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가져다 준 행복, 사회적 잉여"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1) 사회적 잉여 上
잉여(surplus)라고 하면 왠지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다.

잉여의 사전적 의미가 '쓰고 난 후 남은 것'이고, 잉여○○이라고 하면 왠지 기생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시장이 가져다준 잉여는 정당한 행복이며 이를 경제학적으로 '사회적 후생'이라고 한다.

경제학에서 사회적 잉여란 참가자인 수요자와 공급자에게 시장이 가져다 준 혜택을 모두 더한 것이다.

수요자가 가져간 혜택을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라고 한다.

왜 시장이 소비자에게 잉여적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5000원을 들고 바나나 한 송이를 사기 위해 시장에 나갔다.

이 사람은 바나나 한 송이에 대해 최대 5000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 바나나 한 송이가 3000원에 팔리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냉큼 한 송이를 구매하고 2000원을 아꼈다는 기분으로 흐뭇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2000원의 행복이다.

만약 2500원을 들고 시장에 나간 사람은 바나나를 사지 않으면 그만이다.

비싸다고 투덜거릴 필요가 없다. 이 사람은 바나나의 시장 가격인 3000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딱 3000원을 들고 나간 사람은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며 바나나를 살 것이다.

만약 시장에 이와 같은 3명만이 존재한다면 시장이 가져다준 소비자의 잉여는 2000원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잉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 잉여=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한 금액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1) 사회적 잉여 上
수요 곡선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재화 한 단위를 더 소비하면 이로부터 추가적으로 얻는 만족이 줄어든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배가 부르거나 싫증이 나기 때문이다. 추가적 소비에서 느끼는 만족이 줄어든다면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이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소비량이 늘어난다면 지불용의 가격이 낮아지고 이를 수요 곡선이 우하향하는 것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상황을 조금 바꿔서 바나나 한 송이는 10개지만, 바나나를 한 개씩 파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실제로 마트에 가면 무게(g)를 측정해서 물건을 팔기 때문에 이 가정이 어색한 것은 아니다.

그래프를 보면 바나나를 처음 한 개 구입할 때는 만족이 크기 때문에 1만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고, 두개째는 5000원, 10개째를 구입할 때는 300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1개를 소비하면 추가 소비에서 오는 만족이 300원 보다도 작다.

만약 시장 가격이 300원이라면 합리적 소비자는 10개를 구입한다.

11개째는 지불의사 금액보다 가격이 더 높기 때문에 절대로 구입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실제로 돈을 주고 구입한 바나나 10개의 총 지불 가격은 3000원이다.

소비량 10개, 단위당 가격 300원, 그리고 이 둘을 곱한 3000원이 총 지출액이고, 이는 사각형 BCDE의 면적이다.

이번에는 비용은 생각하지 말고 구매에서 느끼는 만족만 계산해 보자.

한 개를 구입할 경우 1만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고, 두개째 구입할 경우 5000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소비에서 그만큼의 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대가를 치를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일반화시켜보자.

수요 곡선의 높이는 가격인데 이것은 소비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이고 소비자가 지불로부터 느끼는 만족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수요 곡선 아래의 면적은 재화 소비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이고 이것은 소비자가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수요 곡선의 아래 면적인 ADEB다.

따라서 소비자가 만족을 얻기 때문에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인 ADEB에서 실제로 소비자가 지불한 금액인 BCDE를 뺀 삼각형 ABC가 소비자 잉여이고 이것은 시장이 가져다준 행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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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눈치가 빠른 사람은 생산자 잉여(Producer surplus)도 기계적으로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요 곡선 아래 면적이 소비자가 최대한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이라면 공급 곡선 아래 면적은 생산자가 최소한 받아야 하는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삼각형 BDE가 된다.

반면 공급자가 바나나를 개당 300원에 10개 판매하고 얻은 수입은 사각형 BCDE이다.

이것은 소비자 지출액이기도 하다. 생산자 잉여는 생산자가 시장 판매로부터 얻은 총수입에서 생산자가 최소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금액을 뺀 것으로, 삼각형 BCD다.

이제 두 그래프를 합쳐 그려 놓으면 생산자 잉여와 소비자 잉여를 구할 수 있고 이것을 더한 잉여가 시장이 사회에 가져다 준 행복, 사회적 잉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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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이 완전경쟁시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완전경쟁시장이 성립하면 사회적 잉여가 가장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잉여를 누가 가져갔는지는 관심이 없다.

사회적 잉여는 어떻게 활용될까?

지난 시간에 배웠던 최저 가격제도를 생각해보자. 최저 가격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시장 가격 P0에서 ej만큼 소비하고 생산한다.

그 결과 소비자 잉여는 삼각형 acg이고, 생산자 잉여는 삼각형 ceg다.

만약 정부가 최고가격을 P1으로 설정한다면 공급량은 ei로 감소한다.

이때 소비자들은 최고 P2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

지난 시간에 초과 수요가 만연하고 있고, 암시장이 발생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에는 사회 후생의 측면에서 문제를 지적해보자.

최고 가격제의 실시 이후에 소비자 잉여를 계산해 보자.

소비자들이 ei만큼 소비할 경우 최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의 총 합계는 수요 곡선의 아래 면적인 aeih다.

반면 시장에서 실제로 지불한 금액(지출액)은 소비량인 ei에 가격 P1을 곱한 사각형 deif다.

따라서 이 차이인 adfh가 소비자 잉여다. 생산자 잉여를 계산해보자. 공급곡선의 아래 면적인 fei가 생산자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최소한의 금액을 합한 것이다.

반면 생산자가 실제로 시장에서 판매하고 얻은 수입은 소비자가 지출한 금액인 사각형deif다.

따라서 생산자 잉여는 이 둘의 차이인 삼각형 def이다.

결론적으로 최고가격제도 실시 이후에 사회적 잉여는 소비자잉여와 생산자 잉여를 더한 aefh가 된다.

이제 최고가격제가 없는 경우 사회적 잉여와 최고가격제가 실시된 이후 사회적 잉여를 비교해 보자.

차이를 알겠는가?

바로 삼각형 fgh가 사라진 것이다.

이 삼각형의 사라진 잉여는 누가 가져갔을까?

생산자도, 소비자도 아니다.

최고가격제도로 인해 그냥 사라져버린 것이다.

만약 시장에 자유롭게 맡겨두었다면 이 삼각형만큼의 잉여를 사회가 함께 누릴 수 있었는데 사라져버린 것이다.

최고가격제 그 자체로….

마지막으로 퀴즈를 생각해보자.

최고가격제 실시로 명백히 후생이 악화된 측은 누구인가?

후생이 좋아진 사람은 있는가?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책임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