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으로 기능성 품종 개발···곤충 활용한 신물질 연구도
[Science] 키크는 쌀···황금쌀··· 컬러 감자·고구마··· 농산물의 ‘눈부신 진화’
농업은 과학이다.

현재 농업은 우리들이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원시시대 때부터 이뤄진 1차 산업 형태가 아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품종을 개량하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기능성 물질을 개발하는 첨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맞춤형 기능성 쌀 품종을 개발하거나 항산화 및 노화방지 기능을 가진 컬러 고구마 · 감자 · 버섯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 수수와 기장 등 잡곡의 항당뇨 · 항암 효과, 새싹보리의 뛰어난 미백 효과를 입증하는 등 다양한 기능성 농산물의 과학적 우수성을 입증했다.

누에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인공고막이나 식 · 약용곤충 개발 등 농업생물 소재에서 유래한 신기능성 소재 개발도 적극 추진중이다.

돼지 · 감귤껍질 등 부산물에서 새로운 의료용 신소재를 개발하는 노력도 한창이다.

2008년 한때 존폐의 기로에 섰던 농진청은 이 같은 노력으로 환골탈태해 작년 중앙행정기관 업무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농진청을 통해 첨단 과학을 두른 농식품을 만나보자.'편식'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확실해질 것이다.

⊙ 쏟아지는 기능성 농산물

농진청은 전체 쌀 소비 6%대에 머물러 있는 가공용 쌀 소비 확대를 위해 다양한 기능성 쌀을 개발했다.

먼저 어린이용으로 △라이신이 많이 함유된 일명 '키크는 쌀' 영안벼 △이유식으로 쓰일 수 있는 고영양 쌀 '하이아미'를 개발했으며 성인용으로는 △다이어트쌀 '고아미 2호' △노화억제쌀 '흑설'△혈압조절 발아현미쌀 '큰 눈'등을 개발했다.

비타민 A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대거 함유된 '황금쌀'도 있다. 비타민 A는 부족시 야맹증이나 각질경화,발육불량 및 면역감퇴를 초래하는 중요한 비타민이다.

농진청은 베타카로틴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선별 분리해 유전자 다중발현 운반체를 제작한 후 벼의 형질 전환에 성공,황금쌀을 만들어냈다.

농진청은 또 'V 라인 얼굴' 등 기능성 음료수 소재로 다양한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는 '옥수수 수염'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기존 옥수수 수염 채취 방법보다 수염 길이가 14㎝ 이상 길어 수확량이 3배 이상 많고,항암물질인 메이신 함량도 13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막연히 건강에 좋다고는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좋은지 불분명한 잡곡에 대한 정교한 분석에도 착수했다.

농진청은 수수와 기장의 추출물이 혈당상승 물질인 α-아밀라아제의 활성을 50% 이상 억제하는 항당뇨 효과가 있으며 대표적 혈당상승 저해물질인 '아카보즈'와 대등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농진청은 컬러 고구마 · 감자도 개발했다.

안토시아닌이 많이 함유된 자색고구마 '신자미',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된 주황색 고구마 '신황미'등을 개발했으며,이를 아이스크림 · 국수 등에 천연색소로 염색하는 천연 코팅제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또 전립선암 억제활성이 탁월한 것으로 확인된 컬러감자 홍영 · 자영은 각각 미백 효과와 잔주름 제거 효과도 갖춘 것으로 알려져 화장품 원료 등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 신기능성 소재 개발도 한창

'지상 최대의 미개발 자원'으로 알려진 곤충에 대한 연구도 진행형이다.

미국 일본 등 각국은 곤충을 활용한 신기능성 소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진청은 음식물쓰레기 분해능력이 뛰어난 '동애등에'의 대량 사육기술 및 분해산물 이용기술을 개발했다.

칠레이리응애 등 24종에 대해서는 특정 해충에 대한 천적 효과를 이용해 천연 방제모델을 개발했으며 딸기 고추 등 7가지 작물 재배 현장에 실제 적용하고 있다.

농진청은 이 같은 추세라면 2012년께는 곤충 전문 사육 농가 1000호,2015년께는 3000억원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곤충에서 나오는 항균성단백질도 신약의 좋은 원료로 활용된다.

곤충의 면역반응 일환으로 분비되는 항균펩타이드는 인체에 부작용이 적고 내성균 발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농진청은 2008년 소똥구리의 생체 방어물질인 '코프리신'을 개발해 2008년 특허 등록했으며 올해는 코프리신의 기능을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해 국제특허를 추진할 계획이다.

코프리신은 그람 음성 및 양성균을 포함한 내성균에도 항균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부염증질환 치료제 원료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돼지껍질에서 유래한 콜라겐은 키를 크게 하는 신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돼지껍질 콜라겐에 있는 두 가지 효소를 분해한 후 저분자량의 펩타이드를 분리 농축하면 뼈성장 촉진물질로 탈바꿈한다.

이 물질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조골세포 활성이 44% 증가하고 다리뼈 길이와 성장판이 각각 16%,12%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물론 인체에 적용하려면 여러 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농진청은 돼지껍질 콜라겐을 활용해 뼈성장 촉진 건강식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감귤껍질은 인공피부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농진청은 감귤껍질에서 인공피부용 겔 생성균주(SEA 623-2)를 추출해 피부대체용 겔 혹은 치료용 거즈 등을 개발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 한우 신속검정시스템

이 밖에도 농진청은 우수 농축산물을 신속히 판별할 수 있는 검정기술도 개발 중이다.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부터 국산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콩 귀리 밀 등 작물별 품종 간 DNA 특성을 신속히 구분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기존 4~5일 걸리던 검정시간을 2일로 줄였다.

또 수입쇠고기의 한우 둔갑을 막기 위해 'SNP 마커'라는 기법을 개발해 판별률을 기존 95%에서 99%로 높였으며 분석시간도 기존 2~3일에서 3시간 이내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한우와 수입육의 가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입 쇠고기가 1%만 한우로 둔갑해도 연간 약 23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며 "건전한 국내 농축산물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