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C 터널에서 양성자 충돌 실험··· 빅뱅·블랙홀의 정체 등 의문 밝힐 끈이론 연구
[Science] '입자 가속기' 연구가 우주 생성의 비밀 풀어줄까?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또 모든 물질은 궁극적으로 무엇으로 이뤄져 있을까.

이 두 가지는 입자물리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들은 이런 연구를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스위스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을 공식 방문했다.

CERN은 세계 최대 규모 강입자가속기(LHC:Large Hadron Collider)를 갖추고 있으며 수만명의 다국적 연구원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우리나라도 LHC와 유사한 국제적 기초과학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중이온가속기를 들여올 준비를 하고 있다. 가속기 연구는 우주의 비밀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학의 진보는 의문의 해소와 무지(無知)의 정복 과정이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원자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으나,21세기에는 원자 하나하나를 움직이는 기술까지도 존재하는 세상이 됐다.

그리고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 은하계 밖에 무엇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나,현재는 우리의 은하만한 것이 수천억개 이상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입자가속기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 LHC,빅뱅 환경 유사하게 구현

CERN은 올해 4월 약 27㎞길이의 LHC 터널에서 양성자를 각각 3.5TeV(테라전자볼트)의 에너지로 충돌시키고 데이터를 기록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시 CERN 관계자들은 "우리는 이로써 이전에 누구도 가보지 못한 영역에 발을 내딛었으며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했다.

총 7Tev의 힘은 이전까지 최고 기록이었던 미국 시카고 페르미연구소 입자가속기 2Tev보다 3.5배나 높은 것이다.

빅뱅 당시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구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양성자 충돌 에너지는 14Tev다.

목표 충돌 에너지를 구현하는 데 절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CERN은 14Tev의 에너지도 조만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입자가속기 충돌이 빅뱅의 비밀을 풀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가속기 내부에서 양성자가 충돌하면서 튀어나오는 소립자들이 빅뱅 당시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백억년 전 모든 물질을 응축하고 있었던 작은 점이 대폭발하면서 안에 있던 물질들이 튀어나오며 계속 팽창해 현재의 우주를 구성했다는 것이 빅뱅이론이다.

빅뱅이론은 여러 검증을 거쳐 현재 물리학계에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인간이 여태까지 발견해 낸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는 소립자(원자를 최소 단위까지 쪼갠 것으로 쿼크 · 중성미자 · 전자 등 12종류가 알려짐)다.

그러나 소립자는 상태가 불안정하고 즉시 다른 입자와 결합하려고 해 소멸되기 쉽다. 따라서 이런 소립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데이터로 기록하기 위해 입자가속기가 필요하다.

수백억년 전 빅뱅 당시 응축된 점이 폭발할 때 튀어나온 소립자 양상을 가속기 안에서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또 우주물질의 95%를 차지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5% 선이었으며 기존 물리학의 연구대상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LHC 실험이 성공적으로 계속 진행되면 미지의 세계인 95%에 대한 연구의 길이 열리는 셈이다.

가속기 연구는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의 입자인 '힉스 입자(higgs boson)'를 규명하려는 목적도 있다.

힉스 입자는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의 이름을 딴 '궁극의 소립자'다. 하지만 아직 실험적으로 완벽히 증명되지는 못했다.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입자물리학이 완성되려면 힉스 입자를 규명해야 하는데 입자가속기 연구는 이와도 관련이 있다"며 "향후 2~3년 내 가속기 연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끈이론,블랙홀,퀘이사 등도 연구 활발

한편 빅뱅 이론은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빅뱅이 '어떻게' 일어났는가는 아직도 안갯속이다.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끈이론'이 연구되고 있다. 끈이론은 우주의 기원(빅뱅)과 블랙홀의 정체,입자의 세계를 다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즉 원자 이하 미시세계와 우주 전체 거시세계를 모두 아우르는 삼라만상이 끈과 같은 것으로 이뤄졌으며,모든 물체는 끈과 같은 것의 진동이라는 입장이다. 다소 종교같이 들리지만 엄연한 물리학 연구분야다.

끈이론은 우리가 사는 우주의 시공간이 4차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차원이 더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또 시공간에 구멍을 낼 수 있다고도 하며 LHC에서 양성자 충돌실험을 하면 블랙홀이 만들어진다고도 본다.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예측되는 가장 특별한 존재로서 중력이 지나치게 강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시공간이 물질과 에너지에 의해 휘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로 해석해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었다.

따라서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은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된다.

지금은 X-선 우주망원경 등 첨단 천문 관측기기의 도움으로 블랙홀은 이제 이론으로 예상되는 가상의 존재가 아니라 정밀한 관측의 대상이 됐다.

X선 우주망원경은 은하 중심에 자리잡은 거대한 블랙홀이 물질을 끌어모을 때 생기는 수백만도의 플라즈마에서 방출하는 X선을 포착해 신비로운 영상을 제공하는데 이를 '퀘이사'라고 부른다.

퀘이사는 은하 형성과 진화 및 초기 우주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순건 경희대 교수는 국내 끈이론 학자들의 연구공간인 서강대 양자시공간연구센터 총괄과제 책임자를 지내며 끈이론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남 교수는 "20세기에 만들어진 현대물리학의 양대 기둥인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의 서로 모순적인 부분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게 됐으며 이는 양자시공간의 이론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완성되지 않은 이 이론은 끈이론으로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끈 이론에 기초한 양자 시공간을 알게 되면 우주의 시초를 알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