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 “백두산은 폭발 가능성 있는 휴화산”
[Science] 지구촌 화산 폭발 공포··· 한반도도 안전지대 아니라구?
올초 칠레를 시작으로 세계를 강타했던 지진 릴레이에 이어 화산폭발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지구가 자연재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아이슬란드에서는 230년 만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와 먼지가 유럽의 하늘을 뒤덮었다.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빙하 밑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 구름이 유럽 하늘을 뒤덮으면서 영국,독일 등 북부와 중부 유럽 공항의 항공기 이 · 착륙이 전면 금지되는 등 사상 유례없는 항공대란이 며칠간 이어지기도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이 1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과테말라에서도 화산폭발이 일어나 화산재가 날리고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화산폭발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KBS 등 일부 언론에서는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기도 했다.

과연 세계적으로 기록된 대형화산 폭발은 어떻게 되고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 역사상의 대형 화산폭발

인류 역사상 초대형 화산폭발로 기록된 것은 수십개에 이른다.

이 중 사람들과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화산폭발은 다음과 같다.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섬에서는 1883년 화산 폭발이 시작됐다. 이는 근대 화산 활동 중 최대의 폭발로 기록됐으며 이듬해인 1884년 2월까지 이어졌다. 크라카타우섬은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에 위치한 무인도로 화산폭발로 인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폭발음은 멀리 터키의 이스탄불과 남아프리카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폭발로 발생한 20m 높이의 지진해일이 주변 섬의 해안을 덮쳐 약 4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특히 30㎞ 이상 치솟은 화산재는 수천㎞ 떨어진 유럽까지 날아가 하늘을 뒤덮었다.

이 화산폭발로 발생한 화산재로 인해 지구의 온도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보고될 정도였다.

콜롬비아의 화산폭발도 대형 규모로 기록됐다. 1985년 어느날 한밤중 폭발한 네바도 델 루이스화산은 화산재와 연기를 최고 7890m의 높이까지 뿜어냈기 때문에 산 위에 쌓인 눈과 얼음이 녹아내려 인근 랑구닐라강이 범람해 수시간 후에는 화산으로부터 50㎞ 떨어진 아르메로시에 홍수와 진흙이 덮쳤다.

이 재난으로 주변 인구를 포함하여 약 4만5000명이 거주하던 아르메로는 시가지의 85% 이상이 흔적도 없이 묻히거나 사라지는 피해를 입었다.

사건 직후 유엔 재난구조기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적극적으로 구조지원작업에 나섰으나 피해지역이 광대하고 사망자와 이재민이 많았으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네바도 델 루이스화산은 1595년 처음으로 폭발해 639명의 사망자를 냈고1805,1898,1916년에도 폭발한 적이 있었다.

역사상 최악의 화산폭발은 1815년 4월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이다.

이 폭발로 인해 다음해 여름 유럽은 물론 미국 동부에까지 눈과 서리가 내리기도 했다.

탐보라 화산 폭발은 섬에 살고 있던 주민의 1만여명을 사망케 했으며 화산재가 햇빛을 가리면서 열대지방에 난데없는 추위가 찾아와 약 10만여명이 굶어 죽거나 얼어 죽었다고 한다.

분출된 화산재는 34㎞ 이상의 성층권으로 치솟으면서 기류를 타고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화산이 폭발한 다음해인 1816년 유럽 전역은 '여름이 없는 해'로 기록되었다.

미국에서도 매우 추운 여름이 출현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폭발 위력은 히로시마에 투하했던 원자폭탄 6만 개가 동시에 폭발한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은?

많은 화산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10세기에 백두산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의 화산폭발을 일으켰다고 한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백두산 화산폭발이 앞서 소개했던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폭발의 3배 정도 강력했다는 것.

폭발의 증거는 백두산 부근은 물론이고 동해를 건너 일본 동북부 지방인 아오모리 현에서도 발견된다.

이 지방의 땅을 약 30㎝ 파헤치면 아래 위 흙과 다른 비교적 밝은 색을 띠고 있는 지질이 발견되는데 이것이 바로 화산재 층이라는 것.

연구 결과 이 화산재는 일본의 화산에서 나온 것과는 성분이 전혀 다르고 지질에 대한 시대 측정을 해보니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의 화산폭발 흔적이었다.

이를 백두산에서 온 것으로 지목한 일본학자는 백두산이 대규모의 폭발을 일으켰다는 것을 실마리로 백두산 폭발이 발해 멸망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조선시대에도 백두산 폭발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1668년 6월2일 '대포 소리처럼 요란한 소리와 함께 큰 돌들이 비처럼 쏟아졌고 붉은색의 흙탕물이 넘쳐흘렀다'고 기록돼 있고 1668년과 1702년,1903년에도 백두산에서 화산 활동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학자들은 백두산이 충분히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휴화산으로 보고 있다.

백두산 일대의 지질은 생성 연대가 짧고 구멍이 많이 뚫린 현무암으로 돼 있다.

문제는 폭발이 다가왔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 백두산이 화산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백두산에서 일어나는 지진이 최근 몇 년간 증가하고 있기 때문.

이전에도 백두산의 지진은 있어왔다.

1985년 설치된 화산지진 관측소(연변조선족자치주 지진변공실관리)에 따르면 1992년까지 78회,1991년 6월부터는 30회 이상의 지진과 미동이 관찰됐다.

이런 지진이 2003년 6월 들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또 2007년에는 지진 발생 횟수가 다소 잦아드는가 싶더니 올 2월경 러시아와 중국,북한의 경계 지하에서 진도 7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했다.

2002년 6월28일 두만강 하류에서 발생한 지진의 규모는 7.3에 달하는 강진이었다.

규모 7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이 힘이 백두산 지하에 저장된 마그마에 전달됐고 이것이 화산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중국 지질 연구소가 작성한 백두산 화산 활동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백두산 지하에 마그마 방이 4개 존재하고 가장 위쪽 마그마 방은 지하 5㎞까지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인공위성을 이용해 백두산 지형을 측정한 결과 2002년부터 산 정상부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해 2003년엔 4.6㎝,2004년엔 1.8㎝나 솟아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전문가는 백두산 천지에 담긴 20억t에 달하는 물과 함께 화산재가 분출될 경우 세계적인 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화산폭발 피해는 남한의 7배가량 넓은지역에서 나타날 것으로 추산된다.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미리 대비할 수는 있다.

지진이나 화산활동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