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경제를 통제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은 아주 먼 옛날부터 있어 왔다.
로버트 슈팅거(Robert Schuettinger)와 이몬 버틀러(Eamonn Butler)가 공저한 [4000년에 걸친 임금 및 가격통제의 역사](Forty Centuries of Wage and Price Controls)를 보면 정부란 개념이 갓 형성된 고대문명에서도 가격통제가 존재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대 이집트 왕국에서 곡물은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상품이었으며 곧 권력을 의미했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 왕국의 파라오들은 곡물 생산을 조절하는 일에 매우 큰 관심을 기울였다.
기원전 4세기 말에 세워진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모든 곡물의 가격을 강제적으로 고정시켰으며 이를 잘 따르는지 감시하는 군대까지 조직했다고 한다.
가격통제에 관한 기록은 또 다른 고대문명인 바빌로니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래된 성문법전으로 알려진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은 엄격하고도 복잡한 가격통제 규정들을 담고 있다.
함무라비 법전의 규정들은 몇 톤짜리 배를 하루 동안 빌릴 때 얼마의 은을 지불해야 하고,목동을 고용하려면 그에게 연간 얼마의 옥수수를 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이다.
한편 서기 284년 로마에서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전쟁준비와 토목공사를 위해 주화를 남발함으로써 생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곡물,육류,의류 등의 최고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라는 칙령을 내린 일이 있다.
고대 사회에서 이러한 가격통제의 효과는 어떠했을까?
역사가들의 기록에 따르면 이집트에서는 농민들이 농장을 버림으로써 기원전 3세기 말 경제가 완전히 붕괴했고,바빌로니아에서도 가격통제로 인해 수세기 동안 경제 발전이 저해되었다.
로마에서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칙령으로 단기적으로는 물가가 안정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경제학 이론에서는 자원배분을 자유시장기구에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낳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정부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에 개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시간에 배운 조세 부과와 보조금 지급은 정부가 시장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쳐 간접적으로 균형가격과 거래량을 조절하는 수단이다.
이에 반해 가격통제는 정부가 시장기구의 정상적인 작동 자체를 막으면서 가격과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규제다.
정부는 인위적인 가격통제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경제 전체적으로는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와 위의 사례처럼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가격통제는 최고가격제와 최적가격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선 최고가격제의 효과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상한가격(price ceiling) 또는 최고가격(maximum price)이라 불리는 가격의 상한선을 정해 그 상한 수준 이상에서의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학생들은 최고가격이라 하면 균형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설정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고가격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되는 가격수준이 너무 높다고 판단돼 설정되는 가격이다.
따라서 최고가격은 시장의 균형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만약 최고가격이 균형가격보다 높게 설정된다면 최고가격제는 실효성이 없어지고 시장에서의 가격은 수요 · 공급 원리에 따라 원래의 균형에서 형성될 것이다. 과거 사회주의계획경제를 채택한 소련에서는 빵 등과 같은 생필품에 대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바 있다.
빵의 균형가격이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P0일 때 정부가 최고가격을 균형가격보다 낮은 P1 수준으로 규제했다고 가정해 보자.
P1의 가격수준에서는 빵의 수요량(B)이 공급량(A)을 초과해 B-A만큼의 공급부족량(초과수요량)이 나타나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양만큼을 구입할 수가 없다.
구소련에서는 물자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선착순 방식과 배급제를 실시하였고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또한 어떤 상품의 품귀현상이 일어나면 소비자들은 최고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부족한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기 때문에 암시장(black market)이 형성되기도 한다.
수요곡선은 각 수량을 구입할 때 소비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 가격을 표시한다.
A만큼의 빵을 구입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최대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은 P2이기 때문에 P2는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암시장가격의 최고수준이 된다.
상품을 배급받을 때의 시간 낭비와 암시장 형성 등은 최고가격제가 소비자들의 생활을 더 나아지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자본주의시장경제에서 최고가격제는 지속적으로 시행되기보다는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특수상황에서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해 소비자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도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계획경제처럼 최고가격제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미국의 뉴욕과 같은 선진국의 대도시에서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생활을 안정시킨다는 의도에서 서민주택의 임대료를 지속적으로 규제해 오고 있다.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뉴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된 임대료 규제로 서민주택의 공급이 줄어 만성적인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저가격제는 최고가격제와는 정반대로 정부는 하한가격(price floor) 또는 최저가격(minimum price)을 설정해 그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제도다.
최저가격제는 공급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며 최저가격은 균형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최저가격제의 대표적 예로는 농민 보호를 위한 농산물가격 보장제도와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한 최저임금제 등을 들 수 있다. 최저가격제 아래에서는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해 초과공급 현상이 발생한다. 만약 노동시장에서 위의 그림과 같이 균형임금이 W0일 때 정부가 최저임금을 W1으로 설정한다면 노동수요량 A만큼이 되고 노동공급량은 B만큼이 돼 B-A만큼의 초과노동공급,즉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Gary Becker)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쫓아내는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리고 [맨큐의 경제학] 으로 널리 알려진 하버드대 교수 맨큐(N Gregory Mankiw)는 2001년 하버드대 학생들이 행정건물을 점거하고 학내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에 대해 시위를 벌일 때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에 장문의 칼럼을 실어 임금은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최저임금은 극빈층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최저임금제를 옹호하는 경제학자들 또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훈민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hmkim@kdi.re.kr
로버트 슈팅거(Robert Schuettinger)와 이몬 버틀러(Eamonn Butler)가 공저한 [4000년에 걸친 임금 및 가격통제의 역사](Forty Centuries of Wage and Price Controls)를 보면 정부란 개념이 갓 형성된 고대문명에서도 가격통제가 존재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대 이집트 왕국에서 곡물은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상품이었으며 곧 권력을 의미했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 왕국의 파라오들은 곡물 생산을 조절하는 일에 매우 큰 관심을 기울였다.
기원전 4세기 말에 세워진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모든 곡물의 가격을 강제적으로 고정시켰으며 이를 잘 따르는지 감시하는 군대까지 조직했다고 한다.
가격통제에 관한 기록은 또 다른 고대문명인 바빌로니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래된 성문법전으로 알려진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은 엄격하고도 복잡한 가격통제 규정들을 담고 있다.
함무라비 법전의 규정들은 몇 톤짜리 배를 하루 동안 빌릴 때 얼마의 은을 지불해야 하고,목동을 고용하려면 그에게 연간 얼마의 옥수수를 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이다.
한편 서기 284년 로마에서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전쟁준비와 토목공사를 위해 주화를 남발함으로써 생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곡물,육류,의류 등의 최고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라는 칙령을 내린 일이 있다.
고대 사회에서 이러한 가격통제의 효과는 어떠했을까?
역사가들의 기록에 따르면 이집트에서는 농민들이 농장을 버림으로써 기원전 3세기 말 경제가 완전히 붕괴했고,바빌로니아에서도 가격통제로 인해 수세기 동안 경제 발전이 저해되었다.
로마에서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칙령으로 단기적으로는 물가가 안정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경제학 이론에서는 자원배분을 자유시장기구에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낳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정부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에 개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시간에 배운 조세 부과와 보조금 지급은 정부가 시장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쳐 간접적으로 균형가격과 거래량을 조절하는 수단이다.
이에 반해 가격통제는 정부가 시장기구의 정상적인 작동 자체를 막으면서 가격과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규제다.
정부는 인위적인 가격통제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경제 전체적으로는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와 위의 사례처럼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가격통제는 최고가격제와 최적가격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선 최고가격제의 효과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상한가격(price ceiling) 또는 최고가격(maximum price)이라 불리는 가격의 상한선을 정해 그 상한 수준 이상에서의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학생들은 최고가격이라 하면 균형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설정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고가격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되는 가격수준이 너무 높다고 판단돼 설정되는 가격이다.
따라서 최고가격은 시장의 균형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만약 최고가격이 균형가격보다 높게 설정된다면 최고가격제는 실효성이 없어지고 시장에서의 가격은 수요 · 공급 원리에 따라 원래의 균형에서 형성될 것이다. 과거 사회주의계획경제를 채택한 소련에서는 빵 등과 같은 생필품에 대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바 있다.
빵의 균형가격이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P0일 때 정부가 최고가격을 균형가격보다 낮은 P1 수준으로 규제했다고 가정해 보자.
P1의 가격수준에서는 빵의 수요량(B)이 공급량(A)을 초과해 B-A만큼의 공급부족량(초과수요량)이 나타나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양만큼을 구입할 수가 없다.
구소련에서는 물자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선착순 방식과 배급제를 실시하였고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또한 어떤 상품의 품귀현상이 일어나면 소비자들은 최고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부족한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기 때문에 암시장(black market)이 형성되기도 한다.
수요곡선은 각 수량을 구입할 때 소비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 가격을 표시한다.
A만큼의 빵을 구입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최대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은 P2이기 때문에 P2는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암시장가격의 최고수준이 된다.
상품을 배급받을 때의 시간 낭비와 암시장 형성 등은 최고가격제가 소비자들의 생활을 더 나아지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자본주의시장경제에서 최고가격제는 지속적으로 시행되기보다는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특수상황에서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해 소비자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도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계획경제처럼 최고가격제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미국의 뉴욕과 같은 선진국의 대도시에서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생활을 안정시킨다는 의도에서 서민주택의 임대료를 지속적으로 규제해 오고 있다.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뉴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된 임대료 규제로 서민주택의 공급이 줄어 만성적인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저가격제는 최고가격제와는 정반대로 정부는 하한가격(price floor) 또는 최저가격(minimum price)을 설정해 그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제도다.
최저가격제는 공급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며 최저가격은 균형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최저가격제의 대표적 예로는 농민 보호를 위한 농산물가격 보장제도와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한 최저임금제 등을 들 수 있다. 최저가격제 아래에서는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해 초과공급 현상이 발생한다. 만약 노동시장에서 위의 그림과 같이 균형임금이 W0일 때 정부가 최저임금을 W1으로 설정한다면 노동수요량 A만큼이 되고 노동공급량은 B만큼이 돼 B-A만큼의 초과노동공급,즉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Gary Becker)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쫓아내는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리고 [맨큐의 경제학] 으로 널리 알려진 하버드대 교수 맨큐(N Gregory Mankiw)는 2001년 하버드대 학생들이 행정건물을 점거하고 학내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에 대해 시위를 벌일 때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에 장문의 칼럼을 실어 임금은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최저임금은 극빈층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최저임금제를 옹호하는 경제학자들 또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훈민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hm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