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재의 수요곡선은 우하향하지만 열등재는 우상향할 수도 있다.

오 헨리(O Henry)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것을 팔아 배우자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한 젊은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 아내 델라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백금 시곗줄을 구입하고,남편 짐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금시계를 팔아 보석으로 장식된 빗을 구입한다.

짐과 델라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상대방을 위해 값비싼 선물을 마련하였지만 이러한 보석류에 대한 수요는 소득이 높아질 때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경제가 호황을 구가하던 1990년대 후반에는 미국 소비자들의 소득이 증대되어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석류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하지만 2001년 IT버블이 붕괴되어 경기가 침체되자 보석류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값싼 크리스마스 캔디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각광을 받았다.

경제학에서는 소득이 증가(감소)함에 따라 그 수요가 증가(감소)하는 상품을 정상재(normal goods)라 부르고,소득이 증가(감소)함에 따라 그 수요가 감소(증가)하는 상품을 열등재(inferior goods)라 부른다.

위의 사례에서 보석류는 정상재로,크리스마스 캔디는 열등재로 볼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보석류는 크리스마스 선물로서 크리스마스 캔디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 보석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4) 정상재ㆍ열등재와 수요곡선
지난 시간에 우리는 우하향하는 수요곡선의 이면에는 소득효과와 대체효과가 있다는 것을 학습하였다.

사실 엄밀히 따져보면 정상재의 수요곡선은 항상 우하향하지만 열등재의 수요곡선은 우상향할 수도 있다.

가격변화와 수요량 변화가 반대방향이면 음(-)으로,같은 방향이면 양(+)으로 표시해보자.

대체효과란 지난 시간에 배운 바와 같이 어떤 상품의 가격이 하락(상승)하면 다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지기(비싸지기) 때문에 그 상품의 수요량이 증가(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체효과의 방향은 상품이 정상재이든 열등재이든 상관없이 항상 음으로 나타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효과이다.

소득효과는 정상재이냐 열등재이냐에 따라서 방향이 달라진다.

가격변화에 있어서의 소득효과란 소득이 일정할 때 가격변화로 인한 실질소득의 변화로 수요량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이 일정할 때 가격이 하락(상승)하면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이 증가(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정상재의 경우에는 가격이 하락(상승)하여 실질소득이 증가(감소)하는 효과가 일어나면 수요량이 증가(감소)하기 때문에 소득효과의 방향은 대체효과와 마찬가지로 음(-)이다.

따라서 대체효과와 소득효과의 합은 음(-)으로 나타나고,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 가격이 하락(상승)하면 수요량은 증가(감소)한다는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이 성립한다.

반면 열등재는 가격이 하락(상승)하여 실질소득이 증가(감소)하는 효과가 일어나면 수요량이 감소(증가)하기 때문에 소득효과가 양(+)으로 나타난다.

대체효과는 음(-)이고,소득효과는 양(+)이기 때문에 대체효과와 소득효과의 합은 음(-) 또는 양(+)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부분의 열등재는 음(-)의 대체효과가 양(+)의 소득효과보다 크기 때문에 대체효과와 소득효과의 합은 정상재와 마찬가지로 음(-)으로 나타난다.

이는 열등재의 경우에도 대체로 수요의 법칙이 성립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열등재 중에는 양(+)의 소득효과가 음(-)의 대체효과를 압도하여 대체효과와 소득효과의 합이 양(+)이 되는 예외적인 재화가 존재하기도 한다.

이때에는 가격의 하락(상승)이 오히려 소비량의 감소(증가)를 가져와 수요의 법칙에 위배된다(우상향하는 수요곡선).

이와 같은 성격을 갖는 상품은 스코틀랜드의 경제학자이자 통계학자인 로버트 기펜(Robert Giffen)의 이름을 따 기펜재(Giffen goods)라 부른다.

기펜재란 이름이 등장하게 된 것은 근대 경제학의 형성에 크게 기여한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이 그의 저서 「경제학원리」(Principles of Economics)에서 기펜이 빵 가격이 상승하면 가난한 가계는 고기 등 가격이 비싼 식료품의 소비를 줄이고 오히려 빵을 더 소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기술하면서부터다.

하지만 후대의 학자들이 기펜이 쓴 어느 글에서도 이러한 언급을 발견하지 못해 실제로 기펜이 기펜재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는지 여부는 명확히 알 수가 없다.

현재까지 기펜재의 예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19세기 아일랜드 지방에서의 감자이다.

당시 아일랜드에서 감자는 하층민들이 즐겨 먹는 열등재였다.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 감자 가격이 상승하면 사람들은 감자를 다른 음식으로 대신하려 할 것이다(음의 대체효과).

하지만 아일랜드 사람들은 감자 기근으로 주식인 감자 가격이 상승하여 구매력이 감소하자 고기 소비를 줄이고 감자 소비를 늘렸다고 한다.

양의 소득효과가 음의 대체효과를 초과한 것이다.

아일랜드의 감자가 기펜재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기는 하지만 이는 19세기의 이야기이고,기펜재로 보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많다.

몇 년 전 데이비드 멕켄지(David McKenzie)라는 경제학자가 1990년대의 자료를 바탕으로 멕시코 전통의 옥수수빵인 토르티야(Tortilla)가 기펜재일 가능성에 대해 연구를 했었지만 토르티야가 열등재라는 사실만을 밝혀내고,기펜재라는 사실은 증명해내지 못했다.

최근 중국의 후난성과 감숙성에서도 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기펜재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제한적인 결론에 이르렀을 뿐이다.

보통 어떤 한 재화의 소비는 소비자 전체 예산의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그러므로 한 재화의 가격변화로 인한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를 압도할 만큼 크게 나타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소득효과의 방향은 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결국 현실에서 기펜재의 사례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경제학에서는 수요곡선은 우상향하는 경우는 무시하고,수요곡선이 우하향한다는 가정 아래 이론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경제교과서 뛰어넘기」에서도 수요곡선이 우하향한다는 가정 아래 모든 설명을 해나갈 예정이므로 학생들은 이를 유념해주길 바란다.

김훈민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hm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