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의 소득탄력성은 1보다 큰 사치재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4) 탄력성 下
지난 시간에 보았듯이 기업에 있어서 수요 곡선의 가격탄력성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담뱃세를 올려서 담배 소비를 줄이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려 한다는 보도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이때 담배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이라면 세금 인상은 가격을 크게 상승시키겠지만 담배 소비를 감소시키는 데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담배 수요의 탄력성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연구 문헌들의 결과,일반적으로 담배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약 -0.3~-0.7 사이의 값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담뱃세 등을 통해 가격이 인상되면 수요량은 줄어들지만 가격 인상보다 수요량이 큰 폭으로 줄지 않는다는 것으로, 담배 수요가 가격에 비탄력적임을 보여준다.

담배는 중독성이 있어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는 우리의 직관과 일치하는 결과 값이다.

그런데 지난 시간에 가격탄력성을 설명할 때는 부호를 무시하고 절댓값으로 나타냈지만, 오늘은 지난 시간과 달리 가격탄력성에 부호를 붙였다.

탄력성의 부호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에서 부호는 수요법칙을 말해준다.

탄력성의 공식에서 분모가 가격의 변화율이고 분자가 수요량의 변화율인데, 하나가 증가하면 다른 하나는 감소하기 때문에 분자와 분모의 부호가 서로 엇갈려서 음수로 나타나는 것이다.

만약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양수로 나타났다면 수요 법칙을 만족하지 않는 재화일 것이다.

담배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음수라는 것은 담배도 수요법칙을 만족하는 재화라는 것이고, 절댓값이 1보다 작다는 것은 비탄력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수요법칙을 만족하지 않는 재화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늘 음수이며, 이것이 보기 불편하기 때문에 절댓값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 다음에서 보게 될 수요의 소득탄력성이나 교차탄력성의 경우에는 부호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절댓값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량이 증가하는 재화를 정상재라고 하고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비량이 감소하는 재화를 열등재라고 한다.

물론 이 경우 가격 · 선호도 등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세테리스 파리부스) 단지 소득만 변해야 한다.

이를 수요의 소득탄력성이라는 관점에서 나타내보자. 수요의 소득탄력성이란 소득(I)이 1% 변할 때 수요량(Q)이 변하는 정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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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의 소득탄력성이 양수라면 소득이 증가할 때 수요량이 증가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재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수요의 소득탄력성이 음수라면 소득이 증가할 때 수요량이 감소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열등재가 된다.

정상재이면서 소득탄력성이 1보다 큰, 즉 소득이 증가하는 것보다 수요량이 더 크게 증가하는 경우를 경제학에서는 사치재라고 한다.

반면에 정상재 중에서 소득탄력성이 1보다 작다면 필수재로 간주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담배는 1인당 GDP가 증가할 때 담배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담배의 소득탄력성은 양수가 되고, 정상재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사교육은 어떨까?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사교육이 증가했고, 소득탄력성이 1보다 커서 사교육은 정상재이며 사치재라고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다면 소득이 높을 것인데, 교육이 사치재라는 것은 교육의 세습을 통해 빈부 격차가 자녀 세대까지 재생산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교육뿐만 아니라 외식 수요의 소득탄력성도 대체적으로 1보다 커서 외식도 사치재로 나타났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1997년 외환위기 전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에 외식의 소득탄력성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열등재로 측정된 재화는 없었을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의 경우 쌀의 소득탄력성이 0보다 작아 열등재로 측정된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통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한 상태에서 오직 소득이 수요량에 미친 영향만을 추출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쌀이 확실하게 열등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요즘 저출산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만약 자녀의 소득탄력성이 양수라면 정부가 가계의 소득을 늘려주어 출산을 장려할 수 있다.

자녀가 정상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치재라면 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이 큰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

반면에 자녀의 소득탄력성이 음수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 경우 자녀는 열등재이기 때문에 가계의 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이 오히려 출산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경제 이것이 궁금해요」).

교차탄력성도 부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요의 교차탄력성이란 A재화의 가격(PA)이 1% 변할 때 B재화의 수요량(QB)이 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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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분모의 A재화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법칙에 의해 A재화의 수요량이 줄어든다.

이때 분자의 B재화 수요량도 줄어든다면 교차탄력성의 부호가 음수(-)가 된다.

여기서 A재화의 수요량이 줄어들면서 B재화의 수요량이 함께 줄어든다는 것은 커피와 설탕처럼 두 재화가 함께 쓰이는 보완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대로 분모의 A재화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법칙에 의해 A재화의 수요량이 줄어들고, 이때 분자의 B재화 수요량이 늘어난다면 교차탄력성의 부호가 양수(+)가 된다.

여기서 A재화의 수요량이 줄어들면서 B재화의 수요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돼지고기 소고기와 같이 두 재화가 대체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논의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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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실제로 측정된 아래 사례를 통해 다양한 탄력성의 개념을 정리해 보자.
(Besanko 외 「Micro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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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콜라의 가격탄력성이 음수라는 것은 두 재화 모두 수요법칙을 만족시켜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가격탄력성의 절댓값이 1보다 크다는 것은 두 재화 모두 탄력적인 수요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가격이 인상되면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어서 기업의 총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소득탄력성이 1보다 작은 코카콜라는 필수재의 성격이 있으며, 펩시는 소득탄력성이 1보다 커서 사치재의 성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경기 상황이 나빠져서 소득이 줄어들 경우 펩시의 판매가 더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두 재화의 교차탄력성이 모두 양수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 사람들은 코카콜라와 펩시를 대체관계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한 업체의 임금이 인상되어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하고, 수요량이 감소한다면 다른 한 업체의 콜라 수요가 증가해서 경쟁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책임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