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정책이 사회적 잉여를 줄인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2) 사회적 잉여 下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자신이 구매하길 원하는 재화를 가능한 한 싸게 사려고 노력할 것이다.

반면 합리적인 생산자는 자신이 판매하길 원하는 재화를 가능한 한 비싸게 팔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에게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구매를 통해서 그가 지불한 금액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때만 물건을 구매하려 들 것이다.

이때 소비자가 구매를 통해 얻게 되는 만족감을 화폐단위로 측정하여 여기서 소비자가 지불한 금액을 빼면, 그것이 바로 소비자가 소비를 통해서 얻게 되는 이득인 소비자 잉여에 해당한다.

생산자의 경우 물건을 판매하여 얻은 수입이 당초 그 물건을 판매하여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금액을 초과하였을 때, 그 초과된 부분을 생산자잉여라고 한다.

결국 수요·공급의 원리에 입각한 거래를 통해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이득을 얻게 되는데, 이는 시장의 가격기능을 통해 재화나 서비스가 생산, 교환, 소비됨에 따라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합을 사회적 잉여라 부른다.

여기서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 발생했다는 것은, 시장 기능을 통한 거래가 사회적인 이득을 발생시켰다는 사실명제를 말할 뿐이지, 발생한 이득이 사회 전체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분배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전쟁으로 인해 생필품이 부족하게 되어 물가가 치솟았을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시장 원리에 의한 거래가 가져온 사회적잉여의 형태가 국민경제 참여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사회적잉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많은 경우 정부는 조세, 보조금, 가격통제정책 등을 동원하여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사회적잉여의 형태를 조정하여 각 경제주체가 차지하는 잉여의 크기를 조정하려 한다.

지난 원고에 이어 오늘은 이러한 경우 사회적 잉여의 크기가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들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며,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각각의 크기는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2) 사회적 잉여 下
먼저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실시할 경우 소비자잉여, 생산자잉여, 사회적잉여가 각각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자.

최고가격제란 물가안정이나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실시하는 가격 통제 방식으로 정부가 최고가격을 설정하고, 설정된 최고가격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한 제도이다.

<그림 1>에서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의 균형거래량과 균형가격은 각각 Q0와 P0일 것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A, C, E 면적 만큼의 소비자잉여를 얻게 되고, 생산자들은 B, D, F 면적 만큼의 생산자잉여를 얻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A~F 면적 만큼의 사회적잉여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P1으로 최고가격을 설정할 경우, 시장의 균형거래량은 Q2로 감소하게 된다.

이 경우 생산자가 얻게 되는 생산자잉여는 F 면적으로 줄어들게 되고, 소비자가 얻게 되는 소비자잉여는 A, B, E 면적 규모에 해당한다.

따라서 최고가격제를 실시할 경우의 사회적 잉여는 A, B, E, F 면적에 해당하며, C, D 면적 만큼의 사회적잉여는 발생하지 않게 되어, 사회적잉여가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에 비해 C, D 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번에는 정부가 노동시장에서 최저가격제를 실시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최저가격제란 정부가 최저가격을 설정하고, 설정된 최저가격 이하의 가격으로는 재화를 구매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노동시장에서의 최저가격제도는 노동 공급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설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림 1>에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P2로 설정할 경우, 시장의 균형거래량은 Q2로 감소하게 된다.

이 경우 노동 공급자가 얻게 되는 생산자(공급자)잉여는 A, B, F 면적에 해당한다.

반면 소비자가 얻게 되는 소비자잉여는 E 면적 규모에 해당한다.

따라서 최저가격제를 실시할 경우의 사회적 잉여는 A, B, E, F 면적에 해당하며, 최저가격제가 실시되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C, D 면적 만큼의 사회적잉여가 줄어들게 된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2) 사회적 잉여 下
이번엔 조세부과가 사회적잉여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확인해 보자.

<그림 2>에서는 생산자에게 제품 단위당 t원의 조세가 부과하여 공급곡선이 t원 만큼 상방으로 이동하여 공급곡선이 S에서 S1으로 이동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경우 조세 부과 이전에는 시장 균형 거래량과 균형가격이 각각 Q0와 P0 수준이었으나, 제품 당위당 t원의 조세가 부과된 이후에는 시장 균형 거래량과 균형가격이 Q1과 P1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조세 부과 금액 t원에 시장거래량이 Q1을 곱한 금액 만큼의 조세 수입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조세 부과 이전에 비해 소비자잉여가 A, C 면적 만큼 줄어들게 되고, 생산자의 경우 B, D 면적 만큼 생산자잉여가 줄어들게 된다.

결국, 조세 부과로 인한 사회적잉여의 변화는 A, C, B, D 면적 만큼의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가 감소하고, 정부는 조세 수입 A, B 만큼을 얻게 된다.

결국 이 둘의 차에 해당하는 C, D 면적 만큼의 사회적잉여가 줄어들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이 세금 부과 등으로 인한 시장 왜곡 현상으로 인한 사회적잉여가 감소하는 것을 자중손실 혹은 사중손실이라고 한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서 우리는 정부가 각종 경제 정책들을 집행할 경우 오히려 집행하기 전에 비해서 사회적잉여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각종 경제 정책을 집행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국민경제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기 위함인데 오히려 사회적잉여가 줄어들게 된다니 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사회적 잉여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각종 경제 정책을 집행하는 이유는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는 효율성뿐만 아니라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시장 기능만큼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거래될 때 소비자와 생산자의 잉여는 극대화된다.

그러나 세금이 부과될 경우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할 때 지불해야 할 금액이 상승하게 되고, 생산자는 제품의 판매로 인해 받게 되는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조세 부과로 인해 소비자는 소비량을 줄이려고 할 것이고, 공급자 역시 공급량을 줄이려 할 것이다.

<그림 2>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세금 부과 전의 제품의 가격은 P0였으나, 세금부과로 인해 P1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P1에서 P0를 차감한 만큼의 추가적인 부담을 해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생산자는 당초 제품을 P0의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었지만, 세금 부과로 인해 P2만큼의 가격만을 수령하게 된다.

즉, 세금 부과는 각 경제주체의 경제적 유인을 줄어들게 만들어 시장에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정부는 세금 부과로 인해 거두어들인 수익을 가지고 시장의 기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각종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를 사용함으로써 사회적인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다.

최저임금제를 집행하여 노동자를 고용주의 횡포로부터 보호할 수 있으며, 지나치게 오른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최고 가격제를 이용할 수 있다.

즉, 정부는 각종 가격통제정책을 통해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으며, 거래 과정에서 수취한 세금을 국방,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을 구축하는 데 활용하여 다른 측면에서 사회적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측면까지 전부 고려할 경우, 정부가 집행하는 각종 경제 정책들은 결국 사회적잉여를 줄이는 요인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잉여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호 KDI 책임전문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