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이끌어갈 2010 학과] 나의 대학전공 ③ 김정환 현대중공업 전무- 조선(해양)공학과
김정환 현대중공업 특수선부문 총괄 전무(56)는 국내 특수선 설계분야의 대가(大家)로 꼽힌다.

그는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조선공학과(현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국내 조선산업은 막 걸음마를 시작한 태동기여서 조선공학과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모험과도 같았다.

김 전무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에 조선공학과에 가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1977년 현대중공업 해상기술부에서 일을 시작,이후 줄곧 특수선 설계를 담당했으며 1999년 설계담당 이사를 맡았다.

지난해에는 특수선부문을 총괄하는 전무에 올랐다.

그동안 최초의 한국형 구축함인 ‘울산함’ 개발을 주도했으며 역시 한국 최초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의 설계 및 건조를 총괄했다.

김 전무는 “국내 군함 건조 역사와 함께 해 보람도 크다”고 밝혔다.

"우리 기술로 만든 배 5대양으로 수출될 때 가장 뿌듯"

▶조선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만드는데 취미가 있었죠.

전자공학 등은 섬세한 첨단분야로 늘 변화에 집중해야 하고 기술 개발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반면 조선공학 건축공학 등은 보다 큰 규모로 장대한 제품을 생산하죠.

그런 면에서 조선공학이 저의 성격에 좀 더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선공학과를 졸업하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나요.

“조선공학이라고 해서 배만 만드는 건 아닙니다.바다에 떠 있거나 바다 위에 설치하는 모든 것이 조선공학의 영역이죠.

그래서 최근에는 조선공학과를 조선해양공학과로 명칭을 바꾼 대학도 많습니다.

선박은 물론 석유를 시추하는 해양구조물,바다에 떠있는 공항이나 공장 등 대형 해상 물체,미래의 수중 해양도시 등이 모두 조선해양공학의 영역입니다.

더불어 선박이나 해양구조물에 들어가는 많은 제품들도 해상에서 사용하는 특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조선공학과 출신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조선공학과의 장점을 든다면.

“조선공학은 유체,구조,재료,전기,기계,전자 등의 전 공학분야와 생산·기획,해상운용 등 전반적인 자연공학 분야를 통합해 최적의 제품을 완성하는 분야입니다.

각 전공의 한계를 뛰어넘어 통합의 세계로 발전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죠.때문에 졸업 후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잘 적응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보람을 느끼신 때는 언제입니까.

“공학을 하는 보람이 다 비슷할 겁니다.저는 입사 후 처음 설계를 하고 자재를 발주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조한 선박이 시운전 후 기적을 울리며 회사 부두를 떠나 세계로 나아갈 때의 뿌듯함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공학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인류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죠.

특히 조선 분야는 우리나라의 자체 기술로 수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어 더욱 보람을 느낍니다.”

▶조선공학을 공부할때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요.

“조선공학의 전공 필수과목 이외에도 전체 공학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다른 분야와의 조정 및 많은 상호협력이 필요한 분야여서 최적화 경영기법이나 리더십 등의 분야도 틈틈이 공부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선공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세계에 바다가 있는 한 조선공학 분야는 끊임없이 일이 생기고 발전할 것입니다.

조선공학은 유체역학을 전공해 교수가 되는 것부터 거대한 조선소의 엔지니어,전 세계를 누비는 영업맨이 되는 것까지 활동 영역이 다양합니다.

큰 꿈과 포부를 가진 많은 젊은 인재들이 조선공학 분야에 합류해 세계 조선 1위라는 한국의 위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교시절 전공을 선택할때 앞으로 어느 분야가 유망할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주역이 되는 20~30년 후에 뭐가 유망할 것인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은 있지도 않은 수많은 분야가 생기기도 하죠.

한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사람은 그 분야가 어느 분야든 보람을 갖고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재미있고,재미있으면 잘 하게 됩니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 하십시오.”

장창민 한국경제신문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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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수학 잘해야…공학응용 컴퓨터 지식 필수

⊙ 이것이 궁금해요!

Q ; 어느 대학에 조선해양공학과가 설치돼 있나요.

A ; 조선해물공학과는 대학에 따라 조선공학과 해양공학과 선박해양공학과 해상운송시스템학부 해양공간건축학부 해양기술학부 해양생산시스템공학과 선박전자기계공학부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개설돼 있습니다.

수산업에서 시작해 조선업 해양산업에 이르기까지 학문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학과도 세분화된 것입니다.

서울대가 해방 직후인 1946년 조선공학과를 설치한 것을 비롯,인하대 부산대 울산대 홍익대(조치원 캠퍼스) 군산대 경남대 제주대 한국해양대 목포해양대 대불대 동명대 동의대 부경대 등 전국 10여개 대학이 관련학과를 운영중입니다.

주로 부산 울산 목포 등 동남해권 벨트와 인천 군산 등 바다와 인접하고 조선소가 자리잡은 곳에 위치한 대학들에 개설돼 있습니다.

Q ; 어떤 과목을 잘해야 유리합니까?

A ; 물리와 수학이 특히 중요합니다.일부 대학에선 이들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기도 합니다.

다양한 공학 응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활용법도 잘 알아야 합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선박 설계 등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Q ; 취업률은 어느 정도 되나요?

A ; 조선해양공학과 재학생은 전문대를 포함해 2008년 12월 기준 1만2000명 이상입니다.

취업률은 대졸자가 80%,전문대졸이 94%로 아주 높은 편입니다.

한국이 만든 배가 세계에서 잘 팔리고 있는 덕분이죠.

또 세계 각국의 바다 자원 확보 경쟁으로 바다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조선업체나 연구소외에 바다를 항해하는 항해사나 기관사를 꿈꾼다면 한국해양대의 해사대학과 목포해양대의 해상운송시스템학부를 지원해야 합니다.

입학하면 ‘승선 생활관’이라 불리는 기숙사에서 4년동안 숙식을 같이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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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조선산업을 세계1위로 이끈 CEO·석학 키워

⊙ 어떤 인재 배출했나

조선해양공학과 출신들이 일하는 곳은 크게 조선업체나 연구소,정부부처 및 공기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한국 조선산업 역사의 산 증인으로 꼽을 만 하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버클리에서 우주항공학 및 조선공학 석사를,MIT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1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회사를 세계 최대 조선업체로 키웠다.

1990년 대우조선 전무로 있을때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현대중공업 연구소장으로 직접 스카우트했다.

민 회장은 80종의 기술보고서와 180편의 논문,220여건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한 조선업계 최고 ‘기술통’으로도 통한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온 이인성 STX조선해양 부회장은 STX그룹이 인수한 유럽의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업체인 STX유럽 경영을 맡고 있다.

정광석 STX다롄 총괄사장과 김강수 STX조선해양 사장도 서울대에서 공부했다.

정 사장은 육상건조공법인 SLS(스키드런칭시스템) 등 신공법 개발을 주도했다.

홍순익 성동조선해양 부회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거쳐 미국 스티븐슨 공대 대학원에서 해양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1970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으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부사장,미국선급협회(ABS) 부사장,한진중공업 사장 등을 역임했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출신 경영인으론 조성제 BN 그룹 회장과 이동형 스타코 회장 등이 있다.BN 그룹은 선박 인테리어,선박 내장용 칼라강판 등이 주력 제품이며 스타코는 조선기자재업체다.

최병구 현대중공업 부사장,김춘곤 현대미포조선 부사장,곽한정 SPP해양조선 사장 등은 인하대에서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