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처럼 약도 규칙적으로 복용하라는 의도

약에 따라 먹으면 좋고 나쁜 음식도 있어
[Science] 약은 왜 식사후 30분에 먹으라고 하지?
지난주까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을 겨우 웃도는 등 늦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런 환절기에는 감기에 걸려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벼운 감기는 보통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 낫는 것이 보통이지만 생활하기가 불편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약을 짓기 위해 약국을 꼭 들르게 된다.

약국에서 약을 지을 때 꼭 듣는 말이자 약 봉지에 꼭 적히는 글귀가 있다.

바로 '당분간 술은 마시지 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물론 약은 식사 30분 뒤에 먹을 것'이다.

술이야 몸이 아플 때 먹지 않는 편이 건강에는 더 나을 것이라는 건 상식이지만 왜 약은 꼭 식후 30분에 맞춰 먹어야 하는 것일까?

실제로 약을 복용할 때 피해야 하는 음식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건 잘못 알고 있건간에 상식으로 통하는 것들이 있다.

상처가 곪거나 염증이 생겼을 때는 돼지고기나 새우젓을 먹지 말라든지, 아니면 한약을 먹을 때 무나 밀가루 음식을 피할 것 등이 상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서로 만나는 것에 인연과 궁합이 있듯이 음식과 약에도 궁합이 있다고들 말한다.

즉 약에 따라 먹으면 좋은 음식이 있는 반면 먹으면 안 되는 음식도 있다.

과연 약을 효과적으로 복용하는 데 필요한 상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약은 왜 식후 30분 복용인가?

왜 대부분의 약은 식후 30분 후에 먹게 될까?

대부분의 약은 식사 전 · 후 · 중을 가리지 않는다.

약의 효과는 약 성분의 혈중 농도와 연관이 깊다. 대부분의 약이 효과적인 혈중 농도를 유지하는 시간은 약 5~6시간이다.

이는 식사 간격과 거의 일치한다.

결국 이 조건은 섭취하는 음식물보다는 잊지 않고 꾸준히 약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식후 30분이 아니라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먹어야 하는 약도 있다.

진균 감염치료제 중 지용성 약물,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알레르기 치료제인 항히스타민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음식과 함께 먹었을 때 흡수력이 떨어지거나 약효가 감소한다.

이런 약물은 특별히 주의하지 않아도 괜찮다.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때 이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체력회복을 위한 영양보충에도 이른바 '정도(正道)'가 있다.

보통 질병에 걸리면 양질의 영양을 섭취할 목적으로 단백질이 많이 포함된 고기를 환자에게 많이 권하고 환자도 많이 먹게 된다.

하지만 아플 때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영양섭취로 인한 좋은 영향보다 더 안 좋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결핵약이다. 결핵약은 티라민과 히스타민이 많이 든 음식과 함께 먹으면 오한과 두통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티라민이 많이 든 대표적인 음식은 청어,치즈,동물의 간 등이고 히스타민은 등푸른 생선에 많다.

따라서 결핵 치료 중인 환자는 단백질이 필요할 때 종류를 잘 가려 먹어야 한다.

또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커피 콜라 초콜릿 등의 기호식품은 약과 함께 먹으면 좋지 않다.

정신질환 치료제 항생제를 먹는 사람은 기호식품에 든 카페인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골다공증 치료제를 먹는 사람에게 탄산음료에 든 인은 뼈의 칼슘을 빼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나쁘다.

술은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약물에서 크건 작건 술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건강에 좋은 음식도 가려 먹어야

그럼 건강식품으로 불리는 음식들은 어떤가?

대표적인 것이 우유다. 우유는 필수 영양소가 다량 함유돼 '완전식품'이라고 불리는 몸에 좋은 음식의 대표주자다.

그러나 어떤 약은 우유와 함께 먹었을 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유와 만나면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약은 바로 변비 치료제다.

우유는 약알칼리성으로 위산을 중화시키기 때문에 장까지 가야 하는 변비 치료제를 위에서 녹여 버리기 때문.

이에 약효가 떨어지고 복통이 일어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생제와 항진균제 중에도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우유가 약의 흡수를 방해하는 것이 있어 반드시 우유를 피해야 할 경우가 있다.

반면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좋은 약도 있다.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하는 아스피린 등의 진통제는 위를 자극하기 때문에 우유와 함께 먹으면 위 내벽 손상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항생제와 변비 치료제는 우유와 함께 먹으면 나쁘고 진통제 종류는 우유와 함께 먹으면 도움이 된다.

과일과 채소도 예외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규칙적으로 먹는 약이 있다면 조심해야 할 대표적인 과일로 자몽을 꼽는다.

자몽과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으로는 정신질환 치료제인 항불안제와 혈액의 지방 성분을 줄여주는 고지혈증 치료제다.

간이 이들 약 성분을 분해할 때 자몽의 쓴맛 성분이 간의 해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불안제, 고지혈증 치료제와 자몽을 함께 먹으면 약이 분해되지 않아 약효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오렌지도 마찬가지다.

위산을 중화시켜 속쓰림을 줄여주는 제산제에는 알루미늄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경우가 많다.

알루미늄은 평소에는 몸에 흡수되지 않고 위 속에서 분비되는 산성 성분을 줄여주는 기능을 하면서도 체외로 배출되지만 알루미늄 성분이 오렌지 주스와 만나면 몸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제산제의 역할이 산도를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산도가 높은 과일인 오렌지는 당연히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산성음료인 탄산음료도 마찬가지다.

오렌지 주스는 제산제로 위장을 달랜 뒤 적어도 서너 시간 뒤에 마시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과일,채소류의 섭취를 잘 조절해야 하는 약에는 고혈압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핵심은 칼륨(K)의 양이다.

고혈압 치료제 중에는 체내의 칼륨량을 늘리는 것이 많은데 여기에다가 칼륨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체내에 칼륨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칼륨이 풍부한 음식은 바나나, 오렌지, 푸른잎 채소 등이다.

특히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푸른잎 채소를 고혈압 치료제를 먹는 사람이 주의해야 한다는 점은 역설적이기 까지하다.

혈액이 굳지 않게 해주는 약인 항응고제는 더욱 주의해서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약이다.

여기에는 비타민K가 문제가 된다.

비타민K는 혈액을 잘 굳게하는 성질이 있어 체내에서 항응고제와 정반대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항응고제를 먹는 사람은 비타민K 섭취를 피해야 한다.

비타민K가 많은 음식은 녹색채소,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케일, 간, 녹차, 콩 등이다.

자신이 먹는 약에 잘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을 알면 약의 효과를 더욱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약을 복용할 때 음식도 가려 먹어야 할 것이다.

<참고:과학기술통합정보 과학향기>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