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의 값이 내리면 소득이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3) 소득효과와 대체효과로 도출해 본 수요곡선


고등학교 시절 필자를 당혹스럽게 했던 수학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2가 유리수가 아님을 증명하시오"라는 문제였다.

일단 증명할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자명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무슨 효용이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나는 불과 몇 개월 뒤에 정답이 유리수와 무리수 두 가지로 도출된 방정식에서 정답은 유리수밖에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앞서 배운 방법이 사용된 문제를 접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라서 마치 상식처럼 느껴지는 것을 증명해 보는 것도 그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사건이었다.

오늘의 주제는 수요곡선이다.

사실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일반적인 수요곡선은 우하향하는 곡선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오늘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인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이유에 대해서 증명하려 한다.

이와 더불어 일반적인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사용된 경제적 개념들이 실제 우리 주변의 경제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사례도 함께 소개하려 한다.

이를 통해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이유를 도출하는 데 사용되는 개념들이 단순히 현학적인 차원의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유용하게 사용되는 개념이라는 점을 보이려 한다.

수요곡선을 우하향하게 그리는 것이 왜 일반적인 것인가 라는 질문은,어떤 재화의 가격이 내렸을 때 그 물건의 수요량은 왜 증가하게 되는가라는 질문과 동일하다.

즉,우하향하는 일반적인 수요곡선을 증명하려면,재화의 가격이 싸졌을 때 왜 사람들이 그 재화를 더 많이 사게 되는가를 증명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제학적 개념이 '대체효과'와 '소득효과'이다.

먼저 대체효과를 설명해 보자.

제품 가격이 싸지면 사람들은 왜 더 사지? 라는 질문에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대답은 "싸졌으니까" 일 것이다.

그렇다. 이 흔하디흔한 대답은 정답일 뿐만 아니라 대체효과의 의미를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는 그럴 듯한 대답이라 할 수 있다.

대체효과란 어떤 재화의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다른 재화를 사는 대신 그 재화를 더 사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학교를 가는 데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으며,버스를 타나 지하철을 타나 시간은 동일하게 걸린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지하철과 버스의 요금이 500원으로 동일하다면 둘 중 어느 것을 타도 별다른 차이가 없겠지만,만약 버스의 요금이 400원으로 더 싸졌다면 버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이 더욱 이익이 된다.

구체적으로 한 달에 20일을 버스로 통학하는 경우 버스요금이 500원에서 400원으로 내리면 한 달 동안 4000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버스의 요금이 싸지게 되면,버스에 대한 수요량은 더욱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소득효과이다. 소득이 일정할 때 특정 재화의 가격이 떨어질 경우 구매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이 늘게 된다.

만약 학생의 용돈이 1만원이고,버스 요금이 500원이라면 버스를 20번 탈 수 있지만,버스 요금이 400원으로 내리면 25번 버스를 탈 수 있게 된다.

결국 요금이 400원으로 인하되어 버스를 25번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버스 요금이 500원일 때는 용돈이 1만2500원으로 늘었을 때나 가능한 현상이다.

따라서 버스 요금의 인하는 마치 용돈의 인상(소득의 증가)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이 소득이 일정한 상태에서 특정 재화의 가격이 떨어지면,같은 소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소득이 증가했을 때와 같은 현상임으로 이를 소득효과라 부르는 것이다.

버스 요금의 인하로 마치 소득이 증가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게 되면,버스 이용 횟수가 증가하게 된다.

요금이 내리게 되면,평소에는 가까운 거리라서 걸어 다녔던 곳도 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경우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만약 제품 가격이 싸지면 사람들은 그 제품을 왜 더 사지? 라는 질문에 "더 많이 살 수 있잖아" 라고 대답한 사람이 있다면,이 흔하디흔한 대답은 정답일 뿐만 아니라 소득효과에 대한 의미를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하향하는 수요곡선이 형성되는 이유,즉 재화의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수요량이 증가하는 이유는,보다 싸진 재화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대체효과)이 자신의 편익을 높이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재화의 가격 하락이 소득의 증가 효과(소득효과)를 가져와 더 많이 살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소득효과와 대체효과가 실물 경제를 분석하는 데 어떻게 이용되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얼마 전 모 경제연구소에서 환율 인하가 국내소비와 해외소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조사한 바 있다.

이때 환율이 가져다는 주는 효과를 소득효과와 대체효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먼저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국내 소비의 가격이 해외 소비의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국내 소비는 줄어들게 되고,해외 소비가 증가하는 대체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환율의 하락은 소득효과 또한 가져온다.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높아져 수입품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즉,환율의 하락은 해외 재화의 가격을 낮추어 구매력이 높아져 이는 실질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즉 소득효과를 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소득효과로 인해 해외소비지출은 늘어난다.

연구소는 이러한 경제적 개념을 바탕으로 환율 하락으로 인해 유발되는 소득효과와 대체효과의 크기를 분석하였는데,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소득효과로 인해 해외소비가 0.97% 증가하고 대체효과로 인해 해외소비가 0.39% 증가하게 되어,결국 1.36%의 해외 소비가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

이와 함께 앞으로 지속적인 환율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외 소비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들인 해외유학,해외여행 수요를 국내 수요로 돌리기 위해 이 부분에 대한 국내 산업을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하였다.

일반적인 수요곡선이 우하향한다는 사실은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자명한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인 대체효과와 소득효과는 비단 수요곡선 형태를 증명하는 데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데도 널리 이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어쩌면 경제학뿐만 아니라 학문을 보다 깊이 있게 공부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의심하고 이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KDI 책임전문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