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산다고 덩달아 사는 건 비이성적 소비행위일까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6) 다양한 소비행태와 수요곡선
우리는 물건을 구매할 때 가격,디자인,성능 등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가 제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사항들은 이러한 제품 내부 요인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해당 재화를 얼마나 많이 구매하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특정 브랜드의 청바지가 유행이라 나도 덩달아 샀던 경험이 있다거나 정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너도 나도 구입해 너무 흔해 보여서 정작 사고 싶었던 옷이지만,구매하지 않았던 경험을 떠올려 본다면 이러한 사실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개인의 소비 행위는 다른 사람의 소비 행위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번 시간에는 다른 사람의 소비행태로 인해 자신의 소비행태가 어떠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이를 수요곡선에 반영할 경우 수요곡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해 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살펴볼 개념은 밴드왜건(bandwagon) 효과이다.

밴드왜건 효과는 편승효과라도고 불리는데,많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재화를 나도 덩달아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앞에서 제시한 사례처럼 특정 청바지가 유행한다고 해서 나도 하나 구입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것은 밴드왜건 효과를 몸소 실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원래 밴드왜건이란 서부 개척 시대의 마차를 말하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이 황금을 찾아 서부로 떠날 때,덩달아 서부로 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빗대어 이러한 소비행태를 표현하게 되었다.

이제 밴드왜건 효과를 수요곡선상에서 확인해 보자.

D1은 사람들의 수요가 적을 때 시장 수요곡선이고,D2는 사람들 수요가 많을 때의 시장 수요곡선이라고 가정하자.

처음 시장의 소비량이 A지점일 때 가격이 P2로 하락하면서 밴드왜건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D1곡선상의 B지점에서 소비량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P2로 하락하면서 밴드왜건 효과가 발생하게 되면,시장 수요량에 대한 예측이 커지면서 개인들도 수요를 늘릴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요량은 사람들의 수요가 많을 때의 시장 수요곡선인 D2상의 C점에서 결정될 것이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6) 다양한 소비행태와 수요곡선
결국 밴드왜건 효과가 발생하는 상황에서의 시장 수요곡선은 A점과 C점을 연결한 곡선이 된다. <그래프 참조>

스놉(snob) 효과는 밴드왜건 효과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나타낸다.

많이 팔리는 제품에 대해 오히려 소비량을 줄이는 현상을 말한다.

앞에서 제시한 사례처럼 다른 사람들이 너도 나도 구입해 너무 흔해 보여서 정작 사고 싶었던 옷이지만 구매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스놉 효과에 해당한다.

일반 대중이 많이 구매하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 지으려는 태도가 마치 속물과 같다고 해서 속물이라는 뜻의 스놉 효과라 부르게 되었다.

이러한 스놉 효과를 수요곡선상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처음 시장의 소비량이 사람들 수요가 적을 때 시장수요곡선 D1상의 A점이라고 가정하자.만약 가격이 하락하면서 스놉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D1곡선상의 C지점에서 수요량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P2로 하락하면서 스놉 효과가 발생하게 되면,소비자는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시장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해 그에 따라 자신의 수요를 줄이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요량은 사람들 수요가 많을 때의 시장 수요곡선인 D2상의 B점에서 결정될 것이다.

결국 스놉 효과가 발생하는 상황에서의 시장수요곡선은 A점과 B점을 연결한 곡선이 된다. <그래프 참조>

스놉 효과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수요 변화에 따라 개인이 소비행태를 변화시켰을 때 발생하는 현상인데,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신의 소비 행태를 변화시키는 경우는 스놉 효과말고도 베블런 효과가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비싸서 잘 팔리는 물건을 흔히 목격할 수 있는데 이런 제품들은 비싸기 때문에 잘 팔린다고 한다. 즉,비싼 물건을 구매해 가지고 다님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이 같은 소비행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재화 가격이 상승할 때 오히려 해당 재화의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베블런(Veblen) 효과라 한다. 이러한 소비행태를 베블런 효과라 명명한 것은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런이 그의 저서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에서 과시형 소비를 묘사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저명한 경제학자 라이번스타인(Leibenstein)은 위에서 열거한 소비행태들을 가리켜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특히 다른 사람의 소비 형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이러한 소비수요 형태를 비기능적 수요라고 불렀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형태의 소비 형태가 반드시 비이성적인 소비행위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어떤 재화를 구매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해당 재화를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만족도를 높여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한다면,어떤 의미에서 위에서 살펴본 구매 행태들은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모두 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나만 못가지고 있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그 사람은 해당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더 큰 만족을 얻을 수도 있다.

또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뽐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원래 자신의 개성을 뽐내기에 적합한 옷이라 생각하여 구매하려고 마음 먹은 재화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여 더 이상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에는 구매를 포기하는 것이 자신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에게 어떠한 만족이나 편익도 가져다 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많이 산다는 이유로 덩달아 구매하고 방 한쪽 구석에 처박아 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구매행태는 비이성적인 소비행위임이 자명하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소비 행태가 자신의 소비 행태에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현상들인 밴드왜건 효과,스놉 효과,베블런 효과들은 반드시 비이성적인 구매 행태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며,개인이 이러한 비기능적 수요 행태를 통해 지불하게 되는 비용보다 얻게 되는 편익이 더 클 경우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박정호 KDI 책임전문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