개월 동안 60%,옥수수는 20%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배경인 라니냐는 언제쯤 끝날까.

기상청 관계자는 "동태평양 저수온 현상은 여름 동안 지속되거나 강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늦가을은 되어야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